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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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529 - 가해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복음 묵상 - 송영진 모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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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kjh2525] 쪽지 캡슐

2017-05-29 ㅣ No.112295




2017
05 29 () 가해 복자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기념일 복음 묵상



요한 묵시록 12,10-12
요한복음 12,24-26


송영진 모세 신부님 (130810)


<
밀알 하나가 >


"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남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 자기 목숨을 사랑하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자기 목숨을 미워하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에 이르도록 목숨을 간직할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 내가 있는 곳에 나를 섬기는 사람도 함께 있을 것이다. 누구든지 나를 섬기면 아버지께서 그를 존중해 주실 것이다(요한 12,24-26)."

예수님께서는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서'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표현하셨지만, 우리는 땅에 떨어진 밀알이 실제로는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겉으로만 죽는 것처럼 보일 뿐이고, 실제로는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밀알에서 싹이 나고 자라서 열매를 맺게 됩니다.
진짜로 죽은 밀알은 열매를 맺지 못합니다.
예수님께서 그걸 모르셔서 밀알이 죽는 것으로 표현하신 것은 아닙니다.
이것은 아마도 '순교는 진짜로 죽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을 암시하기 위한 표현일 것입니다.

순교는 겉으로 보기에는 죽고 끝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순교자의 참 생명은 사라지지 않고, 순교자는 순교를 통해서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또 순교자의 죽음을 통해서 더 많은 신앙인이 생긴 것이 교회의 실제 역사이기 때문에 그 죽음은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씨를 심은 것과 같습니다.
넓은 뜻으로는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희생들도 모두 밀알 하나의 죽음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작은 희생을 통해서 많은 사람이 영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면, 그 희생도 역시 씨를 심어서 많은 열매를 얻은 일이 됩니다.

그런데 '누가 희생할 것인가?'(누가 하나의 밀알이 될 것인가?)가 항상 문제가 됩니다.
세속에서는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고 자기는 이익만 얻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대사제 카야파가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요한 11,50)." 라고 말한 것이 좋은 예입니다.
희생이란 자기가 할 때에만 희생입니다.

자기는 하지 않고 남에게 강요하면 그것은 범죄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은 예수님 쪽에서는 희생이었지만, 유대인들 쪽에서는 살인이었습니다.

나라가 어떤 위기 상황을 만났을 때, 자기들은 희생하지 않고 국민에게만 희생하라고 말하는 정치인들이 있습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스스로 먼저 희생하는 모범을 보이지 않는다면 위기를 극복하기가 어렵습니다.
세속 사람들의 그런 모습에 대해서 예수님께서는 "그러나 너희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라고 말씀하십니다(루카 22,26).
그런데 '밀알의 죽음'에 관한 예수님의 말씀은 지도자들에게만 하신 말씀이 아니라, 지도자들을 포함해서 모든 신앙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26
절의 '누구든지' 라는 말은 '모든 신앙인'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밀알 가운데 첫 번째 밀알은 예수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인간의 구원'이라는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 당신 자신을 하나의 밀알로 바치셨습니다.
모든 신앙인은 예수님의 뒤를 따라야 합니다.
"
누구든지 나를 섬기려면 나를 따라야 한다(요한 12,26)."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다음에 하신 "내가 너희에게 한 것처럼 너희도 하라고, 내가 본을 보여 준 것이다(요한 13,15)."라는 말씀은 밀알의 비유에도 적용됩니다.
신앙인은 예수님의 모범을 본받아서 스스로 희생하는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 희생이 크게는 순교가 될 수도 있고, 작게는 자리 양보 같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나는 희생하고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희생하지 않고 이익만 얻으려고 한다. 왜 항상 나만 희생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다른 사람들이 얄밉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런 경우에도 역시 '희생은 자기가 하는 것'이라는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희생하지 않는 다른 사람들을 탓할 필요는 없습니다.
'
말 없는 희생'으로 모범을 보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물론 희생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깨우쳐 주고 타이르는 일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그것이 '나는 희생하는데 왜 너는 희생하지 않는가?'라는 비난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그런 비난은 자기의 희생을 생색내는 일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한 일을 생색낸다면 그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마태 6,2)." 라고 가르치셨습니다.


송영진 모세 신부님 (130810)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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