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성목요일밤에 공부방을 찾아온 추기경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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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교구언론홍보팀 [commu] 쪽지 캡슐

2014-04-18 ㅣ No.838

"예수님의 사랑을 여러분에게 전합니다."

성목요일에 공부방을 찾아온 추기경 할아버지

염수정 추기경 주례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스케치

영등포 소재의 작은 공동체서 미사 중 발씻김 예식 진행

미사 중 여객선 세월호 피해자 위해 기도도

 

“영등포 지역은 항상 제 마음에 있었던 곳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소박한 삶을 강조하시며 말 뿐만이 아니라 몸소 그렇게 살아가고 계신데, 그 모습을 보며 ‘참, 내게도 저렇게 소중한 것이 있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리웠던 이곳을 찾게 됐습니다.”(어제 영등포의 한 어린이 공부방에서 염수정 추기경)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17일(목)

한 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구 소재 어린이 공부방에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를 봉헌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지난 17일(목) 주님 만찬 성목요일을 맞아 한 수녀회가 운영하는 영등포구 소재 어린이 공부방을 찾았다. 이곳은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염 추기경이 28년 전 영등포성당 주임사제로 사목하던 때부터 인연을 맺은 곳이기도 하다.

   

염 추기경이 낮은 천장의 아담한 공부방에 들어서자 환영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부방 학생들과 그의 부모들, 영등포 쪽방촌 주민, 공부방 봉사자들과 공동체를 돌보는 수녀들까지 스무 명 남짓한 신자들이 추기경을 맞았다.

   

염 추기경은 “이렇게 환영해줘 정말 고맙다.”라고 인사하고 “오랜만에 이곳을 찾게 되니 감회가 새롭다. 여러분의 선배들과 함께 여름캠프에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것도 생각나고, 많은 봉사자 분들도 기억이 난다.”라고 말했다.

   

염 추기경이 주례한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 중에는 이날 오전 명동대성당에서 여객선 세월호 사망자와 실종자에게 전한 위로메시지를 언급하면서,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여러분의 기도는 큰 힘을 가지고 있으니, 실종자들의 생환을 위해 함께 기도하자”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날 미사는 염수정 추기경이 주례하고 정성환 신부(교구 사회사목국장), 허영엽 신부(교구 홍보국장), 안원진 신부(교구장 비서)가 공동 집전했다.

   

성목요일 저녁에 봉헌되는 ‘주님 만찬 성목요일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가 제자들과 최후 만찬을 하면서 성체성사를 제정한 것을 기념하는 미사다. 가톨릭 교회가 일년 중 가장 거룩하게 보내는 성삼일(聖三日)이 이 미사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미사 중에는 발씻김 예식도 진행됐다. 염 추기경은 이날 영등포 인근에 살고 있는 시각 장애인과 쪽방촌 주민, 공부방을 이용하는 어린이들과 공부방 봉사자 등 7명의 발을 씻어주었다. 예식에 참석한 어린이들은 염 추기경이 넙죽 무릎을 꿇고 발을 씻어주자 쑥스러워하면서도 기쁘게 예식에 참례했다.

      

염 추기경은 미사 강론에서 “무릎을 꿇고 발을 씻긴다는 것은 주인에게 완전히 예속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수님께서 사셨던 시대에 무릎을 꿇는 행위는 노예가 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으신 예수님의 사랑을 여러분에게 전하고 싶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요한13,34)라는 말씀처럼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함께 사랑하자.”라고 말하며 “가난하고 작은 공동체이더라도 서로 사랑하고 예수님을 닮아 살아가면 어떤 어려움이 와도 다 딛고 넘어갈 수 있다. 우리는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자녀들임을 잊지 말자.”라고 당부했다.

   

염 추기경은 이날 미사를 마치고 신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소박한 저녁을 함께 하며 신자들과 담소를 나눴다. 식사 후에는 함께 선물도 나눴다. 염 추기경은 이 자리에 함께한 이들에게 부활달걀과 묵주를 선물하여 미리 부활 대축일을 축하했다.

   

영등포 지역은 염 추기경이 85년 하반기부터 1년 반 동안 영등포 성당 주임사제로서 사목했던 지역이다. 이날 미사에 참석한 A수녀는 “염 추기경님은 당시 아침마다 영등포 지역을 순회하며 소외된 이웃을 살피고 이들을 위해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 나섰다. 우리들이 추기경님과 인연을 맺은 것도 이때였다. 염 추기경께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셔서 큰 힘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공부방을 운영하는 수녀들은 1986년부터 영등포 지역 소외된 이웃의 생활 전반을 보살피면서 형편이 어려운 부모들의 자녀도 함께 돌보고 있다. 수녀들이 소속된 수도회는 전 세계 가난한 이들 곁에서 함께 생활하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염 추기경은 “28년 전 수녀님들을 만났는데, 가장 가난한 이웃에게 헌신하는 수녀님들께 큰 감동을 받았다. 그 감동이 지금까지도 제 마음 속에 지워지지 않고 간직되어 있다.”라며 “변함없이 이곳에서 봉사하고 계신 수녀님들과 봉사자들을 보면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라고 수녀들을 격려했다.

   

A수녀는 “이 지역은 경제적으로 가난하기도 하지만 윤리적인 가난을 가진 지역이다. 이곳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기쁘게 살고 있는 우리에게 추기경님의 방문은 하느님의 축복으로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이날 미사는 ‘공동체 가족들과 조용히 미사를 봉헌하고 싶다’는 염 추기경과 해당 공동체의 요청으로 비공개 진행됐다. 수녀들은 익명을 요구하며 수도회 이름도 밝혀지길 원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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