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후 12시15분부터 90분 동안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면담했다. 이 만남 직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자료를 내어 “트럼프 대통령은 김영철 부위원장과 한시간 반 동안 만났다”며 “두 사람은 비핵화와 아울러 2월 말께(near the end of February) 열릴 두번째 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은 나중에 발표할 장소에서 김 위원장과 만나기를 고대한다”고 덧붙였다. ‘2차 북-미 정상회담 2월 말께 개최’ 사실만 우선 확정하고, 구체적인 날짜와 장소는 추후 발표하겠다는 의미다.
샌더스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에 대해 “생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우리는 계속 진전하고 있고, 계속 대화하고 있다”며 “우리는 미국인 억류자 석방 등 북한으로부터 매우 좋은 조치와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대화를 계속할 것이고 대통령은 다음 회담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백악관 면담 뒤 2차 정상회담의 구체적 날짜와 장소까지 발표되지 않은 것을 두고, 북한의 비핵화 조처와 미국의 제재 완화 등 상응조처를 놓고 이견이 완전히 좁혀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비핵화 및 제재 완화와 관련해 샌더스 대변인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볼 때까지 대북 압박과 제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면담에 앞서서도 보도자료에서 “그들(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은 두 나라의 관계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지속적 진전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지고 ‘2월 말께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라는 큰 가닥이 잡힌 만큼, 양쪽은 이를 전제로 의제와 실행계획 등에 대한 본격적 협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9~22일 스웨덴을 방문해 스웨덴 외교부가 주관하는 국제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국무부가 이날 발표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스톡홀름에 이미 도착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과 비핵화-상응조처 등에 관한 실무협상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 실무협상에 합류하기 위해 한국 시각 18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낮 12시15분부터 한 시간 반 동안 김 부위원장과 면담했다. 양쪽은 정상들에게 전하는 친서를 교환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하지만 면담 장면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만남 직후 트위터에 관련 글도 올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 1일 김 부위원장이 처음으로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 회담 뒤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백악관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2시께 듀폰서클호텔로 복귀해 1시간 반 가량 오찬을 함께 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오후 3시30분께 호텔을 떠났으나, 호텔에 함께 왔던 비건 특별대표는 계속 남아 김 부위원장 쪽과 추가 협의를 한 뒤 오후 6시10분께 기자들에게 “좋은 논의를 했다”고 말하며 호텔을 떠났다.
김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유나이티드항공 808편을 타고 베이징을 출발해 저녁 6시32분 워싱턴 인근 덜레스공항에 착륙했다. 그는 워싱턴에서 이틀밤을 보낸 뒤 19일 오후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jay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