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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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스테파노신부님 살레시오회 : 인간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따뜻하고 자상한 하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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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석 [pys2848] 쪽지 캡슐

2021-12-09 ㅣ No.151496

복음서 전반에 걸쳐 나타난 예수님의 삶과 언행을 종합해볼 때 예수님의 얼굴은 절대로 경건하거나 엄숙한 얼굴이 아니었습니다. 절대로 목이 뻣뻣하다거나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은 너무나 편안한 분이셨습니다. 그분의 주변에는 세리와 죄인들로 붐볐습니다. 그분의 성품이 얼마나 소탈했으면 가시는 곳마다 아이들이 졸졸 뒤따랐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은 당대 지도자들처럼 어렵지 않았습니다. 예수님 말씀이 얼마나 재미있고 감동적이던지 강의를 시작하면 수 만명의 사람들이 운집해 그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리 내면에 형성된 하느님 상을 과연 어떤 모습입니까? 혹시라도 그 하느님 상이 왜곡된 것은 아닙니까? 두려운 하느님, 처벌자 하느님, 진노하는 하느님, 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하느님...

 

우리의 하느님은 이미 성경 전체를 통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복음서에 나타난 예수님의 모습을 통해서 명확하게 잘 소개되고 있습니다. 다른 무엇에 앞서 우리의 하느님은 자비와 연민, 용서와 사랑의 하느님이십니다.

  

자신을 등지고 떠나간 둘째 아들, 순식간에 유산을 다 까먹고 맨발의 거지가 되어 돌아온 아들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저 말없이 끌어안고 등을 토닥여주는 아버지의 모습이 참된 우리 하느님의 모습입니다.

 

하느님에 대한 걱정, 우리 죄에 대한 걱정, 종말에 대한 걱정은 이제 한쪽으로 밀쳐두길 바랍니다. 대신 인간미가 철철 흘러넘치는 따뜻하고 자상한 하느님, 그분이 차려놓으신 이 세상이란 잔칫상 앞에 기쁜 얼굴로 앉길 바랍니다.

 

그분께서 건네시는 감미로운 포도주를 우리 각자 인생의 잔에 담아 감사하며 마시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허락하신 단 한 번뿐인 ‘이승의 삶’에 최대한 감사하며 온몸과 마음으로 만끽하길 바랍니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 얼마나 적응이 안 되었으면 유다인들은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향해 이렇게 외칩니다. “보라, 저자는 먹보요 술꾼이며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다.”

 

오랜 세월 메시아를 목 빠지게 기다려왔던 유다인들이 그린 메시아상은 한 마디로 대단한 메시아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꼬질꼬질한 이 세상의 현실을 한 단계 뛰어넘는 메시아, 보통 인간과는 차원이 다른 초인(超人) 메시아, 이 부조리한 세상을 한방에 뒤집을 수 있는 능력의 메시아, 오랜 인간의 소원을 넘치도록 충족시켜줄 기적의 메시아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드러난 메시아 예수님의 모습은 너무나 기대 밖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초라했습니다. 범인들의 삶과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밥 같은 것 안 먹어도 되는 메시아, 화장실도 안가는 고상한 메시아를 기대했던 유다인들은 동네잔치 상에 자연스럽게 끼어드는 예수님, 세상 사람들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포도주잔을 기울이는 예수님의 모습에 엄청 실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런 메시아 예수님이 너무 좋습니다. 한없이 부족한 인간과 마주 앉아 소주잔을 주고받는 메시아, 한잔 술에 기분이 좋아져 죄인인 인간들과 밤늦도록 어깨동무하고 노래 부르는 메시아,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메시아...

 

우리의 하느님은 이처럼 따뜻하고 친근한 분이십니다. 우리와 멀찍이 떨어져 계신 분이 아니라 키 작은 우리를 위해 당신의 키를 낮추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낯설어 하실까봐 우리와 똑같은 모습으로 오신 겸손의 메시아이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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