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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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2주간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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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11-13 ㅣ No.125088

 

연수원 신부님들과 함께 올레 16번 길을 걸었습니다. 아름다운 바닷가와 수산봉 오름, 항몽 유적지를 둘러보는 길이었습니다. 경치를 보는 것도 즐거움이고, 걸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16번 길을 걸으면서 시()가 있는 마을을 보았습니다. 동네를 걸으면서 시를 하나씩 읽어보는 것도 기쁨이었습니다. 마을에 있던 시를 하나 소개하고 싶습니다.

 

진검(眞劍)

 

진검을 지닌 이

진검 그것 외엔 가진 것 없는 이는

좀체 칼을 뽑지 않는다.

한 남자와 한 여자도

사랑한다는 마음의 진검을

평생 동안 아껴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날에 서로

알고 있었다.”

 

문득 나의 진검은 무엇인지 생각하였습니다. 외모는 아닌 것 같습니다. 내세울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능력도 아닌 것 같습니다. 기억력도 예전 같지 않고, 계획을 세운 것도 잘 지키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성격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작은 일에도 상처를 받고, 무심코 한 말 때문에 이웃에게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어떤 모습에서 저의 진검을 보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매일 묵상 글을 쓰고, 때로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고, 미사를 봉헌하면서 강론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많은 말을 하지만 그 말들이 저의 행동으로 드러나는지 못하고 있습니다.

 

뽑지 않아도 드러나는 진검은 무엇인지 생각합니다. 꽃은 말하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지만 아름다움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꿀은 벌에게 주고, 꽃은 나비에게 주고, 향기는 바람에 날려 보내지만 꽃은 더 많은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꽃의 진검은 내어줌에 있는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저를 통해서 그리스도의 향기가 조금이라도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미국의 인권 변호사인 브라이언 스티븐스는 이렇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최악의 행동보다 훨씬 가치가 있는 존재이다. 누군가가 거짓말을 했다고 해서 그 사람이 단지 거짓말쟁이인 것만은 아니다.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쳤다고 해서 단지 그가 도둑인 것만은 아니다. 설령 그가 다른 사람을 죽였다고 하더라도 그가 단지 살인자인 것만은 아니다.”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우리는 비록 죄를 짓고, 허물로 더러워졌을지라도 하느님께서 넣어주신 진검이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능력과 재능과 업적 때문에 우리와 함께 하시는 분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비록 우리가 허물이 있고, 뉘우치지도 않고, 하느님 생각을 하지 않을지라도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조건 없이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신앙인이 가져야 할 진검을 이야기합니다. “그대 자신을 모든 면에서 선행의 본보기로 보여 주십시오. 가르칠 때에는 고결하고 품위 있게 하고 트집 잡을 데가 없는 건전한 말을 하여, 적대자가 우리를 걸고 나쁘게 말할 것이 하나도 없어 부끄러운 일을 당하게 하십시오.” 바오로 사도가 요구하는 진검은 선행의 본보기를 보이는 것입니다.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신앙인은 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치 종이 주인을 위해서 일하듯이,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의 영광은 주님께로 돌려야 한다고 하십니다. 그러면 모든 것을 아시는 하느님께서 갚아 주신다고 하십니다. 주님께서는 지혜의 열매를 말씀하십니다. 그것은 바로 겸손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요구하시는 진검은 겸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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