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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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들과의 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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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기 [hyonggikim] 쪽지 캡슐

2017-01-18 ㅣ No.89275

 

매월 초에 우리 아파트 게시판에는 마지막 금요일에 있을 저녁 식사 안내문이 게시되고 밑에는 참석 신청서가 놓인다. 안내문에는 식사 메뉴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신청서에는 참석할 사람의 이름과 아파트 번호를 적게 되어 있다. 아파트 관리 회사에서 입주자들에게 매달 번씩 감사의 뜻으로 무료로 제공하는 식사이므로 참석자는 그저 맛있게 먹어 주기만 하면 된다.

 

 메뉴 선정, 안내문 부착, 신청 접수, 식사 당일에 음식 나누어 주기를 비롯한 자잘한 일은 모두 입주자 중에서 자원한 봉사자 여러 명이 맡아서 진행한다. 메뉴는 대개 우리 입맛에도 맞는 보통 음식이다.

 

아파트에 10 가까이 살면서도 우리 부부는 식사 모임에 번도 참석한 적이 없었다. 입맛에 맞는 메뉴가 있었어도, ‘아내가 서둘러 성당에 성가 연습하러 가야 해서’, ‘에이 집에서 밥이나 먹지 ’, ‘어째 피곤해서등등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빠지다 보니 상습 불참자가 되어 버렸다. 어쩌다 참석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사양했다.

 

그런데 이달 메뉴는 내가 좋아하는 ‘Chicken Delight’이라는 튀김 음식 전문점에서 만든 치킨이라서 일찌감치 신청서에 부부 이름을 적었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가게를 이용해 보아서 요즘 유행하는 x 치킨보다 맛있다는 알기에 기꺼이 공짜 식사를 즐기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입주한 10 만에 처음으로 아파트 저녁 모임에 참석했다. 조금 늦게 Party Room 갔더니 30 명의 나이 분들이 벌써 와서 식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입주자 수와 비교하면 참석자가 적었는데 대부분 할머니고 할아버지는 대여섯 정도였다.

 

식탁마다 식탁보가 깔리고 조화를 꽂은 꽃병이 놓여 있어서 나름대로 분위기를 살리려고 애쓴 듯했다. 봉사자가 카트를 밀고 다니며 일일이 일인용 치킨 세트와 음료수와 수저 그리고 양념을 나누어 주었다. 식사 시작 전에는 사람당 여섯 장의 경품권을 나누어 주며 모임 추첨해서 깜짝 선물을 준다고 했다.

 

식사는 기대 이상이었다. 배달되어서 따끈따끈한 치킨이 맛있었지만, 양이 많아서 먹을 수가 없었다. 맥주가 없어서 치맥을 즐길 없는 아쉬웠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남은 음식을 준비된 비닐봉지에 담고 있었다. 식사가 끝나자 경품권을 여러 추첨해서 깜짝 선물을 주었는데 목걸이, 실내 장식용 소품 신경을 선물 같았다. 깜짝 선물 추첨이 끝나자 사람을 뽑아서 $12 주었는데 내가 돈을 받았더라면 당장 가게로 달려가 맥주를 샀을 것이다. 짭짤한 치킨을 먹고 나니 맥주 생각이 간절했다.

 

보던 이웃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를 나누니 친근감을 느꼈다. 미국인들과 대화하면 언어 장벽을 가끔 느끼기는 해도 마음은 편하다. 대화 주제가 일상적인 , 날씨, 음식, 영화, 운동등이라서 부담이 없다. 개인 신상에 관한 얘기나, 정치, 종교에 관한 화제는 피한다. 그러니 들어도 그만 들어도 그만, 해도 그만 해도 그만인 소소한 얘기를 가벼운 마음으로 주고받는다.

 

우리 아파트는 시설도 괜찮고 관리도 빈틈없이 하는 편이고 입주자를 세세하게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회사에게는 집세를 내는 입주자가 이사를 떠나지 않고 장기간 거주하는 아무래도 유리하고, 아파트의 평판이 좋아야 입주 희망자가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입주 희망자가 집이 비기를 기다리고 있다. 관리 회사는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잘해 주어야 한다.” 이치를 알고 있는 같다.

 

집으로 돌아가며 생각하니 여태까지 오랫동안 공짜 식사를 마다한 후회스러웠다. 앞으로는 매월 마지막 금요일에는 할머니들과 즐거운 식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음식 맛있지, 분위기 좋지, 선물까지 주는데 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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