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세탁소에서 생긴 일 - 나 자신을 알라

스크랩 인쇄

김학선 [johnmaria91] 쪽지 캡슐

2020-03-28 ㅣ No.97059

나 자신을 알라 http://blog.daum.net/hakseonkim1561/2275

 

 

 

지난 일요일에 아내와 Shirley Chisolm 주립공원에 다녀왔다.

주립공원이라 하니 무언가 대단한 것 같지만

별로 기대할 것이 없었다.

 

그 공원은 내가 이민 와서 처음으로 살았던 아파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아파트에서 대서양 쪽을 바라 보면

Belt Parkway 건너 쪽에 

흔히 야산이라고 불릴만한 높이의 구릉이 있었는데 

그 구릉 때문에 

우리는 대서양의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그 황무지에 공원을 만들어

Shirley Chisolm이라는 여성 흑인 정치인의 이름을 딴 공원을 조성해 놓은 것이다.

 

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아무런 꽃도 피지 않았고 

마른 갈대와 마른 풀들이 제법 강한 바람에

이리저리 몸을 내맡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 삭막한 벌판에 사이사이 길을 만들어 놓아 

호젓한 분위기 속에 산책을 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공원 곳곳에 Shirley Chisolm이 했던 말들을 기록한 배너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 중 내 눈과 마음을 잡아 끈 것이 있으니

다음과 같다.

 

We must reject not only the stereotypes that others have of us but also those that we have of ourselves.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가지고있는 고정 관념 뿐만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이 가지고있는 고정 관념을 거부해야합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세상을 자기 중심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나는 옳은데 너는 틀리다는 식이다.

 

요즈음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서 우리 세탁소에도 옷을 포장하는 플라스틱 백으로

천정에서 부터 카운터를 가릴 수 있도록 간이 칸막이를 설치했다.

그런데 어제 저녁에 한 손님이 옷을 가지고 들어 왔다.

그리고는 그 칸막이를 옆으로 젖히며

가까운 거리에서 내가 옷을 분류하는 광경을 빤히 관찰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내가 정중하게 한 마디 했다.

칸막이가 보이지 않느냐고.

이 칸막이는 사회적 거리 유지를 위함이라고.

 

그 말을 들은 손님이 발끈했다.

마스크까지 갖추어 쓴 그 손님은 자기 방어를 위한 준비를 철저히 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면서 자기는 건강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따위는 보유하지 않는다고 

신감과 불쾌감이 모두 묻어나는 어조로 내게 대꾸를 했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당신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가지고 않을 수도 있지만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는 것 아니냐?

 

그 손님은 아무 소리도 않고 

권장 거리 6 피트의 두 배도 넘는 세탁소 출입문까지 가서

인보이스 작업이 끝날 때까지 얌전하게 기다렸다.

 

살아가는 일이 그렇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라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 범주에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것이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혹시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감염된 나로부터

다른 사람을 보호하기 위함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므로 나 자신을 바로 본다는 것은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최대의 겸양인 것이다.

 

'나 자신을 알라!'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일감이 1/5로 줄었다.

한 시간에 한 명 꼴로 들어오는 손님을 위하여

꼬박꼬박 마스크 쓰는 일을 잊지 않으려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198 1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