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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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2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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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3-23 ㅣ No.128457

 

2호선 합정역에서 좋은 글을 보았습니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이며, 한국 천주교회와 깊은 연관이 있는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시입니다. 정약용 선생은 정조의 든든한 후원으로 관직에 올랐지만, 정조가 사망하고, 천주교를 믿는 가족들이 박해를 받으면서 오랜 기간 유배지에서 지내야 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유배 기간이었지만 정약용 선생은 이를 학문 연마의 기회로 삼았고 500여 권이 넘는 방대한 저술을 남겼으며, 조선 후기 실학을 집대성한 학자가 되었습니다. 시의 제목은 홀로 웃는다.’입니다. 안식년을 보내고 있는 제게 자신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곡식 넉넉한 집엔 먹을 사람 없는데

자식 많은 집엔 굶주림 걱정하네.

영달한 벼슬아치 어리석기만 한데

재주 있는 사람 기회조차 얻지 못하네.

 

집안에 복을 다 갖춘 집 드물고

지극한 도는 늘 펴지지 못하네.

아비가 아낀다 해도 자식이 늘 탕진하고

아내가 지혜로운가 싶으면 남편이 꼭 어리석네.

 

달이 차도 구름이 가리기 일쑤고

꽃이 피어도 바람이 떨구네.

세상만사 이렇지 않은 게 없어

혼자 웃는 그 뜻을 아는 이 없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도 정약용 선생님이 살던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갑질 논란으로 빈축을 사는 부자가 있으며, 부정을 눈감아 주고 대가를 챙기는 권력기관이 있으며,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질만 해대는 정치인이 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하지 않는데 김칫국 먼저 먹는 사람도 있고, 올챙이 적 생각을 하지 못하는 개구리와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꼭 필요해서 함께 일하고자 하는 분은 겸손이 지나쳐서 사양하곤 했습니다. 신자들과 갈등과 분란을 일으키는 분은 의욕이 넘쳐서 여기저기 발을 담그곤 했습니다. 신부님 중에서도 그런 분들을 보았습니다. 어디에 있어도 잘하실 신부님은 시골의 공소로 자원해서 가곤 합니다. 기회를 주지만 교구장님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분도 있습니다. 정약용 선생이 이야기한 것처럼 세상은 공평하지 않은 것 같고, 정의롭지 않은 것 같고, 모순덩어리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세상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3가지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비록 아버지의 유산을 탕진하고, 방탕한 생활을 하였지만 뉘우치고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왔던 둘째 아들의 마음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살진 송아지를 잡고, 잔치를 벌여 주는 따뜻한 아버지의 마음입니다. 돌아온 동생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동생을 위해서 잔치를 벌여 주는 아버지에게 따지는 완고한 형의 마음입니다.

 

오늘의 화답송은 하느님의 자비하신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네 모든 잘못을 용서하시고, 네 모든 아픔을 없애시는 분, 네 목숨을 구렁에서 구해 내시고, 자애와 자비의 관을 씌우시는 분, 끝까지 캐묻지 않으시고, 끝끝내 화를 품지 않으시며, 우리를 죄대로 다루지 않으시고, 우리의 잘못대로 갚지 않으시는 하느님이십니다. 하늘이 땅 위에 드높은 것처럼, 당신을 경외하는 이에게 자애가 넘치시며, 해가 뜨는 데서 해가 지는 데가 먼 것처럼, 우리의 허물을 멀리 치우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완고한 마음을 비우고,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믿으며 은혜로운 사순시기를 보내면 좋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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