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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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1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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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3-06 ㅣ No.110538

요즘 생각의 시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세상의 흐름에서 하나의 원리와 규칙을 발견합니다. 그 사람들이 발견한 원리와 규칙은 어둠 속에 있는 사람들에게 등불이 되고 이정표가 되기 마련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신학교에서 배운 논리학이 생각났습니다. ‘사람은 죽는다. 왕도 죽었고, 장군도 죽었고, 농부도 죽었다. 그래서 나도 죽을 것이다.’ 논리학 시간에 배운 것들입니다. 큰 전제를 세우고, 예를 들면서 작은 것들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입니다. ‘옆집 할아버지가 죽었다. 주변을 보니 많은 분들이 죽었다. 사람은 다 죽는다.’ 작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주변의 것들을 파악하고 다른 모든 것들도 그럴 것이라고 추론하는 것입니다. 연역과 귀납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두 개의 입니다. 그것이 역사와 문명,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들을 만들어냈고,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길을 찾아냈습니다.

 

연역과 귀납의 을 넘어서는 또 다른 생각의 차원이 있습니다. 무엇이 있을까요? 마음으로 보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보는 것입니다. 많이 배운 사람들, 능력이 있는 사람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이 볼 수 있습니다.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을 하였습니다. ‘눈이 녹으면 어떻게 될까요?’ 눈이 녹으면 길이 지저분할 것 같았습니다. 눈이 녹으면 차가 다니기 쉬울 것 같았습니다. 눈이 녹으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한 어린이가 손을 들어서 대답했습니다. ‘눈이 녹으면 봄이 옵니다.’ 연역과 귀납의 사고로는 쉽게 말하기 어려운 대답이었습니다.

 

관찰자의 의지에 따라서 관찰 대상자가 바뀐다는 것이 양자역학에서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기존의 물리학과 생각의 을 넘어서는 개념입니다. 인간이 가진 능력으로는 쉽게 볼 수도 없고, 알 수도 없는 개념입니다. 그러나 미시의 세계에서는 가능한 일입니다. 우리가 의식하는 3차원의 세계를 넘어서면 가능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나라와 영원한 생명은 바로 그와 같은 새로운 세상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운 백조가 되어서 하늘을 아름답게 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만들어 놓은 인식의 에 갇혀서 하늘을 날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만들어 놓은 문명, 문화, 역사의 틀에 갇혀서 소유와 욕망의 덫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발전과 성장이라는 허상을 향해서 자본이라는 불을 태우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불길 속에서 더불어 살아가야하는 이웃의 아픔과 고통을 무시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생명들의 터전을 빼앗기도 합니다. 아름다운 지구를 오염시키고, 황폐화시키기도 합니다. 우리는 물질로 이루어진 공간에 머물러야만 하는 존재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시니, 여러분도 거룩해져야 합니다.’라는 말도 연역과 귀납의 생각으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도 그렇습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하고, 굶주리고, 아픈 이들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입니다. 여러분 중에 가장 가난하고, 헐벗고, 아픈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입니다.’ 이 말씀도 역시 연역과 귀납의 사고로는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마지막 날에 하느님께서는 셈을 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누가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인가를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거룩하신 것처럼 거룩하게 산 사람들, 이웃을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들이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고 말씀하십니다. 교회는 장례미사 때, 오늘 복음의 말씀을 읽습니다. 지금 하느님 품으로 가는 마지막 길에 있는 고인이 생전에 어떻게 살았는지를 돌아보게 하는 말씀입니다. ‘평소에 가난하고, 헐벗은 사람들과 함께 했다면, 병들고 지친 이웃들과 함께 했다면 하느님 품 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릴 것이라는 말입니다. 생전에 자신만을 알고, 가난한 이웃들을 돌보지 않았다면, 병든 이들을 외면했다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라는 말입니다.’ 고인이 된 사람은 장례미사 때 들려주는 이 말을 듣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가 장례 미사 때 이런 복음을 읽는 것은 지금 살아서 이 복음을 듣는 우리들이 복음의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기는 것입니다.

 

지금이 바로 은혜로운 때이며, 오늘이 바로 구원의 날입니다.”

깨어있는 지성들, 예언자들, 순교자들, 성인과 성녀들은 오늘의 성서말씀을 이해하였고, 삶으로 드러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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