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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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2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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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11-14 ㅣ No.133852

인터넷 덕분에 교구 홈페이지를 볼 수 있습니다. 각 부서의 공문이 있습니다. 사목 자료실이 있습니다. 교구장님의 사목 지침을 볼 수 있습니다. 멀리 있지만, 교구의 소식을 알 수 있으니 좋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면서 가장 좋았던 건 성직자 사진첩이었습니다. 주교님들과 신부님들의 사진을 보면서 잠시 기도했습니다. 사목 현장에서 자리를 내주신 원로 사제가 있습니다. 건강상의 문제로 휴가 중인 사제가 있습니다. 함께 사목했던 사제, 반가운 얼굴의 사제도 있습니다. 같이 배우지는 않았지만, 이제 막 사제단에 합류한 후배 사제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성직자 사진첩의 맨 뒤에 있었는데 어느덧 중간보다 훨씬 앞에 저의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첩을 보니 사제의 삶이 보이는 듯했습니다. 눈에는 총기가 있고, 활력이 넘치는 사제의 모습,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무난하게 주어진 소임을 수행하는 사제의 모습, 건강의 문제로 잠시 충전의 시간을 보내는 사제의 모습, 가톨릭 평화신문 미주 지사라는 소임과 함께 저의 사진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주시고, 교회를 위해서 기도하시는 원로 사제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달릴 길을 다 달리신 원로 사제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그 길을 충실히 따라가고 싶었습니다. 제 뒤에 있는 사제들에게 선배 사제들처럼 모범을 보이고 싶었습니다.

 

성직자 사진첩을 보면서 공자와 자공의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말로써 진리를 배우고자 하던 제자 자공에게 주는 공자의 가르침입니다. “만약 선생님께서 말씀을 아니 하시면, 성인(聖人)의 도를 어떻게 배워서 무엇을 가지고 도를 기록하고 남기겠습니까? 공자는 말을 들어서 도()를 배울 생각은 잘못이며 도는 성인의 행동을 몸으로 체험하여 그것을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늘이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느냐? 하늘은 말이 없어도 계절이 바뀌며 만물은 철을 찾아서 자라지 않는가. 그런데도 하늘은 말이 없다.”

 

오늘 제1 독서에서 이렇게 말을 합니다. “세상을 연구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아는 힘이 있으면서, 그들은 어찌하여 그것들의 주님을 더 일찍 찾아내지 못하였는가? 눈에 보이는 좋은 것들을 보면서도 존재하시는 분을 보지 못하고, 작품에 주의를 기울이면서도 그것을 만든 장인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잘살 수 있도록 능력과 재능을 주셨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그릇된 방향으로 사용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을 죽이는 무기를 만드는데, 재능을 사용합니다. 사람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마약을 만들어 냅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삶의 터전에서 몰아내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의 길을 이야기하십니다. 하나는 노아와 롯의 길입니다. 이 세상에 살면서 하느님의 뜻을 따르고, 이웃을 사랑하는 길입니다. 그 길을 충실하게 따라가면 아무런 두려움이 없다고 하십니다. 이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자신의 욕망을 따르는 길입니다. 권위와 독선의 길입니다. 이웃을 배려하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길입니다. 그 길의 끝에는 전쟁, 폭력, 기아, 가난, 난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선택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정화하시고, 심판하시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성령의 은사를 받아들여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살면 될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함께 나눈다면, 우리가 말씀을 가슴 속에 담고 산다면 세상의 마지막 날이 온다고 해도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광을 말하고, 창공은 그분의 솜씨를 알리네. 낮은 낮에게 말을 건네고, 밤은 밤에게 앎을 전하네. 제 목숨을 보전하려고 애쓰는 사람은 목숨을 잃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살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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