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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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4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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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7-12-02 ㅣ No.116554

오늘은 교회의 전례력으로 한해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우리는 내일부터는 새로운 한해를 시작합니다. 교회의 전례력은 예수님의 탄생을 준비하는 대림시기를 지내고 있으며, 대림시기는 예수님의 탄생 4주전부터 시작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수님의 탄생 4주전입니다. 2017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해 주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감사드리며, 주님 앞에, 이웃들에게 부족한 점이 있다면, 잘못한 것이 있다면 겸손되이 뉘우치면서 주님의 자비를 청해야 하겠습니다.

 

적성 본당에 있을 때입니다. 본당에 25인승 버스가 있었습니다. 차량을 운전하기 위해서는 대형버스 면허가 있어야 했습니다. 본당 교우 두 분과 함께 운전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열심히 연습을 했지만 교우분들은 합격을 했고, 저는 시간 초과로 불합격 했습니다. 다시 한 번 도전하려고 준비를 했는데, 아버님께서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부님은 노력할 만큼 했으니 이제 운전면허 시험은 그만두고, 합격하신 분들이 버스 운행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버님은 제가 불합격 한 것도 다 하느님의 뜻이라고 생각하셨습니다. 저는 차량 봉사자들을 위해서 주일 아침이면 커피를 준비해드렸고, 잘 다녀올 수 있도록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대신에 저는 9인승 승합차를 운전하였고, 동네의 약수터에서 물을 떠오곤 했습니다. 신발은 발의 크기에 맞추어야 하듯이, 제게는 9인승이 적합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께서도 국민 건강보험 공단으로부터 불합격통지서를 받으셨습니다. 지난 추석부터 몸이 불편하셔서 병원엘 다니셨고, 치매판정을 위한 검진이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대답을 잘 하셨고, 공단에서는 어머니의 건강상태가 좋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합격시켜 줄 수 없다고 통지서를 보냈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불합격을 축하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도 불합격 되신 것을 좋아하셨습니다. 건강을 많이 회복하신 어머니를 보는 것은 기쁨이었습니다.

 

스키를 배울 때도 그랬습니다. 강사는 스키를 잘 타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넘어지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넘어졌을 때 일어나는 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몸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억지로 스키를 타려고 하지 말고 넘어지는 것이 안전을 위해서 더 좋다고 하였습니다. 넘어진 다음 다시 일어나는 법을 배우면 스키를 재미있고 안전하게 탈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강사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잘 넘어지고 곧 일어날 수 있으면 스키를 즐길 수 있습니다.”

 

재물, 권력, 명예, 성공이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하는 것은 아닙니다.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 부자청년, 대사제, 빌라도는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못하였고, 오히려 예수님을 박해하였습니다. 그러나 몸을 팔았던 여인도, 눈이 멀었던 소경도, 나병환자도, 하혈하던 여인도, 중풍병자도, 듣지 못하던 사람도 예수님을 만나서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세상에서는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죄인으로 불렸지만 예수님을 만났고, 그들은 살아서 참된 행복을 느꼈고, 영원한 삶을 보았습니다.

 

구상 시인의 꽃자리라는 시를 나누고 싶습니다.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그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저는 신학생 때, 신학교를 가시방석처럼 여긴 적이 많았습니다. 규칙적인 생활, 공동 기도, 성격이 다른 친구들, 어려운 공부가 힘겹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지금 신학교에 있는 학생들도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뜻을 지키고 따른다면 그곳이 바로 꽃자리입니다. 우리가 일상의 근심으로 마음이 물러진다면 그곳이 바로 가시방석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앞에 바로 설 수 있도록 늘 깨어 기도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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