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연중 제7주간 수요일

스크랩 인쇄

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5-23 ㅣ No.120645

첫영성체 교리를 배울 때입니다. 수녀님께서는 12개의 기도문을 다 외우도록 하셨습니다. 그때는 힘들었고, 다 외우지 못해서 수녀님께 야단을 맞기도 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때 외웠던 기도문이 제 삶의 지침이 되었습니다. 어르신들은 320개의 교리 문답을 외워야 했습니다. 320개의 교리 문답은 교회의 신학과 철학이 담긴 문답이었습니다. 교회의 전통과 성서에 바탕을 둔 문답이었습니다. 교리 문답을 외우셨던 분들은 삶의 시련이 다가올 때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적인 식별을 할 때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어찌 보면 단순하고, 간단한 것 같지만 신앙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은 주변에 영적인 도움을 주는 책들이 많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교회의 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12개 기도문과 320개의 교리 문답이라는 열쇠가 없어도 진리를 찾는 방법이 많습니다. 신학, 철학, 인문학을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습니다. 불교, 유교, 도교에도 사람이 바르게 살아가야 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더 깊이 할 수 있고, 신앙생활의 폭은 훨씬 넓어졌습니다. 중요한 것은 관심입니다. 오늘 야고보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져 버리는 한 줄기 연기 일 따름입니다. 그러니 세상의 일을 추구하기보다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일을 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좋은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으면 곧 죄가 됩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보를 식별하는 능력입니다.

 

320개의 교리 문답을 외우던 분들에게 지금의 정보검색을 통한 신앙생활이 더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검색에 익숙한 분들에게 12개의 기도문과 320개의 교리 문답을 외우는 것은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은 하느님의 더욱 큰 영광을 위한 것입니다. 시대와 환경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소중한 존재이고, 우리는 모두 한 번뿐인 삶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서로를 적대시하기보다는 서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난민이 된 사람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입니다. 아픈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고속도로에는 휴게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휴게소에서 음식을 먹기도 합니다. 휴게소에서 잠시 쉬기도 합니다. 휴게소에서 기름을 넣기도 합니다. 휴게소는 먼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장소입니다. 그러나 휴게소는 목적지는 아닙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곳입니다. 서비스가 좋고, 쾌적하고, 음식이 맛있는 휴게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일 것입니다. 불친절하고, 음식 맛이 없고, 더러운 휴게소는 사람들이 적게 모일 것입니다. 휴게소는 휴게소끼리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휴게소를 찾는 손님들이 원하는 것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종교에도 근본주의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는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과의 전쟁도 불사합니다. 종교의 근본이념은 자비, 평화, 사랑, 희생, 나눔입니다. 그런데 종교의 이름으로 갈등, 분쟁, 폭력,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종교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이해와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떨어지는 꽃잎도, 지는 태양도 아름답게 보입니다. 세상 모든 것이 사랑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편견과 아집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럴 때는 안식일에 사람을 고치는 것도, 죄인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도, 이방인들과 대화를 하는 것도 논란이 됩니다.

 

반만년 역사를 함께한 한반도는 분단 반세기를 넘었습니다. 국제무대에서 한반도기를 들고 함께 입장하는 것, 남과 북의 예술인이 서로를 방문해서 공연하는 것, 이산가족들이 만나서 그리움을 나누는 것, 금강산 관광, 백두산 관광을 하고, 개성공단에서 남과 북이 물건을 만들어서 파는 것, 판문점을 넘어 수학여행을 가고, 북한의 노동자들이 남한에서 일하는 것은 진정 이룰 수 없는 꿈일까요? 그 꿈을 막는 것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일까요?

 

오늘 복음에서도 예수님께서는 희망을 이야기하십니다.

막지 마라. 내 이름으로 기적을 일으키고 나서, 바로 나를 나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종교는 공동선을 위해서 서로 협력하고, 연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3,031 14

추천 반대(0)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