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대림 제1주간 화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6-11-29 ㅣ No.108367

동생 수녀님이 전화를 하였습니다. 어머니에게 육포를 보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알았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예전에 어머니와 함께 홍콩과 마카오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마카오에는 육포를 파는 거리가 있었고, 어머니는 그곳의 육포가 입맛에 들었던 것 같습니다. 명동에는 마카오에서 볼 수 있었던 육포를 파는 가게가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육포를 좋아하시는지도, 명동에 육포를 파는 가게가 있다는 것도 잘 몰랐습니다. 어머니에게 육포를 보내드리면서 잠시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육포를 드시고 싶은 것이 아니라, 아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 것은 아닐까!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하시면, 경륜과 슬기의 영이 함께 하면 고목에서도 아름다운 꽃이 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고, 평화가 아름답게 꽃을 피울 것이라고 합니다. 강한 나라가 약한 나라를 돌보아주고, 가난한 이, 아픈 이, 굶주린 이들이 위로를 받고,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는 도저히 찾을 수 없을 것 같은 낙원을 이야기합니다.

 

1988년 저는 군대를 제대한 후에 돈 보스코 직업 훈련원에서 잠시 일을 했습니다. 그곳에는 멀리 외국에서 오신 신부님과 수사님들이 계셨습니다. 학생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고, 밤에는 방송통신 고등학교 과정을 배우게 하고, 틈틈이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저는 학생들에게 영어와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낮에는 용접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학생들을 위해서 후원회원들을 만나기도 하셨고, 재미있는 강론으로 학생들에게 기쁨을 주셨습니다. 수사님들은 직접 기술을 가르쳐 주셨고, 점심 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함께 농구를 하셨습니다. 권위적인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늘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사랑과 관심을 주셨습니다. 존경받는 사제, 권위적인 사제, 엄한 사제들을 보았던 제게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제가 된 후에 신부님과 수사님들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만주에 있는 직업 훈련원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한국은 이제 잘살게 되었기 때문에 더 어려운 곳으로 가셨다고 합니다. 70이 넘은 연세에도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려는 신부님의 열정을 존경합니다. 수사님들은 멀리 아프리카로 가셨다고 합니다. 역시 더 어렵고, 가난한 곳을 찾아서 떠나셨다고 합니다. 신부님과 수사님들께서 늘 건강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저를 가별이라고 불러주셨던 신부님이 생각납니다. 쉽고 편안한 길이 있지만 굳이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하셨던 신부님이 생각납니다.

 

세상 사람들은 더 좋은 집,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차, 더 좋은 것들을 얻으려고 공부를 합니다. 출세와 성공이 삶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또 그렇게 사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또 다른 가치를 추구하면서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책을 자주 읽고,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하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며, 가진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주는 사람입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그런 사람들이 있어서 아름다운 것입니다. 바로 그런 사람들이 참된 신앙인입니다.

 

나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얻는 영원한 생명입니다. 이해하기 때문에 이해받을 수 있고, 용서하기에 용서받을 수 있고, 사랑하기에 사랑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으로 하나 되어, 전능하신 천주 성부에게 영광과 찬미를 드리는 것이 참된 기쁨입니다. 그런 세상은 분명 있었습니다. 마더 데레사, 이태석 신부님, 오웅진 신부님은 그런 세상을 꿈꾸었고, 그런 세상을 만들어갔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5,114 13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