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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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4주간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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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9-04-06 ㅣ No.128813

밤에 우유를 한잔 마시고 잠이 들었습니다. 컵을 씻어놓고 자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아침에 컵을 씻으려니 힘들었습니다. 우유가 컵의 바닥에 붙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유를 마시고 바로 컵을 씻었다면 쉬웠을 것입니다. 설거지할 때도 그렇습니다. 바로 설거지하면 시간이 절약되기 쉽습니다. 바로 하지 않을 거면 물에 담가 놓아도 좋습니다. 바로 하지 않고, 물에 담가 놓지 않으면 설거지하기도 어렵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화장실을 뜻하는 표현으로 해우소(解憂所)’가 있습니다. 근심을 덜어주는 곳입니다. 먹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내보내는 것도 중요합니다. 먹기만 한다면 마치 숨을 들이마시기만 하는 것 같아서 큰 문제가 생길 것입니다. 들숨이 있으면 날숨이 있어야 호흡이 되는 것입니다. 신앙 안에 해우소와 같은 것이 있다면 고백성사입니다. 나 자신과 화해하고, 하느님과 화해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허물과 잘못을 용서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는 시간입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요? 좋아한다는 말이기도 하고, 좋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일 수도 있지만, 사랑한다는 말은 죽을 사()자와 배우자 랑()이라고도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은 상대방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일의 종류나 일의 가치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일하는 장소와 일을 하는 때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 일을 하는 사람의 마음 자세입니다. 아무리 누추한 곳이라 해도 그곳에 주님이 계시면 그곳은 주님께서 거처하시는 성전이 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좋아 보여도 그곳에 탐욕과 분노가 있다면 그곳은 악취가 나는 곳이 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들은 겉모습을 보고 있습니다. 하느님 나라를 장소로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사랑이신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 나라는 여기에 있다. 저기에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에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자주 혈연, 세대, 지역, 학연이라는 틀에 갇혀서 진실을 보지 못하곤 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것은 바로 그런 을 넘어서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시려는 것이었습니다. 사순시기는 우리의 부끄러운 허물을 벗어버리는 시간입니다. 기도, 단식, 희생, 자선으로 주님의 수난과 죽음에 동참하는 시간입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시인,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희망했던 시인 윤동주 님의 서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봄과 함께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있습니다. 파란 새싹이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저 풀과 꽃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는,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는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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