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백) 부활 제4주간 금요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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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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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3-06 ㅣ No.128058

 

태국에 잠시 머물 때입니다. 직원에게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을 아는지 물었습니다. 직원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해서 베트남을 방문했을 때입니다. 저는 그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아는지 물었습니다. 직원은 모른다고 하였습니다. 태국의 한적한 시골에 사는 사람에게 북미 정상회담은 별 관심이 없는 주제였습니다. 당연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몰랐습니다. 하나만 더 물어보았습니다. 태국의 왕 이름은 아시나요? 직원은 잘 모르겠다고 하면서 스마트 폰 검색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제게 태국 왕의 이름과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나라 왕의 이름도 모르는 것이 조금은 이상했지만, 그 직원의 표정은 세상의 어떤 사람보다 행복해 보였습니다. 지금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을 모든 사람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어쩌면 나는 스마트 폰과 인터넷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은 아닌지 생각했습니다. 돌아보면 그다지 큰 의미와 가치가 없는 것들에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재의 수요일입니다. 오늘부터 사순시기가 시작됩니다. 교회는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일상의 분주함 때문에, 세상의 일들 때문에 분주한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말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삶의 길은 무엇인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죄를 지은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셨으며, 나의 구원을 위해서 목숨까지 바치셨음을 기억하는 시간입니다. 쾌락과 욕망과 시기와 질투의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선과 단식과 기도와 나눔의 시간을 가지라는 것입니다.

 

태국은 운전하는 방식이 일본과 같습니다. 태국의 차량은 대부분 일제 차입니다. 일본은 오랜 기간 아무런 조건 없이 태국을 위해서 길을 만들어 주었다고 합니다. 아스파트 길, 고속도로를 건설해 주었습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태국 사람들은 일본의 그런 태도가 고마웠을 것입니다. 길이 완성되면서 태국 사람들은 당연히 일본 차를 수입해서 타게 되었습니다. 운전하는 방법도 일본의 방식을 따라 했습니다. 일본은 차를 팔기 전에 태국 사람들의 마음을 얻었고, 태국은 일본 차가 많은 나라가 되었습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도 눈에 보이는 행동보다는 마음을 얻는 행동을 하라고 하십니다. 시간을 알려 주는 사람(Time teller)이 되기보다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Clock builder)이 되라고 하십니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기도가 얼마나 소중한지, 기도하면 어떤 열매가 맺어지는지 보여주라고 하십니다. 자선을 베푸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선은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따르는 것임을 보여주라고 하십니다. 나의 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맡았던 이웃의 것을 되돌려 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하십니다. 단식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단식임을 알려 주라고 하십니다. 나의 주장과 나의 뜻을 관철하는 단식이 아니라 나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주님의 수난에 함께하는 단식이 되라고 하십니다.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입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있을 때는 잠시 꺼주셔도 좋다는 휴대폰 광고가 기억납니다. 우리를 위해서 십자가를 지고 가신 예수님과 함께하는 사순시기에는 다른 것들은 잠시 멈추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족과 이웃에게 보이기 위한 것일지라도 성경 필사를 하면 좋겠습니다. 십자가의 길을 하면 좋겠습니다. 자선단체에 실명으로 기부를 해도 좋겠습니다. 술자리 모임이 있을 때,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금주를 한다고 밝히는 것도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의미와 가치의 시간을 사는 것이 좋겠지만 속 좁은 내가 그렇게 못한다면 남들의 눈에 보이는 자선, 단식, 기도라도 충실하게 하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저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2019년 안식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있기에 묵상한 것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나눌 수 없는 오지에 있지 않다면 하루하루의 삶을 나누는 것도 사순시기를 지내는 작은 정성이라 생각합니다. 고상하게, 품위 있게 사순시기를 지낼 용기와 엄두가 없으시다면 사순시기가 되었으니 남을 의식해서라도 주님의 수난에 함께 하는 것은 어떨까요?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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