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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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떤 처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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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0-08-28 ㅣ No.140375

 

오늘 복음도 잘 아시는 복음입니다. 신랑되신 예수님을 기다리는 우리의 모습을 처녀로 비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매일미사에도 오늘 복음 묵상의 내용이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왜 예수님은 이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낮에 오시는 상황을 설정하시지 않았을까요?

 

낮에 오시면 뭘 준비할 게 딱히 없으니 밤에 오셨을까요? 그건 예수님 마음이라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신랑은 처녀들을 데리고 혼인잔치에 갈 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평소에 신랑을 생각하며 기다리는 처녀를 데리고 가고 싶었을 겁니다. 신랑이 어디 가서 뭐하는지 아무런 관심도 없는 처녀한테 마음이 가겠습니까? 근데 신랑은 고민이 되었을 겁니다.

 

깨어서 잘 기다리는 처녀를 가려야 하는 방법을 골몰하게 고민했을 겁니다. 그래서 야심한 밤을 선택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처음에는 잘 기다렸을 겁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1년이 가고 하다 보면 온갖 생각이 떠오를 겁니다. 오기는 올 건지 하고 말입니다.

 

급기야는 이러다가는 시집은 다 갔다고 생각하고 원래 기다리는 신랑을 기다렸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처녀로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앞이 캄캄할 겁니다. 그렇게 신세한탄을 하다 보면 신랑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그만 자포자기한 상태로 지칠 수도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처녀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모든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일편단심 오매불망 오로지 내 님만을 위해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이런 처녀들이 있다면 이런 처녀들은 그렇다면 무대포로 기다릴까요? 무대포로 기다린다면 슬기로운 처녀라고 하지 않았을 겁니다. 기다리는 게 힘들겠지만 그들에게는 하나 분명한 소망이 있었을 겁니다. 분명히 신랑이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는 믿음말입니다. 그런 믿음이 없다면 절대 기다릴 수가 없었을 겁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비유에서 어리석은 처녀들이 어리석다고 하는 제일 관건은 바로 그들에게는 기름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있기는 있는데 양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오늘 매일미사에 나오는 박신부님의 묵상글에는 믿음을 선행이라고 설명을 하셨습니다.

 

또 다른 해석은 믿음으로 비유를 하기도 하더군요. 이때 믿음은 신앙생활에서의 믿음인 신심 이런 걸 나타내는 믿음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만약 믿음이라고 한다면 오늘 비유에서 어리석은 처녀들이 기름을 차용하려고 하지만 결과는 차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이로써 알 수가 있는 건 믿음은 돈으로도 살 수가 없다는 의미도 담겨 있으리라고 봅니다.

 

만약 믿음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그런 믿음으로 신랑한테서 간택이 되어 혼인잔치에 간들 그 혼인잔치가 신성한 혼인잔치가 되지 않을 겁니다. 왜냐하면 순수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믿음, 누가 훔쳐가려고 해도 훔쳐갈 수가 없는 그런 믿음을 스스로가 키워야 할 겁니다.

 

오늘 복음에서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는 평소에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성실히 잘 하면서 스스로 신랑이 반드시 자기를 데리러 오리라는 믿음과 그런 마음 바탕에서 신랑을 향한 독실한 마음을 견지하려고 애써 노력하는 과정이 아마 오늘 복음에서 말하는 기름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 나오는 슬기로운 처녀들이 어리석은 처녀들에게 하는 말을 보면 인간적인 시각에서 참 야박한 말입니다. 그렇다고 복음에서는 그들이 야박하다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오매불망 언제 올지도 모르고 일편단심으로 기다렸는데 그렇게 하면 자칫 신랑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근데 또 하나 생각할 게 있습니다.

 

나중에 기름을 사서 간다고 해도 문을 열어주지 않는 것입니다. 이걸 보면 평상시의 마음 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가 있습니다. 슬기로운 처녀는 평소에도 한결같은 마음이었습니다. 당연히 어떤 신랑이라도 그런 처녀를 좋아하지 신랑을 기다리는 마음은 콩밭에 가고 없는 처녀를 좋아할 리는 없을 겁니다. 지금 저는 예수님을 맞이하러 등을 가지고 마중하려고 간다고 했을 때 등을 밝힐 기름이 얼마나 있는지 성찰해 본다면 앞이 캄캄합니다. 저도 기름을 지금부터서라도 잘 준비를 하고 싶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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