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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주간 목요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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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4주간 목요일] 루카 7,36-50 “이 여자는 그 많은 죄를 용서받았다. 그래서 큰 사랑을 드러낸 것이다.“
사랑과 가장 가까운 단어는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저는 사랑과 가장 가까운 단어는 ‘감사’라고 생각합니다. 남녀 사이의 이성적 이끌림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감사의 마음에서 우러나오기 때문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도 오백 데나리온을 탕감받은 사람과 오십 데나리온을 탕감받은 사람 중에 누가 채권자를 더 사랑하겠느냐고 물으시지요. 이에 예수님을 자기 집에 초대한 바리사이는 ‘더 많이 탕감받은 사람’이라고 답합니다. 더 많은 빚을 탕감받은 만큼 감사하는 마음이 크므로, 그만큼 채권자를 사랑하는 마음도 커진다는 겁니다.
우리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내가 주님께 무엇을 잘못했는가만 신경씁니다. 그러면서 정작 주님으로부터 얼마나 큰 은혜를 받아서 누리고 있는지는 잘 헤아리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죄를 짓기 전에는 ‘죄 지으면 어쩌나’하고 전전긍긍합니다. 죄를 짓고 나면 죄의식과 자괴감에 빠져 잔뜩 주눅든 마음으로 살기에 신앙생활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합니다. 그러나 주님께서 정말로 마음아파 하시는 것은 우리가 죄를 짓는 게 아니라, 죄로 인해 주눅든 마음 때문에 제대로 사랑하지도, 제대로 기뻐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그러니 남을 심판하는 것도, 자기 자신을 단죄하는 것도 이제 그만해야 합니다. 내가 주님으로부터 얼마나 큰 은총을 받고 있는지를 먼저 헤아리고, 받은 은총에 감사하며,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에게 사랑을 드러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주님의 마음을 가장 흡족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죄인’이라고 불리는 한 여인이 자기가 흘린 눈물과 머리카락으로 예수님의 발을 닦아드리고, 고이 준비해온 비싼 향유를 예수님 발에 발라드리는 큰 사랑을 보여드린 것은 주님께서 죄 많은 자신을 용서해주시고 또 사랑해주실 것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마음 속에서 그분께 대한 감사가 우러나왔고, 그 감사의 마음이 점점 커져 주님께 대한 사랑으로 드러난 것이지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시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그 여인이 예수님께 구원까지는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죄를 저지를 수 밖에 없었던 자기 처지를 헤아려주시고 용서해주시기를, 부족하고 죄 많은 자신이라도 넓은 마음으로 사랑해주시기를 바랐을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었지요. 그런데 예수님은 그녀의 죄 많은 과거를 단죄하지 않고 구원이라는 행복한 미래를 열어주신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자꾸만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막아버리곤 합니다. 다른 사람이 과거에 저지른 잘못을 빌미로 그를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듭니다. 그러나 우리 그리스도인은 그래서는 안됩니다. 용서와 사랑으로 이웃의 허물과 잘못을 용서하고 품어안아야 합니다. 부족했던 과거는 하느님의 자비에 맡겨드리고, 알 수 없는 미래는 하느님의 섭리에 맡겨드리며, 지금 이 순간 하느님께서 나에게 바라시는 사랑과 자비를 실천하는데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나와 상대방 모두에게 밝은 미래가 열릴 것입니다. 우리 모두가 주님께서 주시는 참된 평화를 누리며 구원에 이르게 될 겁니다.
* 함 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