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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에서만은 자유로워야 할 우리 / 연중 제8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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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식 [big-llight] 쪽지 캡슐

2017-02-27 ㅣ No.110385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나 지금이나 재물은 큰 힘을 미친다. 특히 오늘날은 얼마나 가졌느냐에 따라 마치 그의 사회적 신분뿐만 아닌 인격도 결정될 정도이니까. 사실 우리 곁에는 가진 것에 허세부리는 천박한 부자가 있는가 하면, 소박하고 검소하게 살며 이웃을 도우는 아름다운 부자도 있다. 같은 부자라도 어디에 더 삶의 가치를 두느냐 일게다.

 

경주의 최 부잣집이 그 좋은 표본일 게다. 그 집안은 이어지는 여섯 가훈이 있다나.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은 말며, 재산을 모으되 만석 이상은 안 되고, 과객은 후하게 대접하고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매입하지 말며, 가문의 며느리는 시집온 뒤 3년은 무명옷 입어야 하며, 사방 백 리 안에 굶어 죽는 이를 없게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선 첫째 가훈은 최소한의 양반 신분인 진사까지만 하라는 거다. 둘째는 필요 이상은 사회에 환원하라는 거다. 셋째는 나그네에게 먹을 것 주고 노잣돈 쥐어 보내라는 거다. 넷째는 흉년에 가난한 농부들의 가난을 이용하지 말라는 가르침일 게다. 다섯째는 집안 살림의 검소함이요, 여섯째는 이웃 굶주림을 함께 책임지자라는 것이리라. 부자는 삼 대 잇기 어렵다 하나, 이 집은 ‘12대를 만석꾼으로 이어 왔단다.

 

오늘 재산이 많은 한 청년이 예수님을 찾는다. 그는 율법에 따라 하느님 앞에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이다. 재산의 유혹에도 율법의 덕행을 지킨 그를 그래도 예수님께서는 사랑스럽게 보셨다. 하지만 동시에 그가 추구하는 영원한 생명은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것임을 일깨우시고자 그분께서는 그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셨다. 넉넉하기에 율법도 지킬 수 있고, 평화롭게 살 수 있다고 믿었던 그에게는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 영원한 생명도 지상의 부유함의 일부로 믿고 싶었던 그에게는 따를 수 없는 요청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울상이 되어 슬퍼하며 떠났단다. 그가 많은 재물을 가지고 있었기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재물을 많이 가진 자들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기는 참으로 어렵다!”(마르10,21-23 참조)’

 

돈 많은 부자가 되는 것을 싫어할 이는 그리 없으리라. 돈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지만, 살아가는 데 좀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정 수준까지 돈이 행복을 줄 수는 있지만, 어느 수준에서는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하게 줄어든단다. 빈곤을 겪는 이들이 노력하면 필요한 돈을 얻을 수 있어야 하고, 부를 누리는 이들이 정당한 세금을 내면서 자비의 정신으로 부를 나눈다면, 돈이 지배하는 세상도 좀 자유로울 수는 있을 게다.

 

그러기에 재물을 소유하는 것이 그대로 구원의 장애가 되는 건 결코 아니다. 그것에 사로잡히는 마음이 문제라면 문제일 게다. “부자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낙타가 바늘귀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 쉽다.” 예수님의 이 말씀에 많은 이가 당황한다. 열심히 돈 벌며 아껴서 절약해도 살기 힘든 마당에, 부자 되기 거부한다는 게 너무나 비현실적이기에. “그러면 누가 구원받을 수 있는가?” 이에 예수님은 분명히 일러 주신다. “사람에게는 불가능하지만 하느님께는 그렇지 않다. 그분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구원이란 이렇게 사람의 힘이 아니라 하느님의 힘으로만 가능하다는 뜻일 게다.

 

우리 시대에 부자로 사는 게 특권이 아닌 의무이다. 부는 결코 나만의 힘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서로의 희생과 배려로 얻은 재산을 자신의 능력으로만 생각하는 졸부가 많아지는 한 사회는 건강할 수 없다. “하느님과 재물을 함께 섬길 수 없다.”라는 예수님 말씀이 늘 우리에게 도전처럼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일 게다. 천박한 부자보다 가난하지만 하느님의 사람이 되는 게 주님 뜻임을 기억하자.

 

어찌 보면 재물 자체는 분명 악은 아니다. 또 부자라고 다 비난받는 것도 아니다. 부자가 욕심과 이기심에 사로잡혀 자기 곳간의 문을 닫아 놓을 때에야 비난받는다. 이기심과 욕심으로 닫아 놓은 문은 하느님도 들어가실 수 없다나. 그분께는 가난한 이의 열려진 문이 그분의 유일한 통로일 게다. 그러니 우리는 소유에서만은 정말 자유로워져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소유에서 얼마나 자유로운지 매사 꼼꼼하게 살피자.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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