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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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 성체 성혈 대축일-마지막 미사-양승국 살레시오 원장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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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근식 [wgs691] 쪽지 캡슐

2017-06-17 ㅣ No.112679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 것이다.
내가 줄 빵은 곧 나의 살이다.”

요한복음6,51

<마지막 미사>

언젠가 꽤 위중한 환자에게 병자성사와 봉성체를 거행하기 위해 한 병실을 찾았습니다. 그날따라 교통체증이 무척 심했고, 또 길을 잘 못 찾아 헤매다가 많이 늦었지요. 그리고 시급히 처리해야 할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어서 병실에 도착하자마자 속전속결로 병자성사를 집전했습니다. 그리고 재빠르게 영성체 예식을 거행했습니다.

나름대로 엄청 바쁘고 여유 없는, 그래서 무척 성의 없어 보이는 저에 비해 환자의 모습은 정말 진지했습니다. 엄숙하다 못해 거룩해보였습니다. 마치 시가 수억이나 나가는 다이아반지라도 받듯이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정성껏 성체를 손에 받으십니다. 그리고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예식을 행하듯이 진지하게 성체를 영하셨습니다. 이어서 눈을 감고 깊은 침묵과 함께 기도를 드리십니다.

일분, 이분, 삼분, 사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대충 성사를 거행했던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맞아, 내게 부족한 것이 바로 저거다!” 하는 생각이 밀물처럼 밀려왔습니다. 정성, 마음, 진지함이 결여된 미사, 부끄럽게 드린 지난 미사들이 떠올라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침묵 가운데 진심으로 그 환자를 위해, 그리고 부족한 저를 위해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매일 우리의 밥이 되어 오시는 주님, 당신 성체를 통해 매일 우리를 구원하시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리가 기적을 찾아, 특별한 그 무엇을 찾아 이 곳 저 곳 기웃거리지만 사실 매일 거행되는 사랑의 성체성사 보다 더 큰 기적은 없음을 우리가 알게 하십시오.

우리 부족한 죄인들을 향한 극진한 사랑이 되풀이되는 매일의 성체성사를 그저 해치워야만 하는 숙제처럼 여기는 우리를 용서하십시오. 우리가 매일 드리는 미사가 마치 마지막 미사이듯 정성을 다하게 도와주십시오. 매일 봉헌되는 미사는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가장 큰 선물임을 알게 도와주십시오.“

부족한 사제이기에 미사를 집전하면 할수록 느끼게 되는 고민 한 가지가 있습니다. "과연 언제쯤 미사다운 미사를 집전할 수 있겠는가?"하는 고민입니다. 하루를 여는 성체성사가 영적 에너지를 부여받는 은총 충만한 순간, 정녕 행복하고 가슴 설레는 시간이 돼야 할텐데…. 피곤에 찌든 심신으로 마지못해 습관적으로 미사를 봉헌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성체성사, 정성이 배제된 성체성사, 삶과 연결되지 않은, 단지 통과의례인 성체성사는 주님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입니다.

언젠가 지극한 정성으로 성체성사를 집전한 날, 주님께서는 제게 이런 은혜를 주셨습니다. 회피하고만 싶던 '짜증 덩어리', 만나면 속만 상하던 골칫거리로 존재하던 이웃들이 그저 불쌍하고 안쓰럽기에 한없이 감싸 안아주어야 할 '사랑 덩어리'로 변화되는 기적을 제게 보여주셨습니다.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행복한 언약을 하십니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내 안에서 살고 나도 그 안에서 산다."

늘 부족한 우리에게 한량없는 자비를 베푸시는 사랑의 예수님께서는 비록 아버지께로 올라가셨지만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세상 끝나는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비록 예수님 몸은 하느님 아버지께로 건너가셨지만 당신 양들을 향한 목자로서 희생과 헌신은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으로 방황하고 흔들리는 나약한 우리를 향한 주님의 측은지심은 매일 성체성사를 통해 영원히 지속되고 있습니다.

부디 성체성사를 소홀히 하지 말길 바랍니다. 우리가 봉헌하는 성체성사가 더욱 완결된 성사가 되도록 이웃사랑의 실천, 가난한 이웃들과 나눔, 고통 받는 사람들과 연대가 생활화돼야 함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사랑의 성체성사를 통해 사랑으로 무장한 우리가 이제 용감하게 세상 한가운데로 나아가길 바랍니다. 사랑의 식탁에서 충만한 에너지를 공급받은 우리가 그 무한한 사랑의 에너지를 슬픔과 절망의 길을 걸어가고 있는 그 누구에겐가 전해주길 바랍니다.

이번 한 주간, 이런 영적 점검을 한번 해보시기 바랍니다. 성체성사를 통해서 매일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영원한 연인이신 구세주 하느님을 우리는 얼마나 정성스런 마음으로, 또 얼마나 열렬한 마음으로 맞이하고 있습니까?


[말씀자료 : -양승국신부- I 편집 : 원 요아킴]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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