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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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1 화/ 세상의 길과 믿는 이의 길 - 기 프란치스코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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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 [20sook] 쪽지 캡슐

2017-02-20 ㅣ No.110238




연중 7주 화, 마르 9,30-37(17.2.21)


"누구든지 첫째가 되려면 모든 이의 꼴찌가 되어야 한다.”(마르 9,35)





The Greatest in the Kingdom






세상의 길과 믿는 이의 길

 

예수님께서는 베드로의 고백을 기점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본격적으로 가르칩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과 죽음이 기다리는 예루살렘을 향해 가시면서, 세 차례나 수난 예고를 하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은 수난과 부활 예고를 거듭 듣고도, 누가 가장 높은지에 대하여 말다툼을 합니다.

제자들은 수난 없는 부활, 시련 없는 행복과 기쁨만을 꿈꾸었던 것입니다. 하느님의 길을 세상의 길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였고, 아직은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깨닫지 못한 채, 자신들의 방식으로 하느님의 뜻을 찾으려 합니다. 예수님의 기준과 시각으로 자신을 본 것이 아니라 지극히 인간적인 눈으로 그분을 따르려 한 것이지요.

“제자들은 그 말씀을 알아듣지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분께 묻는 것도 두려워하였습니다.”(9,32) 그들은 사랑에 젖어들기보다는 자기 생각과 욕구에 몰두해 있었기에 두려움이 앞섰을 것입니다. 메시아이신 분이 수난 당하시고 죽으시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만한 믿음과 사랑이 없어 묻는 것조차 두려워했을 것입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십니다. "첫째가 되고자 하는 사람은 꼴찌가 되어 모든 사람을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 9,35) 이는 세상의 논리에 따라 물질과 명예를 더 많이 얻어 성공하는 것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가는 평가기준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하느님을 첫 자리에 두고 다른 이를 섬기는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지요.

하느님 나라는 재물이나 권력이나 인간적 능력이 아니라 사랑으로만 들어갈 수 있습니다. 사랑은 다른 이를 위하여 자신을 기꺼이 끝자리에 둡니다. 저 아래로 내려가 다른 이를 소중히 여기며 '떠받드는 섬김'이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가 살아야 할 소명이자 고유한 유전자입니다. 한마디로 우리는 ‘사랑 바보’입니다.

예수님께서 또 말씀하십니다. "누구든지 이런 어린이 하나를 내 이름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받아들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9,37) 예수님의 이름으로, 곧 사랑과 선으로 보잘것없고 힘없는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하느님과 일치하는 복된 길이라는 것이지요.

허름한 말구유에서 나시어, 보잘것없는 나귀를 타시고, 가난한 이를 위해 갈릴래아를 순례하시다가 나무토막에 매달려 죽어가신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이 하느님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세상살이에서 바보가 되고 꼴찌가 됨으로써 참 행복에 이르는 이 엄청난 역설을 알아차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세상맛에 길들여져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는 이들은 하느님 사랑의 힘이 아닌 자신의 힘을 믿고 내면을 자신으로 가득 채웁니다. 이것이 교만이요 어리석음입니다. 교만한 사람은 자기 생각과 신념을 앞세우고 자신의 능력을 믿기에 하느님께서 거처하실 여백이 없습니다. 제멋대로, 제 잘난 맛에 살아가니 사소한 것의 소중함을 모르고, 약하고 힘없는 이들을 존중하지도 않습니다.

우리는 그래서는 안되겠습니다. 세상에 기대지 말고, 내 몸과 마음의 힘을 빼고 하느님을 바라보며, 예수님의 말씀과 수난의 사랑을 관상해야겠지요. 닥친 것은 무엇이나 받아들이고, 처지가 바뀌어 비천해지더라도 참고 견디며, 보잘것없는 이를 받아들일 때, 기쁨을 곁들인 영원한 선물을 받게 될 것(집회 2,4-9)임을 믿고, 기꺼이 꼴찌의 길을 걸어가야겠습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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