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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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사제성화의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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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애 [ji5321] 쪽지 캡슐

2017-06-23 ㅣ No.112802

 

스테파노신부님복음묵상

"사제성화의 날에"

예수 성심 대축일이자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오늘 하루 저희 사제들을 위한

 ‘찐’하고 열렬한 기도 부탁드립니다.

저희 사제들은 스승이신 대사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성인(聖人)이나

천사처럼 살아보겠다고 발버둥

보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뭔가 그럴 듯 해보이고,

있어 보이지만, 사실 까놓고 보면

희 사제들 역시 작고 나약한 존재,

한 가련한 존재일 뿐입니다.

안 그런 사제들도 많은데

특히 저 자신이 그렇습니다.

신자 여러분들이 그러하듯이,

저 역시 작은 인생의 풍파 앞에

고민하고 갈등합니다.

이런 저런 상처와 고통 속에

가슴앓이를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슬슬 중늙은이가

되어가니 훨씬 덜한데,

젊고 파릇파릇한 후배 사제들을

바라보면 참으로

안쓰러울 때가 많습니다.

끓어오르는 젊은 혈기를

어렵사리 억누르고

살얼음판 같은 길,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걸어가느라 고생들이 많습니다.

세상의 소란스럽고 휘황찬란한

분위기와 성전의 고즈넉한 분위기

사이에서 오락가락합니다.

한쪽 발은 천상에 딛고

다른 한쪽 발은 지상에 딛고

살아가는데서 오는

내적 갈등도 큽니다.

타고난 그릇의 크기는 소주잔

크기 밖에 안 되는 데,

신자들은 커다란 사발 크기를

기대하는데서 오는 좌절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머리로는 잘 알겠는데

몸이 잘 따라주지 않습니다.

이런 저희 사제들이기에

꼭 필요한 것이

신자들의 지속적인 기도입니다.

사제들을 향한 너그러운 시선입니다.

때로 호된 질책도 해주시지만,

때로 가족이다 생각하시고,

참아주시고 기다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은 사제로서 더 많은 성찰과 반성,

회개가 필요한

하루라는 것 잘 알고 있습니다.

훌륭하게 사시는 사제들도 많은데,

저 같은 경우

뒤돌아보니 참 부끄럽습니다.

가장 후회되는 것은

너무 밋밋하고

게으르게 살았다는 것입니다.

고귀한 사제성소의 길,

불꽃처럼 타올랐어야했는데,

그래서 천년을 하루처럼,

하루를 천년처럼 그렇게

살았어야했는데,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간 만나고 헤어졌던

숱한 인연들,

좀 더 관심과 정성을

기울였어야 했었는데,

게으름으로 인해 놓친

영혼들이 많았습니다.

좀 더 인내했어야 했는데,

좀 더 좀 더 친절했어야 했는데,

좀 더 뜨겁게 살았어야 했는데,

그러지를 못했습니다.

예수 성심의 뜨거운 사랑,

애틋한 사랑, 절절한 사랑이

오늘 우리 사제들의 마음 안에

다시 한 번 활활

타오르길 기도합니다.

사제의 삶에 있어 가장 본질적인

측면이라고 할 수 있는 영적생활의

결핍을 부끄러워합니다.

기도생활이 생략되고 균열이

가기 시작하니 삶 전반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영적인 눈이 감기고

세속의 눈으로 만사를 바라봤습니다.

사제들 삶의 기초인 기도가 사라진

자리에 일중독과 다양한 형태의

유혹들이 슬그머니 찾아들었습니다.

 다시 한 번 진지한 영적생활을

회복하길 간절히 원합니다.

그간 손에 꼭 쥐고 있었던 세속의

도구들을 바닥에 내려놓고,

성무일도와 묵주와 영성서적을

손에 들겠노라 계획해봅니다.

다양한 유혹과 시련의 높은 파도를

헤쳐 가는 매일의 사제성소 여정에

주님을 선장이자 동반자로

모실 것을 다짐합니다.

어깨 위에 짊어진 짐이 너무

무거울 때 마다 다른 곳이 아니라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께로

달려가는 어린이 같은

사제가 되길 바랍니다.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들처럼

그저 주님만으로 인해 행복한 사제,

주님만이 삶의 전부인

런 사제로 살아가길 바랍니다.

 - 살레시오회 한국관구 관구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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