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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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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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07-09 ㅣ No.139390

경찰관이나 선생님, 의사가 젊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이 얘기하는 화제에 대해 잘 모른다. 허리를 숙이면 소리가 난다. 일상적으로 쓰이는 전자기기들의 작동 방법을 잘 모르게 된다. 몸이 뻣뻣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오후에 낮잠을 자야 한다. 몸을 굽힐 때 신음소리가 나온다. 최신 음악 그룹의 이름을 모른다. 관절염이나 병에 대해 많이 얘기한다. 시끄러운 술집을 싫어한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 중년이라고 합니다. 제게도 해당 되는 점이 있는 걸 보니 저도 중년인가 봅니다.

 

공자는 40세에 세상의 일에 미혹되지 않았고, 50세에 하늘의 뜻을 알았고, 60세에 마음이 유순해져서 무엇을 듣더라도 거북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자가 생각하는 중년이라면 아직 멀었다는 생각입니다. 세상의 일에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입니다. 하늘의 이치를 따르기보다는 나의 욕심과 욕망을 따를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감언이설에 마음을 빼앗기곤 합니다. 무엇을 더 채우려는 생각에서는 중년이지만, 하늘의 이치를 깨닫고 실천하는 면에서는 중년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몸의 중년을 맞이할 것입니다. 생각의 중년, 마음의 중년은 끊임없는 성찰과 수련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은 신앙의 중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길은 올곧아서 의인들은 그 길을 따라 간다고 합니다. 죄인들은 그 길에서 비틀거린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혜와 분별이 충만하여서 주님의 길을 충실하게 걸어간다면 우리는 신앙의 중년을 사는 것입니다. 진리의 영을 받아들여 하느님의 말씀을 기억하는 사람이 신앙의 중년을 사는 것입니다. 두려워하고 걱정하기보다는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믿고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는 사람이 신앙의 중년을 사는 것입니다.

 

복약 안내서를 써주는 한의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한의사는 색다른 복약 안내서를 작성했다고 합니다. 처방된 약이 어떻게 몸을 바꾸어 나갈 것인지, 앞으로 치료 계획은 어떻게 되는지, 몸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어떤 증상이 나타날 것이며, 스스로 몸을 어떻게 관찰하면 좋을지 알려주었다고 합니다.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복약 안내서를 읽고 기뻐하는 환자들이 있어서, 변화된 몸을 스스로 느끼는 환자들이 있어서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좋은 치료는 그저 약을 주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라는 한의사의 말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사제의 강론은 하느님의 사랑을 전해주는 안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제는 먼저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합니다. 본인이 변해야 남에게 전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시대의 흐름과 표징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허리가 아픈 사람에게 머리에 좋은 약을 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본인의 몸과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율법을 이야기하면서 율법을 실천하지 않는 율법학자의 위선을 책망하셨습니다. 실천이 없는 신앙은 참된 신앙이 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채워진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욕망을 다 채우기도 힘들지만, 그렇게 채워진 것들은 그것이 사라지게 되면 더욱 공허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화려한 언변과 지식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해 주려는 태도입니다.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신앙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신앙은 고통 중에서도, 절망 중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아 갈 수 있는 이정표입니다. 그렇게 끝까지 견디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넘길 때, 어떻게 말할까,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그러나 끝까지 견디는 이는 구원을 받을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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