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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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의 영성 -질그릇 안에 담겨 있는 보물-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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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damiano53] 쪽지 캡슐

2017-07-25 ㅣ No.113428

 

 

2017.7.25. 화요일 성 야고보 사도 축일, 

2코린4,7-15 마태20,20-42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신부님



섬김의 영성

-질그릇 안에 담겨 있는 보물-



우리에게 영성이 있다면 

‘섬김service’과 ‘종servant’의 영성이 있을 뿐이요, 직무가 있다면 ‘섬김의 직무’ 하나만 있을 뿐입니다. 

섬김의 권위, 섬김의 리더십이 진정 복음적입니다. 


성 베네딕도 역시 당신의 수도공동체를 주님을 섬기는 학원으로 정의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님을 섬기는 학원을 설립해야 하겠다. 

우리는 이것을 설립하는데 거칠고 힘든 것은 아무 것도 제정하기를 결코 원하지 않는다.”(성규;머리45-46).


혹자는 학원대신 배움터란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어감도 뜻도 참 좋습니다. 

평생 주님과 이웃을 섬김는 법을 배워가야 하는 배움터가 바로 믿는 이들의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주님을 섬긴다함은 막연하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일인 미사와 시편 공동전례기도를 통해 직접적으로 주님을 섬기며 이웃을 섬김으로 

궁극엔 주님을 섬기는 우리들이기 때문입니다. 


수도생활의 궁극 목표도 섬김에 있습니다. 


주님 사랑이 수행의 동기요 수행의 결과 마음의 순수요 자유입니다. 

자유는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 이웃을 섬김으로 완성됩니다. 

섬김을 위한 자유요 말그대로 섬김의 사랑, 섬김의 겸손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은 제자들의 가치관을 바로 잡아 주십니다. 

세속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관이 형제들을 지배하고 통치하고 다스리는 것이라면, 

복음적 가치관은 이와는 반대로 형제들을 겸손한 사랑으로 섬기는 것입니다. 

바로 이런 섬김의 중심에 주님이 계십니다. 


예수님은 섬김의 모범이십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들은 백성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또한 너희 가운데에서 첫째가 되려는 이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20,25-28)


‘너희는 그래서는 안된다.’ 지배하고 통치하는 세속적 가치관에서 단호히 결별하라는 주님의 말씀입니다. 

예수님이 강조하는 바 섬김과 종의 영성 하나뿐입니다. 

평생 하느님과 이웃의 종이 되어 섬김의 삶으로 일관한 예수님이십니다. 


우리 믿는 이들의 공동체는 모두가 주님을 섬기는 배움터입니다. 

졸업이 없는 평생 주님과 이웃을 섬기는 법을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배움터입니다. 


섬김에는 영원한 초보자인 우리들입니다. 

섬김의 정신, 섬김의 영성이 바로 예수님의 생명이요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담겨져 있는 보물입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우리는 보물을 질그릇 속에 지니고 있습니다. 

그 엄청난 힘은 하느님의 것으로, 

우리에게서 나오는 힘이 아님을 보여 주시려는 것입니다. 

우리는 온갖 환란을 겪어도 억눌리지 않고, 난관에 부딪혀도 절망하지 않으며, 

박해를 받아도 버림받지 않고, 

맞아 쓰러져도 멸망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예수님의 죽음을 몸에 짊어지고 다닙니다. 

우리 몸에서 예수님의 생명도 드러나게 하려는 것입니다.”(2코린4,7-10).


바로 이런 예수님의 생명으로부터 나오는 백절불굴의 믿음이 우리 안에 담겨있는 보물입니다. 

하여 섬김의 직무에 결코 지치는 일이 없이 항구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깊이 잘 들여다 보면 질그릇 같은 내 안에 담겨 있는 섬김의 영성이란 보물입니다. 

사실 사람은 누구나 주님과 이웃을 섬기고 싶은 깊은 갈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수십년전 수도원 초창기의 체험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수도원에 살면서 왜 그렇게 불친절하냐는 격렬한 항의를 받고 즉시 깨달아 사과했던 추억입니다. 

당시의 깨달음이 서비스업의 3대 필수 조건입니다.


“아, 나는 주님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구나. 

그러니 첫째, 친절해야 하고, 

둘째, 실력이 있어야 하고, 

셋째 안팎의 환경을 좋게해야 하겠구나!”


하는 깨달음입니다. 


서비스업의 병원을 예로 든다면 의사는 친절해야 하고, 유능해야 하며, 제반 환경도 잘 갖춰야 한다는 것입니다. 

친절해도 무능한 것보다는 좀 불친절해도 유능한 의사가 더 좋습니다. 

주님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수도자들도 친절하고 영성이 출중하고 제반 환경도 잘 갖춰질 때 

주님께서 주신 섬김의 직무를 성공적으로 잘 수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비단 수도자뿐 아니라 믿는 모든 이들이 주님의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주님은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질그릇 같은 우리 안에 영원한 보물로 오시어 

우리 모두 당신과 이웃을 섬기는 삶에 충실하고 항구할 수 있도록 하십니다. 


“눈물로 씨뿌리던 사람들, 환호하며 거두리라.”(시편126,5).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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