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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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운명의 시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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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연 [fisherpeter] 쪽지 캡슐

2020-09-30 ㅣ No.141118

 

오늘 복음은 마치 나에게 들려주시는 복음인 것 같다. 이제 약속의 시간인 10월이 다가왔다.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복음은 죽은 자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하라고 하시면서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지 말라고 하신다. 우연의 일치일까? 3개월이라는 시간을 생각보다는 잘 견뎠다. 많은 생각을 하며 지냈고 나름 성소에 대한 희망의 불꽃이 사그라들지 않게 하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다.

 

하느님께서는 주사위를 어디로 던지셨을까? 솔직하게 표현을 한다면 약간 두렵기도 하다. 지금까지 세상에 살다가 이 나이에 수도 생활을 시작하려고 한다는 것과 생활해온 환경이 달라서 짧은 시간은 잘 모르겠지만 1년이고 2년이고 남은 생애 동안 잘 하고 수도복을 입고 죽을 수 있을지 말이다.

 

내일 추석에 아마도 가족들과도 나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해 마찰이 있을 걸 예상한다. 각오는 이미 하고 있지만 힘든 시간이 전개될 것 같다. 신앙을 떠나서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 길을 가고 싶다고 20대부터 열망했던 길이고 그 길을 가지 못해 아쉬움을 항상 가지며 살았는데 막상 그 길을 가려고 하니 약간 두려움이 앞서는 게 솔직한 마음이지만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만약 이 기회를 포기하고 싶으면 얼마든지 포기할 수가 있을 것이다. 어떤 두려움 때문에 포기를 한다면 나중에 언젠가는 분명히 땅을 치며 후회를 할지 모를 것이다.

 

실제로는 이런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았을 텐데 극적으로 수도원에서 저번에 내부의 다른 규칙을 적용해서 기회를 주셨고 그때 그 기회를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살리지 못했었다. 이제 다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이 왔다.

 

이 세상에 대한 모든 미련을 떨쳐버려야 수도생활을 할 수가 있다. 먹는 음식 문제와 두 번 나누어 잠을 자면서 자정에 새벽기도를 하는 생활이 얼마나 잘 적응이 될지 모르겠다. 저번에 할 땐 나름 일주일이었기 때문에 별무리 없이 했지만 장기간 이어질 때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그동안 음식에 대한 고민은 이런 생각으로 많이 잠재웠다. 그동안 먹어왔던 음식 습관 때문에 음식에 대한 그리움도 있겠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순간 혀만 즐겁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박 차게 되면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될 것이라고 계속 나 자신에게 주문을 걸었다. 어차피 죽으면 썩어질 몸인데 하면서 말이다.

 

왜 이 길을 굳이 가려고 하는가 누군가 묻는다면? 굳이 이 길을 가는 것만이 구원이 될 거라서 그 길을 가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난 내 영혼의 구원 때문에 이 길을 가려고 하는 게 아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도 모르지만 예수님께서 가신 길을 부족한 사람이지만 온전히는 아니더라도 예수님의 길을 따르고 싶다는 내적인 욕망이 있는 것이다. 이런 길을 간다고 해서 하늘나라에서 어떤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자세히 생각해보면 보상을 기대한다는 것도 무례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 길을 가야 되는 게 어쩌면 정상인 길인지 모른다.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정상이 되지 않는 게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런 길을 가는 건 응당 하느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대해 보답의 길이 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죽을 수밖에 없는 영혼을 당신의 피로 살려주신 은혜를 생각한다면 당연한 이야기일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해서 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은 절대 아니다.

 

하느님께서 나의 길을 어떻게 예비하셨는지는 지금으로서는 모르지만 만약 당신께서 예비하신 길이라면 베드로 사도에게 남기신 말처럼 젊었을 때는 띠를 매고 아무곳이나 돌아다녔지만 나중에는 하느님께 두 팔 벌려 자신을 바치게 될 운명이라고 말씀하신 것처럼 나의 운명의 손길도 이제 그런 것처럼 남은 생애를 그렇게라도 해서 하느님께 부족하고 부족한 사람이지만 이 몸을 산 제물로 하느님 제단에 바쳐야 될 운명인지 모르겠다. 만약 그게 나의 운명이라면 어찌 감히 하느님의 뜻을 거역할 수가 있을까? 비록 부족하고 연약한 사람이라 넘어지면 또 일어나서 걸을지언정 하느님의 뜻에 순명하는 아들이 되고 싶다.

 

만약 하느님께서 진정 이 길이 나를 위해 예비하신 길이라고 하는 게 어떤 확고한 확신이 든다면 나는 어떤 난관이 닥쳐와 뼈가 어스러지는 고통이 온다고 해도 하느님의 뜻에 따라야 할 것이다. 절대 이 길은 인간의 힘과 의지만으로는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하느님께서 동행해 주시지 않으면 절대 갈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 좋은 길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살면 세상 생각에 빠져 살다가 한 번씩 하느님만 생각하며 살 텐데 그곳에 가면 그나마 모든 순간순간이 하느님만을 생각하는 생활 환경이라 그걸 축복과 은총으로 여겨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하느님의 던져진 주사위에 내 운명이 걸려 있다. 어떤 결과든지 수용할 생각이다. 만약 그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세상에 살면서 세상 속에서 복음의 삶을 열심히 살다가 생을 마감할 것이다. 오늘 시간이 자정을 지나면 수도원에 메일을 보내 앞으로 피정 일자를 조율하고 싶은 의사를 전달하고 조용히 답장을 기다리며 하느님의 뜻을 기다릴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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