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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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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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4-05 ㅣ No.128786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도스토프예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나오는 '양파 한개'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평생 남을 도울 줄 모르던 할머니가 지옥엘 갔습니다. 할머니의 수호천사는 할머니의 삶을 샅샅이 살펴보았습니다. 천국은 단 하나라도 선행을 하면 갈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할머니가 집으로 찾아온 거지에게 양파 한 개를 준 적이 있습니다. 수호천사는 하느님께 할머니의 선행을 이야기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수호천사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할머니에게 양파 한 개를 주어라. 할머니가 양파 한 개를 잡고 올라오면 천국으로 갈 수 있다. 수호천사는 기쁜 마음으로 양파 한 개를 할머니에게 주면서 조심해서 잡고 올라오라고 했습니다. 할머니는 그 양파를 잡고 조심스럽게 천국으로 향해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양파의 뿌리는 너무 약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할머니와 함께 지옥에 있던 사람들이 할머니의 발을 잡고 같이 올라가려 했습니다. 할머니는 '이 양파는 내 것이다.'라고 하면서 발을 잡고 올라오던 사람들을 걷어찼습니다. 사람들이 떨어지면서 그만 양파의 뿌리도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모두가 다시 지옥으로 가고 말았습니다. 수호천사는 울면서 돌아갔습니다.

 

양파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하느님의 은총입니다. 은총으로 우리는 천국으로 갈 수 있지만, 은총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천국으로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할머니가 다시 지옥으로 간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선행을 베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은총을 물질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양파를 물질로 여긴다면 어차피 할머니도 올라갈 수 없었을 것입니다. 양파라는 물질은 할머니의 무게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은총이라는 단절이 할머니를 다시금 지옥으로 가게 했습니다. 은총을 물질로 여기는 욕심이 할머니를 다시금 지옥으로 가게 했습니다.

 

지옥은 무엇일까요? 욕망에 따라 사는 삶입니다. 증오하는 삶입니다. 자신과 이웃과 하느님과 단절된 삶입니다. 도스토프예스키는 시베리아의 유배지에서 욕망에 따라 사는 사람, 증오가 가득한 사람, 자신과 이웃과 하느님과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을 보았습니다. 살아 있지만 죽은 사람들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지옥을 체험했습니다.

 

무엇이 천국일까요? 지옥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할머니를 안타까워하는 수호천사의 연민입니다. 울면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천사는 언제가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천국은 절망 중에서도 희망을 보는 마음입니다. 천국은 양파 한 개에서도 하느님의 은총을 볼 수 있는 신앙입니다. 단 하나의 선행만으로도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시는 하느님의 자비하심을 생각합니다.

 

신부님들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신부님께서 신발을 벗었는데 냄새가 심했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은 코를 막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이게 무슨 냄새냐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의 말이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었습니다. ‘오늘 일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온종일 신자들과 만나면서 열심히 일했기에 발에서 냄새가 난다고 이해하시는 신부님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우리의 이웃과 하느님께 어떤 다리를 놓아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정과 비난의 다리는 분노와 미움을 키우게 됩니다. 칭찬과 긍정의 다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비난과 부정의 다리가 있다면 그것을 치워버리고 칭찬과 격려, 긍정과 사랑의 다리를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을 보셨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신앙의 눈, 믿음의 눈,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양파 한 개와 같은 은총을 이웃과 나누면 좋겠습니다. 길가에 핀 작은 꽃에 미소를 지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하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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