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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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빵은 물질이지만, 내어주면 영혼의 빵이 됩니다 - 윤경재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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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whatayun] 쪽지 캡슐

2017-05-04 ㅣ No.111833

 

 

 

내가 먹는 빵은 물질이지만, 내어주면 영혼의 빵이 됩니다

 

- 윤경재 요셉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활 3주간에 요한복음서 6장을 읽습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엿새 동안 6,22-6,69절까지 빵의 담론을 읽습니다. 그래서 부활 3주간을 빵 주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수십 년 전에 이 땅의 어머니들은 이유기를 막 끝낸 어린 아기가 설사병에라도 걸리면 큰일을 치루는 줄 알고 조바심을 내었습니다. 병원에 갈 돈도 없고, 젖은 말라붙었고, 먹일 것이 만만치 않아 자칫 탈수증으로 사망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그럴 때 생밤이 설사병을 낫게 하고 영양을 공급하는 데 그만이었습니다. 다행이 제철이라면 모를까, 그렇지 않으면 건재상에서 어렵사리 건율을 구해다 먹였습니다. 건재상에서 얻어온 건율은 돌처럼 딱딱해 어린아이가 씹어 먹을 수 없습니다. 그러면 망치로 대충 쪼개고 나서 어미가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 암죽처럼 만들어 아이 입에다 먹였습니다. 그러면 배가 고파 찡얼대던 아이는 조그만 입술을 조물조물 거리며 생밤 죽을 넙죽넙죽 받아먹습니다.

 

아이 엄마는 밤이 얼마나 달콤하고 맛이 좋은지 몰라서 삼키지 않고 뱉어냈을까요? 바짝 마른 밤일수록 달기는 우라질 더 달기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어미는 쓴 익모초 뱉어 내듯 밤을 게워냅니다. 목구멍을 조이는 가마우지 같이 되는 것입니다.

 

생밤을 자기가 삼키면 그냥 쓴 밤이 되겠지만, 어린 자식에게 먹이면 생명을 구하는 양식이 되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중에 한 유대인이 광기에 넘치는 독일을 탈출하여 프랑스로 도망 나왔습니다.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기에 얼마 후 그는 무일푼에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았습니다. 여러 날을 굶주린 그는 한 빵가게 앞에서 진열대 안에 갓 구어 나온 빵을 물끄러미 바라다보고 있었습니다. 향긋한 냄새가 코끝을 진동했습니다. 그렇게 얼마를 서 있었는지 모릅니다. 빵가게로 여러 사람이 들락날락하면서 빵을 사 가지고 나올 때 그는 체면을 무릅쓰고 구걸할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빵을 배불리 먹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이렇게 죽지 않고 빵 냄새로라도 배를 채울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라 여겼습니다.

 

그때 어디서 왔는지 걸인 행색을 한 사람이 절뚝거리는 걸음걸이로 자기 옆을 지나 빵가게로 들어갔다가 나왔습니다. 돈이 모자랐는지 단 하나의 작은 빵만을 들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무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걸어서 유대인에게로 오더니 아무 말 없이 그 작은 빵조각을 건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걸인도 배가 고팠을 텐데....... 한 유대인이 오랫동안 빵가게 진열대 앞을 떠나지 못하고 배고파하며 처량하게 서 있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던 것입니다. 그 걸인은 자기에게 생명과 같은 그 빵을 서슴없이 나누어 준 것입니다.

 

그때 그 빵조각은 유대인에게는 바로 생명의 빵이었습니다. 그 유대인은 그 빵가게 앞에서 일어난 장면을 죽을 때까지 잊지 못했습니다. 그는 살아가면서 수없이 어려운 고비를 그 빵의 힘으로 넘길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나중에 큰돈을 번 뒤에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 걸인들을 위한 구호소를 지어 은혜에 보답했다고 합니다.

 

오늘 예수님께서 나는 생명의 빵이다.”라고 분명히 선언하십니다. “나에게 오는 사람은 결코 배고프지 않을 것이며, 나를 믿는 사람은 결코 목마르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몸을 제 안에 받아 모신 사람은 사랑과 희생이 갖는 의미를 몸에다 새기게 됩니다.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봉인을 치게 됩니다. 그 봉인은 아빠 하느님께서 아드님 예수께 맡겨주신 것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 다가온 사람은 누구나 하나도 잃지 않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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