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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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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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06-26 ㅣ No.112853

제가 머무는 명동의 숙소는 땅값이 무척 비싼 곳이라고 합니다. 가끔 동료 신부님들이나, 교우분들이 비싼 땅에서 지낸다고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땅은 대지, 전답, 임야로 구분되는 것 같습니다. 집을 지을 수 있고,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대지가 가격이 높을 것입니다.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전답이 그 다음으로 가격이 높을 것입니다. 집을 짓거나,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임야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을 것입니다. 명동은 대지이고, 교통이 편리하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고, 뒤에는 남산이 있고 앞에는 청계천이 흐르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 같습니다.

 

성경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인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아담과 하와가 머물 수 있는 에덴동산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오늘 아브람에게도 새로운 땅을 주시겠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집트에서 살던 이스라엘 백성에게도 하느님께서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땅을 약속하시만 더 중요한 것은 그 땅에서 드러나는 하느님의 영광입니다. 에덴동산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어기면 살 수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땅이 아니라, 하느님의 뜻입니다. 땅은 본질적으로 사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세상을 떠날 때, 땅을 가지고 갈 수 없습니다. 우리가 잠시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면, 땅 때문에 싸울 일도 없고, 땅 때문에 마음이 상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땅에서 하느님을 찬양하고, 이웃을 사랑한다면 우리는 그 땅에서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06년부터 안경을 쓰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지낼 때입니다. 길가의 표시판이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어이기 때문에 그런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았습니다. 시력이 나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길을 보니 표시판이 잘 보였습니다. 표시판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안경에 이물질이 묻어있으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안경을 잘 닦아주면 다시금 잘 보이기 마련입니다. 우리의 마음에도 이물질이 생기곤 합니다. ‘원망, 욕심, 시기, 질투, 교만, 불안, 걱정의 이물질이 생기곤 합니다. 그러면 세상이 일그러져 보입니다. 나의 탓을 하기보다는 세상을 탓하고, 이웃을 탓하고, 부모를 탓하게 됩니다. 그러나 세상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이웃도 잘 변하지 않습니다. 부모를 바꿀 수도 없습니다.

 

마음이 바뀌면 세상이 새롭게 보입니다. 이웃의 허물도 이해하기 됩니다. 부모님께도 감사의 마음이 생겨납니다. 마음에 희망, 사랑, 믿음, 겸손, 인내, 친절, 온유가 자라나면 다초점 렌즈보다 더 선명하게 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양자역학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내가 사랑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세상이 사랑으로 변화됩니다. 내가 믿음의 눈으로 이웃을 바라보면 이웃이 그렇게 믿음직해 보입니다. 내가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면 진흙 속에서 피는 연꽃이 보입니다. 고통 속에서 태어나는 아기가 보입니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십니다. ‘먼저 당신 눈을 깨끗하게 하십시오.’

 

제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2개 있습니다. 하나는 그동안 준비했던 강론들입니다. 일 년에 한권정도의 강론집이 생깁니다. 그 강론에는 저의 삶과 저의 생각들이 들어있습니다. 또 하나는 앨범입니다. 앨범에는 제가 신학생 때부터 찍었던 사진들이 있습니다. 가끔씩 앨범속의 사진들을 보면서 저의 지난날들을 떠올립니다. 강론집과 앨범은 저의 지난 시간들의 발자국입니다.

 

바닷가 모래 위를 걸어가면 뒤에는 발자국이 남습니다. 우리의 인생길에 어떤 발자국을 남기면서 살아야 할까요? 겸손의 발자국, 성실의 발자국, 사랑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살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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