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홍) 성 마르코 복음사가 축일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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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9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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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20-10-20 ㅣ No.141554

1984년 성인품에 오른 103위 순교 성인의 초상화가 완성되었습니다. 이야기만으로 느낄 수 없는 것들을 성인들의 초상화를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성인들 중에는 가족이 많았습니다. 부부, 부자, 자매, 남매, 시아버지와 며느리도 있었습니다. 멀리 프랑스에서 온 선교사들의 초상화도 보았습니다. 그분들이 낯선 땅 조선으로 와서 선교하였고, 기꺼이 순교할 수 있었던 이유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 땅에서 얻는 부귀, 영화, 권세보다는 천상에서 누리는 영원한 생명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되시면 103위 성인의 초상화를 검색하시면 좋겠습니다. 124위 복자들의 초상화도 있습니다. 그분들은 숫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분들은 시간과 공간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믿었고, 신앙을 증거하신 분들입니다. 그분들은 과거에 있었던 분들이 아닙니다. 지금도 천상에서 우리를 위해서 전구해 주시는 분들입니다.

 

집에는 아버님과 어머님의 영정사진이 있습니다. 장례미사에 강론을 하였던 동창신부는 부모님의 영정사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아버님의 영정사진은 헌팅캡을 쓰시고 만면에 환환 웃음을 머금었습니다. 인생을 멋지게 살다가 천상병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 이 세상 소풍 잘 마치고 하늘로 돌아가는 모습 같다고 하였습니다. 아버님은 소유하기 보다는 존재의 삶을 사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많은 것을 물려주지는 않았지만 신앙과 자유를 자식들에게 물려 주셨습니다. 어머님의 영정사진은 한국 순교복자 수녀회 재속회의 복장을 입으시고 밝게 웃는 모습입니다. 인자한 모습이지만 흔들리지 않는 강한 모습을 보았다고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아버님이 환하게 웃을 수 있도록 가족들을 돌보셨습니다. 연탄 장사, 쌀가게도 하셨습니다. 구청에 도시락을 팔기도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도시락, 큰 형은 반찬, 작은 형은 국, 저는 수저통을 들고 구청으로 갔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가 그러셨던 것처럼 어머니는 인자하면서 강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깨어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도 준비하고 있어라. 너희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사람의 아들이 올 것이다.” 오늘 복음을 묵상하면서 군대에서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성당에서 군종병으로 있었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용산 육군본부로 3일간 회의를 가신다고 했습니다. 제게는 성당 청소하고 부대에서 근무하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아직 군 생활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당에 혼자 있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알았다고 말은 하였지만 회의 기간 중에 성당에 있고 싶었습니다. 성당이 군 내무반보다는 편했기 때문입니다. 저녁이 깊어갈 즈음에 신부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회의가 취소되었다고 하였습니다. 신부님께서는 제가 생각하지도 않은 때에 돌아오셨습니다. 신부님의 말을 거역했던 저는 엄하게 야단맞았습니다. 그 뒤로는 신부님의 말씀을 잘 들었고, 무사히 군 생활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라틴어 격언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오늘은 내가 내일은 네가(Hodie mihi Cras tibi)” 우리가 언제 하느님의 품으로 갈지 모르니 늘 깨어 준비하라는 뜻입니다.

 

순교성인들은 행동으로 깨어 있었습니다. 기도로 깨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난의 순간에 박해를 견딜 수 있었습니다. 주어진 십자가를 충실하게 질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순교성인들에게 지복직관의 영광을 주셨습니다. 고인이 되신 부모님께서도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습니다. 언제나 감사하였고, 늘 기도하였고, 항상 기쁘게 사셨습니다. 그러니 천상에서 빛나는 별이 되셨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그분에 대한 믿음으로 확신을 가지고 담대하게 나가도록 해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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