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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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도 편히 못하는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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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19-04-23 ㅣ No.129256

 

 

오늘 오후에 꾸리아 회의를 앞두고 간부 회의가 성당에서 있었습니다.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우산을 쓰고 저는 제 일을 보기 위해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맞은 편 도로를 한 여학생이 비를 맞고 걸어가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보면서 걸었습니다.

 

가면서 순간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남학생이었다면 편하게 제가 건너가 가는 길만이라도 쒸워주는 게 편할 텐데 여학생이라서 조금 망설여졌습니다. 많은 비가 아니더라도 하굣길에 계속 비를 맞고 가면 저는 혹시라도 감기라도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 요즘 애들이 시험기간이라 특히 더 감기에 걸리면 되지 않기에 제가 안 되겠다 싶어 신호등이 있는 곳에서 횡단을 해서 우선 애를 안심시키고 어디까지 가는지 물어보고 마침 제가 가는 목적지 옆이 집이 있어서 제 학원 근처까지 동행을 했습니다.

 

애를 편하게 해 주려고 나 나쁜 사람아니고 또 나도 애들이랑 같이 생활하는 사람이라 그래서 쒸워주는 거니까 마음 편하게 가져라고 하면서 분위기가 서먹서먹해 여고생이니 하니 여중 3학년이라고 하더군요. 집에 가면 빨리 교복 갈아입어야 감기 걸리지 않을 거야 하면서 조금 대화를 나누며 걷다 보니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 그래서 저는 잘 가라고 하면서 애를 보내주었습니다.

 

원래는 아파트 입구까지 데려다주고 싶었는데 제가 처음에 몇 동이니 하니 멈칫해서 제가 요즘 세상이 워낙 험학한 세상이 되어서 제가 빨리 눈치를 채고 그냥 아파트 입구까지만 같이 오고 헤어졌습니다. 아무 것도 아닌 선행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합니다. 이런 일도 고민을 하면서 도와주어야 되는 시대의 현실이 말입니다. 조금 전에 레지오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만 저희 레지오에 제 대부님도 계십니다.

 

제 대부님은 활동보고 시간에 선행이 있으면 보고를 하십니다. 저도 보고를 한 후에 그냥 보고를 할까 하다가 그냥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걸 가지고 선행이라고 보고하려고 하니 성모님께 민망한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만약 성당을 다니지 않았더라도 오늘 같은 상황이면 제가 낮에처럼 똑같이 했을 겁니다. 아무래도 제가 애들이랑 같이 호흡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선행도 마음 편히 못하는 세상이라 참 아쉽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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