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 (목)
(백) 부활 제3주간 목요일 나는 하늘에서 내려온 살아 있는 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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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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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1-21 ㅣ No.117722

우리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자주 보는 것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시간입니다. 거울이 지금 나의 모습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 시간은 나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의 삶을 드러내고, 미래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게 해 줍니다. 시간은 철학자에게도, 물리학자에게도, 심리학자에게도, 신학자에게도 참으로 의미 있는 주제입니다. 여러분에게 시간은 무엇입니까?

 

시간은 인연을 맺어주는 수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불가에서는 옷깃을 스치는 인연을 위해서도 참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천년에 한번 바위로 내려오는 선녀의 옷자락에 스쳐서 바위가 다 닮아 없어져야 옷깃을 스치는 인연이 맺어진다고 합니다. 상상하기 어려운 시간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가족이 되고, 친구가 되고, 이웃이 되는 인연은 말로 다 할 수 없는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저는 3가지 차원의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물리적인 시간입니다.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은 하나의 약속입니다. 물리적인 시간이 다르면 혼란이 오기 때문입니다. 2018121일은 누구에게나 같은 시간입니다. 우리는 이 시간을 통해서 역사를 기억하고, 이 시간을 통해서 만나고, 이 시간을 통해서 살아갑니다. 일정표에 있는 약속은 모두 물리적인 시간을 기록한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의미의 시간입니다. 이것은 의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입니다. 생일, 결혼기념일, 은경축, 서품기념일, 축일, 기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각자에게 주어지는 시간입니다. 사람은 의미의 시간을 살기 때문에 문명과 문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은 의미의 시간을 통해서 이루어집니다.

세 번째는 가치의 시간입니다. 대부분의 종교는 가치의 시간을 이야기합니다. 하느님의 보다 큰 영광을 위해서라면 건강보다 질병을 택하기도 하고, 부유함보다 가난함을 택하기도 하고, 오래 사는 것보다 일찍 죽는 것을 택하기도 합니다. 헌신, 희생, 나눔은 가치의 시간을 택한 사람들의 몫입니다. 다미안 신부님은 나병환자들과 함께 지내면서 본인도 나병환자가 되었습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진 것을 다 나누고 스스로 가난한 삶을 살았습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은 순교의 길을 걸어갔습니다. 모두 가치의 시간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나옹선사는 이렇게 이야기 했습니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 하네. 사랑도 벗어 놓고 미움도 벗어 놓고 물 같이 바람 같이 살다가 가라 하네.” 새해에는 물같이 바람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탐욕 때문에 자신을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피정 중에 선배 신부님이 이렇게 말을 했습니다. ‘영신수련이란 간단하다. 조건 없는 하느님의 사랑을 조건 없이 받아들여서 마음이 움직이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정말 간단한 말입니다. 하지만 이 말속에 참된 가르침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은 조건이 없습니다. 다만 자식이 잘되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하느님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모두 우리들이 참된 인생길을 살아가길 원하시는 것입니다. 그래서 영원한 삶에로 나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때가 다되어 하느님의 나라가 다가 왔다. 회개하고 이 복음을 믿어라!”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회개하고 복음을 믿은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니네베의 백성들은 회개하여 하느님께로 향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들이 악한 길에서 돌아서는 모습을 보셨고, 마음을 돌리시어, 그들에게 내리겠다고 말씀하신 재앙을 내리지 않으셨습니다. 시몬과 안드레아 야고보와 요한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우리 교회의 초석이 되었고 신앙의 사도들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간에 예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사람이 안식일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다. 안식일에 착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나쁜 일을 하는 것이 옳으냐?”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배척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가르침을 주십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 주십니다.

 

신앙은 결단입니다. 이런 결단은 하느님을 위한 것이 아니고 오직 우리 자신을 위한 결단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오로는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교우 여러분 명심하십시오. 우리가 보는 이 세상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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