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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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요한 세례자 탄생 대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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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06-24 ㅣ No.105075

저의 이름은 조 재형이고 세례명은 가브리엘입니다. ()는 저의 성입니다. 조상들로부터 이어져오는 것입니다. 성은 바뀌지 않는 고유한 것입니다. 재형(在衡)은 저를 뜻하는 의미입니다. 뜻은 균형 잡힌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영신수련에서는 이를 '중용'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부귀와 가난, 장수와 단명, 건강과 질병'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의 이름 때문인지 저는 오랫동안 신학생들과 함께 영신수련을 하였습니다. 가브리엘은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천사'라는 뜻입니다. 성서는 가브리엘의 모습을 아름답게 전해주고 있습니다. 성모님에게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가브리엘 천사의 모습은 그림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요셉성인에게도 가브리엘 천사는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저의 세례명처럼 저는 말씀을 통해서 하느님의 뜻을 전하고 있습니다. 제게 주어진 소중한 일입니다.

 

신학생 때, 저의 별명은 조자룡이었습니다. 삼국지에 나오는 조자룡은 용맹하고, 의리가 있었습니다. 주인을 위해서는 목숨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관우, 장비, 유비처럼 주인공은 아니었습니다. 제갈공명처럼 신출귀몰한 재능을 겸비하지는 않았습니다. 고향을 지키는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조자룡은 주인인 유비와 가족들을 지키는 충직한 부하였습니다. 조자룡을 좋아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불러주는 별명도 기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름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여러분에게 주어진 이름과 세례명의 뜻을 삶속에서 드러내고 있는지요?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세례자 요한의 뜻은 "하느님은 자비하시다."입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호는 '옹기'입니다. 하느님께서 당신 원하시는 모습으로 빚어 만드신 질그릇이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합니다. 마더 데레사가 자신에게 붙인 별명은 '하느님의 몽땅연필'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어도 하느님의 뜻을 써내려가는 인생을 살고 싶다는 소망을 표현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부릅니다. 우리의 죄를 대속하신 희생제물이 되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신 분임을 기억하는 이름입니다. '옹기''몽땅연필''어린 양'도 겉보기엔 화려한 것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우리에게 참된 신앙인이 걸어야 할 삶의 자세를 보여 주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겸손함입니다. ‘그분은 점점 커지셔야 하고, 나는 점점 작아져야 합니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도 없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자 요한의 겸손을 높이 평가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 중에서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세례자 요한도 하느님 나라에서는 작은 자에 속합니다.’ 예수님께서도 겸손에 대해서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러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서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야 합니다.’

 

두 번째는 식별입니다. 박수칠 때 떠날 줄 아는 것도 식별입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을 알아보는 것도 식별입니다.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을 예수님에게로 보내는 것도 식별입니다. 영신수련에서 중용도 큰 덕목이지만 식별도 중요한 덕목입니다. 고독과 시련도 하느님께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식별입니다. 위로와 기쁨도 악으로부터 오는 것이라면 과감하게 버릴 줄 아는 것도 식별입니다. 어두운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는 노를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서 방향을 잡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할 삶의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미리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는 복음을 전하고, 구원의 징표를 삶으로 증거해야 합니다. 우리는 세례자 요한처럼 겸손한 모습으로 하느님의 영광이 드러나도록 살아야 합니다.

 

세례자 요한의 축일을 지내면서 을 함께 묵상하고 싶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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