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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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성장하는 부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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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20-12-01 ㅣ No.98448

 

 

함께 성장하는 부부들

작년 연말에 가까이 지내는 부부들이 한 집에 모여 조촐한 송년 모임을 가졌다.

본당 ME 모임에서 만나 귀한 인연을 이어온 모임이다.

언제 만나도 반갑고 만나지 않아도 늘 생각나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고 걱정해주는 이웃사촌들이다.

맛난 술과 음식,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있으니

더 바랄 게 없는 충만한 느낌이었다.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던 중

자연스럽게 한 해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를 나누게 되었다.

남편을 지극히 사랑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던 A 언니는 말했다.

“올해 우리 부부는 최고의 위기였어요. 그동안 남편을 사랑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그런지 올해는 모든 게 밉고 신뢰가 가지 않았어요.

일 년 동안 정말 치열하게 싸웠어요. 남편과 크게 다툰 날,

내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아들의 전화도 받기 싫어진다는 걸 알았어요.

그때까지는 난 언제나 아이가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남편하고 안 좋으면 자식도 아무 소용없는 일이더라고요.

남편과의 관계가 내 삶의 주춧돌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치열하게 싸우며 내가 남편을 있는 그대로 봐주지 못하고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어요.

있는 그대로의 남편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하니

남편의 장점도 볼 수 있게 되고 단점도 이제 더 이상 눈에 거슬리지 않게 되더라고요.

이젠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 이 이야기를 들은 우리는 일제히 함께 기뻐하며 박수를 쳤다.


최근 몇 년간 경제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고 있는 B 형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우리는 올해 객관적으로는 가장 힘들었는데, 주관적으로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었어요. 하느님께서는 우리 가정에 어떤 방법으로든

개입하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게 된 한해였어요. 우리 부부가 함께

하느님께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 부부의 어려움을 옆에서 지켜보며 많이 안타까웠는데

서로 모든 것을 나누며 더 친밀해지고 더 깊어지는 것을 보며

신비롭고 아름답다고 느끼며 부럽기까지 했다.

부부 갈등의 가장 큰 원인이 돈 문제라고들 하는데

이 부부는 가난해질수록 더 단단하게 결속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 시대에 보기 드문 현모양처인 C 언니는

“여러분 보시기에 제 남편이 저에게 참 잘하죠? 근데 난 그게 가식으로 느껴졌었어요.

나처럼 하찮은 사람에게 저렇게 잘해주는 게 진심일 리 없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최근에 저는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잘하는 게 없는 줄 알았는데 성가대에 들어가서 노래를 해보니

생각보다 잘하더라고요. 이렇게 하나하나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되고

나 자신이 사랑스러워지니 남편의 호의와 사랑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더라고요. 제 남편은 저에게 항상 말했어요.

당신 스스로를 존중하라고, 그래야 당신만큼 귀한 배우자도

존중할 수 있게 된다고요. 또한 제가 만나는 모든 사람도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는데 전에는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몰랐어요.

나를 사랑할 수 있게 되니 이제는 그 말의 뜻을 알겠더라고요”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으니 부부 사랑도 결국 나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온전해질 수 있고 하느님의 사랑까지도 자신을 소중히 여겨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은 깊어가고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내가 이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고 감사한 마음이 충만해졌다.

어디서 이런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까?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사태가 끝나면 제일 먼저 이분들을

우리 집에 초대해 또다시 즐겁고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고유경 (헬레나·ME 한국협의회 총무 분과 대표) (가톨릭 신문에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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