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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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제4주간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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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5-16 ㅣ No.129717

 

여행하면서 광장을 보았습니다. 광장에는 그 지역을 대표하는 동상이 있습니다. 광장은 넓기에 사람들이 모이기 좋습니다. 광장의 주변에는 성당, 관공서, 공연장이 있기에 전망이 좋고, 사진을 찍기도 좋습니다. 서울에도 광화문 광장, 북경에도 천안문 광장, 프랑스에도 개선문 광장이 있습니다. 광장은 대부분 그늘이 적기 때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 광장 주변에는 골목길이 있습니다. 골목길을 중심으로 기념품을 팔기도 하고, 식당도 있고, 작은 거리의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오래된 물건을 구경할 수도 있습니다. 서울도 광화문 광장만으로는 서울의 본 모습을 알기 어렵습니다. 종로, 인사동, 남촌, 북촌, 덕수궁을 둘러봐야 서울의 문화와 역사를 더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광장은 말하지 않고 모습을 보여주지만, 골목길은 현지인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습니다. 사람도 겉모습만으로는 생각과 가치를 알기 어렵습니다. 함께 대화하고,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향을 알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하기 전에 먼저 들어야 합니다. 주변에서 벌어지는 많은 갈등과 분쟁은 먼저 듣지 않고, 자신의 의견과 주장만을 말하기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 이야기를 하는데 한 명이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순간 무시당한다는 생각이 앞섰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의자에 앉아서 이야기하는데 혼자만 침대에 기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해가 풀렸습니다. 심장이 약하기 때문에 피곤하면 어딘가 기대야 했다고 합니다. 무시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침대에 기대서라도 우리와 함께 대화하려 했던 마음이었습니다. 겉모습만 보고 판단한 저의 실수였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구원의 역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광장이 그 도시의 역사를 알려주듯이, 바오로 사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셔서 예언자를 보내셨고, 판관, 왕을 보내셨다고 이야기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제 사랑하는 아들 예수님을 우리에게 보내주셨는데 세례자 요한이 그분의 신발 끈을 풀 수 없을 만큼 위대하신 분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회당에 모여 있던 사람들은 바오로 사도의 설명을 들었고, 하느님 구원의 역사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드러나고 있음을 이해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거시적인 구원의 역사를 말씀하시지는 않았습니다. 골목길이 사람의 냄새가 나는 것처럼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참된 사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가난한 이, 아픈 이, 외로운 이에게 먼저 다가가셨습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셨고, 그들의 갈망을 풀어 주셨습니다. 사랑은 먼저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먼저 듣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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