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성철 스님이 어머니에게 돌멩이를 던져 쫓아 버렸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스님은 유림(儒林) 집안의 장남임에도 출가하셨다. 아들이 출가하자 어머니는 옷가지 등을 준비하여 찾았으나 아들은 결코 어머니를 맞지 않았단다. 처음에는 산으로 도망치다가 나중엔 아예 절 근처에 오지 못하게 돌멩이를 던지기도 하면서 멀리하셨단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돌멩이를 던졌다는 것은 분명 불효일 게다. 그러나 큰 깨우침을 얻고자 그렇게 한 것이리라. 혈육의 정을 넘어 더 많은 이들을 더 많이 사랑하려는 것이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고 계시는데, 성모님과 형제들이 그분을 만나려고 밖에 서 있었다. 그래서 누군가가 예수님께, “어머님과 형제들이 스승님 만나려고 밖에 계십니다.”하고 말하였다. 그러자 그분께서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하고 반문하셨다. 그리고는 제자들을 가리키시며 이르셨다.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뜻을 실행하는 이가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마태 12,46-50 참조)’

오늘 예수님께서는 뜻밖의 행동을 보이신다. 모처럼 어머니와 친척 형제들이 왔는데도, “누가 내 어머니고 누가 내 형제들이냐?”라고 반문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이들이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다.”라고 말씀하신다. 물론 그분께서는 성모님과 친척들을 무시하려는 의도로 말씀하신 것은 분명 아닐 게다. 혈연관계를 부인하려는 것도 더더욱 아니리라. 단지 혈연보다 더 중요한, 하느님과의 ‘새로운 관계’에 대해 말씀하신 거다.

우리 신앙인들은 세례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다. 우리는 한 분이신 주님을 믿고 그분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신앙 공동체의 일원이다. 우리는 모두 혈연만큼 강한, 신앙으로 굳게 맺어진 새로운 형제자매라 하겠다. 그런 만큼 우리가 저마다 하느님 뜻을 실천하려면 서로 도우고 이끌어야 한다. 세례 받았다는 자체로 하느님 나라가 보장되지는 않는다. 그만큼 행동이 따라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실천이 따르지 않은 채, 그저 입으로만 신앙을 고백하면, 주님의 ‘참된 자녀’라 할 수가 없다.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은 성모님께서 어린 시절부터 하느님께 봉헌되신 것을 기리는 날이다. 성모님의 부모님은 그녀를 세 살 되던 해에 하느님께 바쳤단다. 이날은 본디 예루살렘에 세워진 성모 성당의 봉헌을 기념하는 날이었으나, 1472년 식스토 4세 교황이 ‘복되신 동정 마리아의 자헌 기념일’로 선포하였다. 우리가 성모님을 공경하는 이유는 단지 예수님 어머니가 되신 것보다 하느님 뜻을 받아들이신 것에 더 큰 비중을 둔다. 사실 성모님을 공경할수록 예수님에 대한 믿음은 더욱더 깊어지리라. 성모님께서 그분께로 잘 인도해 주시니까. 사실 성모님만큼 예수님 뜻을 완전히 따른 이는 없다. 따라서 우리는 성모님을 마땅히 ‘공경해야 할 분’으로 늘 모셔야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