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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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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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0-16 ㅣ No.141471

사면초가(四面楚歌), 불가항력(不可抗力)’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마치 권투를 하는데 양손을 뒤로 묶인 체 시합에 나가는 것 같은 상황입니다. 저항 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도와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이 사나운 이리 때 가운데 놓여있는 상황입니다. 우리가 주님으로 믿고 고백하는 예수님께서도 그런 일을 겪으셨습니다. 믿었던 제자들은 도망가고 말았습니다. 사랑했던 군중들은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소리쳤습니다. 권력을 가졌던 빌라도, 헤로데, 가야파, 바이사리파, 율법학자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무죄하신 예수님을 죄인으로 만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예견하신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기도하셨습니다. “아버지 하실 수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아버지의 뜻을 따랐던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이렇게 외쳤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어찌하여 저를 버리시나이까?”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처럼 고난의 순간에, 고통의 시간에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랬습니다. 십자가의 길에 키레네 사람 시몬은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갔습니다. 기운을 차리신 예수님께서는 다시 십자가를 지고 가실 수 있었습니다. 베로니카는 예수님 얼굴에 흐르는 피와 땀을 닦아 드렸습니다. 교회의 전승에 따르면 베로니카는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져서 치유되었던 하혈하던 여인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수님의 사랑으로 변화되었던 자캐오의 아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꽁꽁 얼어있는 강에 숨구멍이 있는 것처럼 어둠 속에서도 빛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안식년 중에 노숙자들을 위해서 무료 밥집을 운영했던 사제가 있었습니다. 안식년을 마치면서 새로운 임지로 갈 수 있었지만 교구에 청해서 새로운 임지를 무료 밥집으로 정했습니다. 매일 찾아오던 노숙자들의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세상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이렇게 주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가는 시몬, 주님의 얼굴을 닦아드린 베로니카와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10년 전의 이야기입니다. 칠레의 산호세 광산에서 구조작업이 있었습니다. 지하 600미터 깊이의 지하 갱도에서 69일간 갇혀있던 33명의 광부들이 구조되었습니다. 인생의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어두운 지하에서 구조된 광부들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칠레의 정부와 국민들은 모두 한 마음이 되어서 구조되는 광부들을 환영하고 기뻐하였습니다. 구조된 광부의 말이 제게는 큰 감동이었습니다. ‘우리는 33명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분이 계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34명이 함께 있었습니다. 또 다른 분은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믿음은 굶주림을 이길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지켜주신다는 믿음은 어두운 갱도에서 희망을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 도와주시기에 69일은 마치 하룻밤과도 같을 수 있었습니다. 광부들은 어두운 지하에서 구조 될 때도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합니다. ‘먼저 올라가십시오. 저는 나중에 올라가겠습니다.’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어두운 지하에서 69일을 견딜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회당이나 관청이나 관아에 끌려갈 때, 어떻게 답변할까, 무엇으로 답변할까, 또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해야 할 말을 성령께서 그때에 알려 주실 것이다.” 칠레의 광부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행동으로 실천했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시련과 고난 앞에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저의 모습과는 다른 삶입니다. 어제 주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육신을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마십시오. 육신을 죽인 다음 지옥에 던지는 권한을 가지신 분을 두려워하십시오.’ 성령의 이끄심에 우리를 맡겨드리며, 주님과 함께 충실하게 살아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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