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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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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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12-24 ㅣ No.126223

 

집을 지어 축성을 원하는 분이 있어서 태안엘 다녀왔습니다. 서울의 집을 모두 정리하고 농가주택을 마련하였습니다. 농사를 지으면서 땅과 가까이 하는 형제님의 얼굴이 무척 편해 보였습니다. 형제님은 고추 모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고추 모종을 이웃에게 팔고 남은 것으로 고추 농사를 지었을 때는 탄저병도 돌았고,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번에는 고추 모종을 이웃에게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주고 남은 것으로 고추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고추 농사가 잘 되었다고 합니다. 주는 것이 받는 것 보다 더 행복하다는 성서의 말씀을 삶 속에서 이해하였다고 합니다. 저의 눈에는 그저 황량한 겨울의 땅으로 보였습니다. 형제님의 눈에는 열배, 서른 배, 백배의 결실을 맺는 축복의 땅으로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마당에는 성모님도 모시고, 따로 기도 방도 마련하신다는 형제님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귀농의 시간들이 주님의 사랑으로 축복의 시간이 되시기를 기도합니다.

 

어머니와 며칠을 함께 보냈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께서는 아들이 함께 있는 것이 무척 좋으셨다고 합니다. 집의 일도 바쁜데 몇 달 동안 어머니의 곁을 지켜주는 형수님께도 새삼 감사드립니다. 멀리 있지만 언제나 기도로 함께 하는 동생 수녀님, 자기 몫의 일을 열심히 하는 조카들, 뿌리 깊은 나무처럼 중심을 잡아 주시는 형님이 있어서 행복한 한 해였습니다. 밤하늘은 별들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것입니다. 새해에는 어머니께서 좀 더 건강한 모습으로 성당에도 가시고, 동네도 다니면 좋겠습니다.

 

문득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가 세상에 태어난다는 것은 순수하고, 자유로운 영혼이 을 얻는 것은 아닐까! 몸을 얻는 것은 축복입니다. 우리는 보고, 만지고, 느끼고, 생각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몸이 있기 때문에 영혼이 가지는 자유와 순수함을 그리워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몸이 있기에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아픔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을 또 만나야 하는 괴로움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을, 늙어가는 것을 바라보는 아쉬움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예수님의 성탄을 축하할 것입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서 오시는 것은 우리들에게는 축복이지만 예수님께서는 을 얻으시면서 많은 것들을 내려 놓으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몸으로 오시지만 영적인 자유와 순수함을 이야기 하십니다. 몸이 가지고 있는 멍에와 짐을 벗어버릴 수 있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참된 행복은 재물, 명예, 권력을 추구함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참된 행복은 가진 것을 나누면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일을 하면서, 옳은 일을 추구하면서, 용서를 하면서 다가온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예수님을 믿으면 몸에 속해있지만 이미 영혼의 자유와 순수함을 살 수 있다고 하십니다. 몸의 틀을 벗어버리더라도 영원한 생명을 얻을 것이라고 이야기하십니다.

 

이제 곧 성탄입니다. 예전에 있던 본당에서는 성탄트리에 카드를 달아 놓았습니다. 카드에는 예수님께 드리는 성탄선물이 적혀있었습니다. 가난한 이웃을 돕는 일, 자선을 베푸는 일, 부모님 심부름하기, 성당 청소하기와 같은 선행을 적어 놓았습니다. 교우 분들은 기쁜 마음으로 카드를 가져가셨고, 예수님께 마음을 담아 성탄선물을 드렸습니다. 아직 아기 예수님을 위한 성탄선물을 마련하지 못하셨다면 오늘 하루 기도를 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을 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하면 좋겠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위해서 먼 길을 떠나왔던 동방박사도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렸던 목동들도 있습니다.

 

우리 하느님의 크신 자비로 높은 곳에서 별이 우리를 찾아오시어, 어둠과 죽음의 그늘에 앉아 있는 이들을 비추시고, 우리 발을 평화의 길로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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