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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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4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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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2-07-02 ㅣ No.156059

저는 아버지의 체질과 어머니의 성격을 닮았습니다. 아버지는 혈압이 높았고, 머리카락이 일직 하얗게 되었고, 치아가 좋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판단력이 좋았고, 결단력도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혈압도 정상이고, 머리카락도 검었고, 치아가 좋았습니다. 어머니는 부드러웠고, 유순하였습니다. 어머니의 체질과 아버지의 성격을 닮았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사제가 되면서 아버지의 판단력과 결단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머니의 건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의 체질을 닮아서 혈압도 높았고, 머리카락도 하얗게 되었고, 치아도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의 성격을 닮아서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31년 사제생활을 하면서 아버지의 체질을 닮은 것도, 어머니의 성격을 닮은 것도 모두 감사 할 이라고 생각합니다.

 

혈압이 높기 때문에 건강에 유의했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매일 걷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혈압은 높은 편이지만 건강에 큰 무리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일찍부터 염색을 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하얀 머리카락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염색하는 번거로움도 없고, 하얀 머리카락도 나름 좋았습니다. 치아도 치과에 자주 다니고, 신경을 썼기 때문에 아직도 큰 이상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체질을 바꿀 수 없다면 잘 관리하는 것도 삶의 지혜입니다. 어머니의 성격을 닮은 것이 본당 생활에 도움이 되 때도 많았습니다.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은사가 다양하듯이 본당에서 지내면 다양한 은사를 지닌 분들이 있습니다. 결단력과 추진력으로 끌고 가는 것도 좋겠지만 부드러움과 유순함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좋았습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하였습니다. “나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어떠한 것도 자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말미암아, 내 쪽에서 보면 세상이 십자가에 못 박혔고 세상 쪽에서 보면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바오로 사도에게 십자가는 세상의 십자가가 아니었습니다. 세상의 십자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뜻하지 않는 사고로 장애를 입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 있습니다. 원하는 것이 채워지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보고 싶지 않은 사람과의 만남도 있습니다. 나의 뜻과 나의 행동이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하고 싶은데 성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은데 가난한 경우도 있습니다. 좋은 직장을 가지고 싶은데 실직한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의 십자가는 원하지 않는 고통입니다. 그런 면에서는 바람이 불어 나뭇잎이 흔들리듯이 우리는 모두 십자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가 말하는 십자가는 무엇일까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지고 가신 십자가입니다. 가난하고, 병들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하고자 하는 연민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고난의 잔을 기꺼이 마시려는 순명입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건강보다 질병을 택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뜻이라면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은 것을 택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십자가는 유대인들에게는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리스인들에게는 어리석음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오로 사도에게 이러한 십자가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구원의 십자가였습니다. 영원한 생명으로 가는 지혜의 십자가였습니다. 주변을 보면 구원의 십자가를 힘차게 지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이웃의 십자가를 지고 가는 분들도 있습니다. 윤동주 시인은 십자가라는 시에서 이렇게 표현하였습니다. ‘나에게도 십자가가 주어진다면 꽃처럼 드러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파견하시면서 말씀하십니다. “수확할 것이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평화를 빌어주고, 병자를 고쳐주고,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여라.” 양들이 이리 떼 가운데 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목숨을 바쳐야 할지 모릅니다. 병자를 고쳐주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열정이 있어야 합니다.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상이 주는 평화, 세상이 주는 기쁨, 세상이 주는 행복을 포기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 명예, 권력을 버려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는 손을 움켜쥐고 나온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날 때는 손을 편다고 합니다. 내가 움켜쥐려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 한번 생각하면서 내가 놓아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를 생각하면서 한 주간을 보냈으면 합니다.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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