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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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어리 동상 - 윤경재 요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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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재 [whatayun] 쪽지 캡슐

2017-01-19 ㅣ No.109489


 

벙어리 동상

 

- 윤경재 요셉

 

 

더러운 영들은 그분을 보기만 하면 그 앞에 엎드려,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당신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엄하게 이르곤 하셨다.(마르 3,11~12)

 

 

 

<벙어리 동상> - 윤경재

 

하나이신 주님

우리도 하나만 남기고

모두 비우게 하소서

 

우리가 걸친 모든 게

거저 주신 선물이더라도

하늘에선 소용없을 것

쥐고 들어갈 수 없습니다

 

가장 소중한 평화인

이웃과 하나 되는 달란트만 지니게

허락하소서

 

아버지 앞에서

아무것도 가리지 않은

벌거숭이 되게 하소서

 

제 말은 할 줄 모르고

사랑만 향해 쳐다보는

벙어리 동상이 되게 하소서

 

오직 주님 뵌 기쁨에

눈물 한 방울쯤

흐르게 허락 하소서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한국 여자 선수들이 두각을 내어 국가가 어려운 시기를 맞을 때마다 국민들에게 큰 위로를 주었습니다. 외환위기 때에는 박세리 선수가 해저드 근처에 떨어진 공을 맨발로 들어가 쳐내어 US 골프선수권을 우승하여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작년 올림픽에선 박인비 선수가 손가락 부상 탓에 참가도 불투명했던 고비를 넘기고 정신력으로 우승하여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였습니다. 다른 나라 선수들과 우리나라 선수들을 비교해 보면 체격에서는 작은 편이나 정신력과 우아한 스윙 폼에서 우세하다고 합니다.

 

골프 교습가들은 초보자를 교습할 때 아예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게 결과가 더 좋고 배우기도 쉽다고 말합니다. 어설프게 골프 이론에 대해 주워들은 게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는 게 제일 힘들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몇 년 정도 연습을 하고 와서 자기 나름의 폼이 고착된 사람은 잘못된 폼을 교정하는 게 여간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가르치기도 힘들고 배우기는 더욱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골프 입문자가 빨리 공을 치고 싶어서 제대로 된 폼이 형성되기도 전에 교습을 그만 두거나 선생님을 바꾸어 죽도 밥도 아닌 상태로 망가진다고 합니다.

 

더 좋지 않은 건 하루라도 먼저 배운 사람들이 선배랍시고 참견하고 코치하려고 들어 오히려 폼을 망가뜨리는 경우입니다. 특히 이런 분일수록 정확한 스윙 이론에 따른 폼 교정이 아니라 자기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둡니다. 내가 쳐 보니 이런 느낌일 때 잘 맞더라고 말합니다. 사실 느낌이라는 것은 주관적이라 사람마다 그 느낌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릅니다. 또 인간의 언어 표현은 불완전해서 그 사실을 정확하게 그대로 전달하지 못합니다. 색깔 표현 만해도 실제로 수만 가지나 되는 색상을 몇 십 개정도의 단어로 묘사할 뿐입니다. 그래서 아예 국제 표준 색상은 숫자로 정해 놓았습니다.

 

사람마다 체격도 다르고 쓰는 힘도 차이가 납니다. 운동신경 반응 속도도 다르니 스윙 중에 느끼는 감각 부위도 다른데 자신의 느낌을 그대로 느껴보라고 권하는 자체가 오류를 불러일으킵니다.

 

오늘 복음에서 더러운 영들은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 잘 안다는 듯 당신은 하느님의 아드님이십니다!” 하고 소리 질렀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는 침묵을 명령하셨습니다. 그들의 외침이 하느님의 계획을 망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까닭이 그저 기적이나 펼치시고 권능을 드러내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우리에게 아빠 하느님의 사랑을 가르쳐주시고 그 사랑을 통해서만 구원받는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이 땅에 오신 자체가 하늘나라가 이미 들어와 있는 기쁜 소식이며, 평화를 완성하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의 협조가 절실하다는 말씀을 하고 싶으셨습니다.

 

인간이 지닌 지혜와 재능이 아무리 훌륭하고 크더라도 방향이 잘못되면 하느님과 이웃에게 누가 되고 해롭기만 하다는 걸 인간은 알아채기 어려운 법입니다.

 

악령의 꼬임은 아무리 진실이라 하더라도 그 방향을 비트는 데 있습니다. 악령은 하느님의 계획을 무산시키려고 인간의 약점을 파고듭니다. 무엇이든지 인간 스스로 판단하려는 속성을 이용합니다. 뭐든지 다 알 수 있다는 자만심이 인간의 취약점입니다.

 

나라를 쥐락펴락하는 권력과 재산, 명예를 쥐었어도 이웃과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제 이익과 제 편의 욕심만 따르는 사람들이 저지른 폐해가 얼마나 큰지 우리는 또 한 번 경험합니다. 숫제 그들이 아무 능력도 없었다면 그렇게 나대지 못했을 겁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역사에서 수 없이 반복되었는데 그때마다 올바른 방향을 세우지 못하였습니다.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기보다 그럴듯한 악령의 소리에 귀를 더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행복하여라, 영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 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5,3)

 

마이스터 엑카르트는 이 대목 해설에서 영적으로 가난한 것을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첫째 아무것도 원하지 않음둘째 아무것도 알려하지 않음셋째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음입니다.

 

아무것도 원하지 않음은 모든 일에서 자신의 의지를 단념하고 하느님의 뜻을 구하라 하는데 이제는 그 단계도 넘어서는 것이라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는 의지마저도 떠나라는 요청입니다. 피조물과 상대인 하느님마저 여의고 태어남도 죽음도 없는 초월적 하나의 상태로 환원하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알려하지 않음은 하느님을 알되 이 앎에서마저도 자유로운 경지로서 자신이 무엇을 안다는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지식이 도그마가 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라 설명합니다. 고착된 이미지, 상념, 관념에 의지하여 관계를 맺으면 아무런 생명력도 발생하지 못할 것입니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않음은 나의 소유를 전부 없애야 하느님과 하나 될 것이며, 도리어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만물을 누릴 수 있는 자유를 얻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악령은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함으로서 우리를 빠트릴 커다란 오류의 함정을 파려고 하였습니다. 예수께서는 그의 간계를 꿰뚫어 보시고 침묵하기를 명령하셨습니다. 우리도 그 가르침을 따라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침묵하여야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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