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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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신부님의 매일 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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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hunter14] 쪽지 캡슐

2017-11-25 ㅣ No.116399

 

폭풍우 한 가운데서도


순교자들에 대한 떼르뚤리아누스 교부의 말씀은 참으로 의미심장하고 희망적입니다. “Sanguis matyrum, semen christianorum!” 라틴어를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면, “순교자들이 흘린 피는 신앙의 씨앗입니다!” 혹은 “순교자들의 피는 새로운 그리스도인의 씨앗입니다!”


떼르뚤리아누스 교부의 말씀은 지금 순교자들의 나라 베트남에서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가끔씩 살레시오회 국제 모임에 가서 접하게 되는 베트남 교회 소식은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오랜 세월 지속되어온 식민 통치, 종교 박해, 참혹한 전쟁, 공산주의 치하, 교황청과의 갈등 속에서도 가톨릭 교회는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답니다.


...

다른 무엇에 앞서 베트남 교회는 참으로 활기차고 젊습니다. 성당마다 젊은이들로 넘쳐납니다. 교세도 급격히 성장해서 전체 가톨릭 신자 수는 70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저희 살레시오회만 해도 베트남 관구 전체 회원수가 400명이 넘습니다. 그 가운데 백여명이 해외 선교사로 활동 중입니다. 지원소, 수련소, 신학교는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젊은이들로 넘쳐납니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합니다. 오랜 박해의 세월 속에서 탄생한 무수한 순교자들께서 흘린 피로 인한 결과입니다. 베트남은 1533년 최초로 그리스도교가 전파된 이래, 1625~1886년까지 총 53차례의 박해가 계속되었습니다. 그 와중에 13만명 가량의 선교사들과 가톨릭 신자들이 순교의 영예를 얻었습니다.


그 가운데 총 117분명의 순교자들이 1988년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에 의해 시성되었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격인 안드레아 둥락 사제를 필두로 26명의 베트남 사제들, 59명의 평신도들, 8명의 외국인 주교들, 그리고 13명의 외국인 사제들이 시성의 영광을 획득했습니다.


박해가 한창이던 1843년 목숨을 무릅쓰고 전교에 열중하던 바울로 레바오틴 신부님께서 모국에 있는 신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영웅적인 순교자들이었는지를 생생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이름 때문에 묶여 있는 저 바울로가 날마다 겪고 있는 고난에 대하여 여러분에게 알림은 여러분이 하느님께 대한 사랑으로 불타 올라 저와 함께 하느님께 찬양을 드리게 하기 위함입니다.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십니다.


이 감옥은 영원한 지옥에 비길 만하니, 족쇄, 쇠사슬, 포승 등 온갖 종류의 잔인한 형벌과 더불어 미움, 복수, 비방, 폭언, 불평, 악행, 거짓 맹세, 저주와 궁핍과 근심 등이 가득합니다. 그러나 옛적에 세 소년을 불가마에서 구원하신 하느님께서 언제나 함께 계시면서 나를 이 고난에서 구하시고, 이 고난을 달게 받게 하여 주셨습니다. 그분의 자비는 영원하십니다.


우리의 스승이신 그분은 그 무거운 십자가를 전적으로 지시고, 저에게는 겨우 한쪽 끝부분만 지게 하셨습니다. 그분은 제 싸움을 구경만 하시지 않고, 친히 싸우시고 승리하시며 모든 번민을 이기십니다. 그 까닭으로 그분은 머리에 승리의 관을 쓰셨으며, 그분의 지체들은 그 영광에 참여하게 됩니다.


주님, 주님의 권능을 보여 주시고, 저를 구원하시며 붙들어 주시어, 제 연약함 안에 주님의 능력이 드러나고, 사람들이 주님께 영광을 드리게 하소서. 그리하여 행여나 제가 고난의 도정에서 비틀거려 원수들이 거만하게 머리를 쳐들지 못하게 하여 주소서.


저는 이 폭풍우 가운데서 제 마음에 자리잡고 있는 하느님의 옥좌에 희망의 닻을 던집니다. 여러분은 제가 당당하게 싸우도록, 훌륭하게 싸우고 끝까지 싸우며 달릴 길을 다 달리도록 기도로 저를 도와주십시오. 우리가 비록 이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보지 못할지라도, 후세에서는 흠 없는 어린양의 옥좌 앞에서 승리의 기쁨에 넘쳐, 한마음으로 영원토록 그분을 찬양하는 행복을 누릴 것입니다. 아멘.”


최근 문대통령께서도 잠깐 언급하신 바처럼, 우리나라는 베트남 국민들에게 진 빚이 참으로 많습니다. 베트남 참전, 한국 기업의 진출, 그 후 파생된 베트남-한인 2세 문제들...일부 몰지각한 한국인들이 베트남 땅에 남긴 유쾌하지 않은 흔적들 때문에, 제 개인적으로도 그곳 살레시안들을 만날 때 마다 송구한 마음이 앞섭니다. 오늘 베트남과 베트남 교회를 위해 각별히 기도하는 하루를 보내야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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