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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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5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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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7-20 ㅣ No.122090

 

성소국장 모임이 있었습니다. 회의 전에 친교의 시간을 갖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음료를 준비해서 이야기합니다. 회의 시간에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합니다. 교구의 어려움, 성소국의 고충을 이야기합니다. 친교의 시간에는 가벼운 이야기를 합니다. , 후배의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합니다. 교구에 오면 맛집을 소개하겠다는 이야기도 합니다. 삼국사기가 있어서 삼국의 역사를 알 수 있지만, 삼국유사가 있어서 삼국의 문화와 전통을 알 수 있습니다. 성소국장 모임도 공적인 회의가 있어서 자료를 남기지만, 친교의 모임도 있어서 서로 연대하고, 가까워지는 것 같습니다. 친교의 시간이 중요하기 때문에 매년 교구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제주에서 있었고, 올해는 전주에서 있었고, 내년에는 대전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강물이 어는 겨울에도 어느 한 곳에는 숨구멍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야 공기가 통하고, 그래야 물고기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예전에 사람들이 모이기 힘들 때가 있었습니다. 긴급조치가 있었고, 유신헌법이 있었고,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뽑지 못할 때가 있었습니다.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찾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과도한 공권력을 피해서 찾아가던 곳이 있었습니다. 인권이 꽁꽁 얼어붙어 있던 시절에 숨구멍과 같은 곳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명동성당이라고 불렀습니다. 경찰에 쫓기던 학생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힘없던 노동자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억울한 사람들이 찾아오던 곳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이렇게 이야기하셨습니다. “이 학생들을 잡아가려거든 먼저 나를 잡아가시오, 그 뒤에는 사제들이 있고, 그 뒤에는 수도자들이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숨구멍과 같은 분이셨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지치고 힘든 사람은 모두 오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그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셨습니다. 눈먼 이는 뜨게 해 주셨고, 듣지 못하는 이는 듣게 해 주셨고, 나병 환자는 깨끗하게 해 주셨습니다. 돌아온 아들은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잃어버린 한 마리 양을 찾는 목자의 헌신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영적으로 목마른 이들에게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물을 주셨습니다.

 

율법과 안식일은 지켜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계명이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내재한 악한 습성을 고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분쟁과 갈등을 풀어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율법과 계명을 지킬 수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푸는 것입니다. 지금 굶주린 사람에게 일하지 않았던 게으름을 탓하기 전에 먹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지금 헐벗은 사람에게 부모의 말을 듣지 않았던 어리석음을 탓하기 전에 입을 것을 주는 것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자비이고, 이것이 예수님께서 이 땅에서 보여주신 사랑입니다.

 

율법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안식일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의 것에 취해서 율법을 지키지 않는다면, 안식일을 지키지 않는다면 당연히 그 잘못을 탓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정자들은 더욱 정직해야 하고, 더욱 겸손해야 하고, 더욱 청렴해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군대에 가야 하는데 편법으로 가지 않는 사람, 세금을 내야 하는데 불법으로 내지 않는 사람은 군대에 가야 하고, 세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바리사이파와 율법 학자들의 가식과 위선을 탓하셨습니다. 그들의 교만과 독선을 탓하셨습니다.

 

저는 첫 번째 본당 신부님을 자상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이들을 포용해 주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그분에게는 안 되는 것도 없고, 되는 것도 없고 그랬습니다. 다만 한 가지 본인에게는 무척 엄격하셨습니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기도하셨습니다. 신자들이 원하는 것은 가능하면 들어 주셨습니다. 하지만 재물에 대해서 청렴하셨습니다. 가난하게 사셨습니다. 언제나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두 번째 본당 신부님은 엄격하고 원칙적이셨습니다. 박사학위도 3개나 있었습니다. 신부님의 말씀은 곧 법이었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습니다. 본당의 모든 단체는 질서를 잘 지켰습니다. 본당의 모든 시설물도 관리가 잘 되었습니다. 신부님은 생활이 시계추와 같으셨습니다. 저는 신부님을 존경하였지만, 신부님께서 엄하셨기 때문에 무척 어려웠습니다.

 

오늘 우리는 안식일에 대한 예수님의 해석을 들었습니다. 법과 원칙은 만인에게 평등해야 합니다. 법과 원칙은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것만 잘 지켜져도 우리 사회는 발전하고, 모든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또 다른 말씀을 하십니다. 모든 법과 원칙은 사람을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하십니다. 나에게는 엄격하지만, 상대방에게는 관대한 법 적용을 말씀하십니다. 사람의 아들이 안식일의 주인인 것은 더 많은 자비를 베풀고, 더 많이 사랑하라는 뜻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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