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7일 (수)
(백) 부활 제3주간 수요일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본 사람은 누구나 영원한 생명을 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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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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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06-28 ㅣ No.105155

 

덕수궁 현대 미술관에 다녀왔습니다. 이중섭 탄생 100년을 기억하면서 열린 전시회였습니다. 전문가의 해설을 들으면서 그림을 감상하니 더욱 좋았습니다. 이중섭의 그림을 대표하는 를 보았고, 은박지에 그린 은지화도 보았습니다. 그림도 좋았지만 저의 눈길을 끈 것은 가족들에게 보낸 편지화였습니다. 편지의 여백에 그림을 그려 넣었습니다. 40이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은 시대와 공간을 넘어 제게도 말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전시회는 103일까지랍니다. 혹 시간이 되시면 덕수궁 나들이를 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부부라는 제목의 그림도 꼭 감상하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1989년 여름이었습니다. 본당 주일학교 교사들과 천마산으로 답사를 갔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쉬고 있는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교사들의 의견은 셋으로 나뉘어졌습니다. 비가 더 내리기 전에 하산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이 정도 비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 텐트를 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비가 심하게 내릴 것 같으니 더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서 텐트를 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교사들은 신학생인 저의 결정을 기다렸습니다. 제가 산악반을 했었고, 산에 대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제가 신학생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나이가 많았던 교사가 제게 이런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절대로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지 마십시오.’ 제가 걱정을 하면 혼란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저는 약간 걱정이 되었지만 당당하게 이야기 하였습니다. 밤이기에 하산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지금 이 자리가 좋긴 하지만 비가 더 내리면 침수될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좀 더 안전한 곳으로 자리를 옮기자고 하였습니다. 교사들은 모두 저의 말을 따라 주었고, 잠시의 갈등은 즐거운 시간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 비행기에 비치된 책에서 읽은 글이 생각납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에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머니가 생각납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다가와도 어머니는 흔들리지 않으셨습니다. 가족들을 위해서 당당하게 이겨내셨습니다. 정말입니다. 여인은 약할지라도 어머니는 강하십니다. 어머니는 쥐도 잡으셨습니다. 추운 겨울 리어카에 배추를 가득 담고서 언덕을 오르기도 하셨습니다. 아버님이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하셨어도 흔들리지 않고 병실을 지키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같은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거침없이, 당당하게 혼자서 가라. 모든 것은 하느님께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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