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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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1 금/ 망각을 기억으로 바꿔주는 사랑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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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4-20 ㅣ No.111581




부활 팔일 축제 내 금, 요한 21,1-14(17.4.21)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요한 21,6)





The Appearance to the Seven Disciples






망각을 기억으로 바꿔주는 사랑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세 번째로 갈릴래아에서 제자들에게 자신을 드러내십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 처형을 당하신 뒤, 제자들은 갈릴래아로 돌아가, 어부로서 다시 고기 잡는 일을 계속합니다(21,2-3). 그들은 이미 부활하신 주님을 만져 보고 뵈었음에도, 여전히 주님의 부활과 자신들의 일상의 삶을 연결시키지 못한 채, 예전의 자리로 돌아가려 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늘 함께 계셨던 스승이 눈앞에서 사라져버리자 짙은 공허감에 젖어, 스승 예수님을 망각해버린 채 그리스도 없는 세계로 되돌아가버린 것입니다. 그들은 예수님의 사랑과 진리의 말씀을 망각해버렸습니다. 병자치유와 구마,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사랑을 통해, 하느님의 자비를 보여주신 예수님의 행적을, 기억 저편으로 흩날려 보내버렸습니다.

사랑을 망각해버린 채, 사랑의 혼이 빠진 고기잡이 노동에 나선 그들은, 밤새워 애썼으나 아무것도 잡지 못합니다(21,3). “어느덧 아침이 될 무렵, 예수님께서 물가에 서 계셨으나, 제자들은 그분이 예수님이신 줄을 알지 못합니다.”(21,4) 사랑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찾을 수 없고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망각한 채, 사랑이 아닌 탐욕과 이기심, 세속에 대한 애착에 매여 있는 한, 내 안 살아계신 주님을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21,6) 하시며, 사랑을 보여주십니다. 예수님의 말씀대로 하자, 그물을 끌어 올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고기를 잡게 됩니다. 사랑을 망각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헛수고만 하고 있던 제자들은, 그분의 사랑 때문에 사랑에 대한 기억을 되찾습니다.

우리의 삶의 터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이 고기를 잡던 바다와 같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나름 열심히 살지만, 가장 중요한 하느님의 사랑을 망각한 채 살 때가 많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우리에게 사랑으로 다가오시고 사랑을 보여주시지요.

부활하신 그분의 사랑은, 갑자기 신기루처럼 나타난 기적 같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 사랑은 갈릴래아에서 제자들이 그분과 동행하면서, 수없이 보고 들었던 ‘이미 선물로 받았고, 체험했던’ 바로 그 사랑입니다. 자신에 몰두하고, 소유를 추구하며, 감각세계에 머물며 쾌락과 만족을 추구하려 할 때, 우리는 사랑을 망각해버립니다. 사랑의 망각이 죄를 부르고 어둠을 부르며, 결국 비인간화의 길로 내몰게 됩니다.

우리 모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제자가, 그분의 사랑을 보고 사랑을 기억해냈듯이 사랑으로 사랑을 기억해야겠습니다. 사랑을 기억함으로써 사랑 안으로 들어갈 때, 물이 터지도록 많은 고기가 잡히듯(21,11) 충만한 부활의 기쁨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사랑을 망각 한 채, 일하던 바다에서 다시 뭍으로 돌아왔을 때, “숯불이 있고 그 위에 물고기가 놓여 있고 빵도 있었으며”(21,9), 예수님께서 마련하신 사랑의 아침식사가 있었음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 이처럼 사랑의 기억과 그 기억으로 체험하는 부활의 기쁨은, 나로부터 떠나는 회개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오늘도 개인적 회개와 사회정의의 실현을 통해, 주님의 사랑을 기억함으로써 사랑 안에 머물고, 그 사랑이 주는 부활의 기쁨을 체험하길 희망합니다. 망각을 기억으로 바꾸는, 사랑을 갈망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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