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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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3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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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3-07 ㅣ No.118802

꼭 읽어야 하는데 읽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약을 사면 설명서가 있습니다. 저는 거의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자동차를 사면 설명서가 있습니다. 역시 거의 읽어 보지 않았습니다. 전자제품을 사면 대부분 설명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들도 제대로 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혹 문제가 되면 잘 아는 분들에게 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바로 거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전문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설명서를 꼼꼼하게 읽고, 설명서에 있는 대로 해보는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 전문가가 되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음식점에서 뛰어 다녀도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기차 안에서 떠들어도 말을 잘 하지 않습니다. 부모님에게 아이는 귀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기가 죽을까봐 말을 하지 않습니다. 이웃들도 시간이 지나기를 바라면서 참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자라면 지켜야할 규범과 예의를 무시하기 마련입니다. 어려서부터 참는 것을 배운다면, 기도하는 법을 배운다면 아이는 자라서 남을 도울 수 있고, 힘들 때면 하느님께 기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 권위가 있는 사람, 전문가들이 잘못을 해도 말을 잘 하지 못합니다. 그 사람들이 쌓아온 업적, 인맥, 권력이 두렵기 때문입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은 권위와 능력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데 사용하고 있습니다. 성직자도, 예술인도, 문학인도, 학자도 예외가 없습니다. 외적인 능력과 권위를 담아낼 내적인 성찰과 영성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성당에서 주보를 정리하고, 화장실 청소를 하고, 마당의 쓰레기를 치우고, 약수터에서 물을 떠오고, 봉고차를 운전하고, 장례가 나면 연도를 가는 사제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사제들에게 신부님은 그런 거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라고 말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그런 사제들에게 잘 하셨습니다.’라고 말을 하면 좋겠습니다. 말을 함부로 하고, 늦은 시간까지 술자리를 하고, 강론을 성실하게 준비하지 않고, 고백성사를 힘들어하고, 미사 시간에 늦는 사제들에게는 신부님 여기서 그러시면 안 됩니다.’라고 말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사제를 사랑하고, 사제를 위하는 것입니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설계도를 따라서 건물을 지어야 합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사람들도 도면에 따라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합니다. 약을 만드는 사람도 약을 만드는 공정에 따라서 약을 만들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신앙인들은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과 율법에 따라서 신앙생활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어 주는 설계도와 같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나를 따르려는 사람은 자신의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합니다. 여러분 중에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될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을 자격이 있지만 섬기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나는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완성하러 왔습니다. 이 계명들 중에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입니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사람은 하늘나라에서 큰 사람이라 불릴 것입니다.”

 

성당에 나오면서 부부싸움을 한다면, 성당에 나오면서 교통신호를 무시한다면, 성당에 나오면서 주변 사람들의 험담을 한다면, 성당에 나오면서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서 산다면, 성당에 나오면서 자녀들을 소유물처럼 생각한다면 이는 율법과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승차권을 사지도 않고 버스에 타려고 하는 무임승차입니다. 율법과 계명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해 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을 먼저 실행하는 것입니다. 벗을 위해서 이웃을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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