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3일 (화)
(백) 부활 제4주간 화요일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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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17 -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 오수영 히지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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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현 [kjh2525] 쪽지 캡슐

2017-10-17 ㅣ No.115494




2017
10 17 () 가해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연중 제28주간 화요일) 복음 묵상


로마서 1,16-25
루카복음 11,37-41


오수영 히지노 신부님


<
겉을 중시하는 위선과 교만의 바리사이들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리 속담에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경계할 때 쓰는 말이지요. 여러분도 겉과 속이 다른 사람에게 속아넘어가거나 실망해서 이 속담을 떠올린 적이 한 두 번은 있을 줄로 압니다.

예수님도 오늘 복음에서 겉과 속이 다른 바리사이파 사람들을 "너희는 잔과 접시의 겉은 깨끗이 닦아 놓지만 속에는 착취와 사악이 가득 차 있다"라는 말씀으로 꾸짖습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잡수시는 예수님을 보고 깜짝 놀랍니다. 식사 전에 손을 씻는 것은 위생상 하는 일인데도 그들은 그 일을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례(規例)로 정해놓았으니 그럴 법도 했겠지요.

그러나 예수님은 속은 탐욕과 사악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겉으로는 깨끗한 체 하는 그들을 호되게 나무라십니다. 오늘 복음 바로 뒤에서는 십일조는 바치면서도 하느님을 사랑하는 일을 게을리 하고, 장터에 나가서는 인사받기를 좋아하는 그들에게 저주에 가까운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바리사이파인들과 율법학자들이 누구입니까? 그들은 율법의 세세한 것까지 엄격하게 지키고, 하느님이 즐겨 하시는 기도와 선행도 잘한다고 자부하는 사회 지도층이었습니다. '거룩하게 선별된 사람들'이라는 특권의식도 갖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남들 앞에서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나팔을 불고 다니고, 기도할 때도 남에게 보이려고 애를 썼습니다. 또 전통을 구실로 하느님 계명을 교묘히 거스르고, 단식할 때는 일부러 침통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다시 말해서, 남이 보지 않거나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것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열중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위선과 교만입니다. 그토록 인자하신 예수님께서 그런 것들이 얼마나 큰 죄인가를 깨우쳐주기 위해 '회칠한 무덤'이니 '독사의 족속들'이니 하는 심한 표현까지 써가면서 그들을 꾸짖은 것입니다.

저는 이 복음을 묵상하면서 '나는 과연 예수님의 이 질책을 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내 말과 행동 중에 바리사이파인들을 닮은 구석은 없는가 성찰했습니다.
잠깐이라도 좋습니다. 여러분도 오늘 하루를 보내면서 이 같은 묵상과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권합니다.

아울러 오늘 복음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한 대목을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다름 아니라 "이 어리석은 사람들아, 겉을 만드신 분이 속도 만드신 것을 모르느냐? 그릇 속에 담긴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다 깨끗해 질 것이다."라는 말씀입니다.

그릇에는 음식이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 눈에는 바리사이파 사람들의 그릇에 담긴 것은 음식이 아니라 '탐욕'으로 보였기 때문에 그렇게 권고하신 것입니다. 위선과 특권으로 착취한 것을 두고 하신 말씀입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루가복음에는 가난한 이들에게 대한 언급이 의외로 많습니다. 특히 가진 자들이 헐벗고 굶주린 이들과 나누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제시합니다. 예수님은 418절에서 "주님께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고 하시고, 621절에서는 "지금 굶주린 사람들아, 너희는 행복하다. 너희가 배부르게 될 것이다."라고 가난한 이들을 위로해 주셨습니다. 이어 1424절에서는 "자기 재산에 얽매여 있는 부자들은 주님의 잔치에 초대될 수 없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예수님의 이 말씀이 진실임을 누가 증거해야 하겠습니까? 바로 그 분을 주님이라고 믿고 따르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입니다. 우리가 굶주린 이들에게 진정으로 주님의 사랑을 증거하려면 예수님께서 "그릇 속에 담긴 것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라"고 하셨듯이 가진 것을 덜어 나눠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마음에 가득 찬 이기주의와 탐욕을 덜어내면,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게 내어줄 사랑은 참으로 많습니다. 여러분의 마음 속에는 사랑과 자비가 많습니다. 다만 그 사랑이 탐욕에 가려 묻혀 있을 따름입니다.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신부이다 보니 아무래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나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여러분의 마음 속에 있는 따뜻한 사랑을 베풀어주십시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지고 고통을 나누면 나눌수록 작아지는 법입니다. 그것이 바로 나눔으로써 풍요로워지는 신비입니다.

예수님께서 가난한 사람과 불구자 등 그 시대에 가장 소외된 이들을 잔치에 초대하셨듯이 여러분도 그런 사람들을 '생명의 식탁'으로 초대하십시오. 그래야만 여러분도 주님이 마련하신 잔칫상에 초대받을 수 있습니다.

나눔으로써 풍요로워지는 신비를 체험하는 하루가 되길 빌겠습니다.


오수영 히지노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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