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 (토)
(백) 부활 제3주간 토요일(장애인의 날) 저희가 누구에게 가겠습니까? 주님께는 영원한 생명의 말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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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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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국 [ystefano] 쪽지 캡슐

2003-01-08 ㅣ No.4412

1월 9일 주님 공현 후 목요일-루가 4장 14-22절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말아야 할 이유>

 

오늘도 정들었던 한 아이를 떠나보냈습니다. 한 명 한 명 아이들이 떠나갈 때의 심정은 참으로 착찹하기만 합니다. 물론 오늘 떠나간 아이는 법적 수용기간인 6개월을 잘 지내다가 가는 아이였습니다. 이곳에서 생활을 너무도 잘했던 아이, 매사에 적극적이고 붙임성이 있던 아이, 싱글벙글 잘 웃던 아이였기에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한 몸에 받던 아이였습니다.

 

꼭 붙잡고 싶었지만 올 봄에 중학교 복학을 목표로 가는 아이였고, 연로하신 외할머니가 꼭 곁에 두고 싶었기에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만 했습니다.

 

아이를 떠나보내기 직전,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아이의 표정은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습니다. 만기를 채우고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에 대한 기쁨, 남지 않고 떠나가는 것에 대한 미안함, 감사함이 합쳐져 묘한 표정이었습니다.

 

저 역시 잘못하다가는 눈물이 나오려는 난감한 분위기였기에 할 수 없이 늘 준비되어 있는 썰렁한 농담 몇 가지를 던졌습니다. 그리고 늘 써먹는 레퍼토리를 꺼냈습니다. 먼저 제 이름과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가 적힌 명함을 건냈습니다. "**야, 잘 하리라 믿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연락하거라. 꼭 경찰서 넘어가서 전화하지 말고 미리미리 연락하거라. 그리고 내 휴대폰 번호는 절대로 안 바꿀테니, 여자 친구 생기면 꼭 연락해라. 주례는 내가 서줄게"

 

작별인사를 이미 다 끝냈건만 아이는 떠나가면서 몇 번이고 뒤를 돌아다보면서 꾸벅꾸벅 인사를 계속했습니다. 현관 앞에서 두 번, 경비실 앞에서 세 번, 대문 가까이서 두 번..."그만 어서 가라"고 해도 또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꾸벅꾸벅 인사를 계속하는 아이를 바라볼 수가 없어서 저는 먼저 안으로 들어왔지요.

 

괜히 하늘을 바라보면서 이런 기도를 간절히 드렸습니다. "주님, **이가 이제 저희를 떠나갑니다. 저 젊은이의 앞길을 축복해주십시오. 갖은 위험에서 지켜주십시오. 세상의 유혹을 떨치고 가야할 길을 제대로 걸어갈 강건함을 주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성령을 가득히 받으신 예수님께서 회당에서 자신이 부여받은 사명의 본질을 만민 앞에 선포합니다. 예수님의 일생은 언제나 성령과 함께 한 일생이었습니다. 성령으로 인하여 잉태되셨습니다. 성령의 인도로 요르단강에서 세례를 받으시고, 세례 때에는 하늘이 열리고 비둘기 모양을 한 성령이 예수님 위에 내려오셨습니다. 성령을 가득히 받으신 예수님은 비로소 공생활을 시작하셨습니다. 당신이 행하신 모든 치유나 구마활동, 기적은 성령의 능력으로 인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 본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맛있는 햄버거 세트나 시퍼런 세종대왕 한 장의 용돈, PC방 2시간 같은 것들을 기대하지요. 그러나 물질적인 것은 결국 한계가 있더라구요.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에게 신앙을 전수해주는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고통, 실패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또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신앙에서 나온다는 것을 안 이상, 올바른 신앙교육을 시키는 것이야말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자들부터 먼저 성령 안에 살면서 성화(聖化)되는 일, 아이들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일, 아이들에게 하느님과 관련된 좋은 추억거리들을 만들어주는 일이야말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임을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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