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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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6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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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2018-07-22 ㅣ No.122128

 

1989년 한국에서 세계 성체대회가 있었습니다. 성체대회의 주제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였습니다. 교황님께서도 오셨고, 많은 행사가 있었습니다. 저는 괌에서 온 순례단을 도왔습니다. 성체대회는 끝났지만, 성체대회의 주제인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전해 주고 있는 조직이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올해 30년을 맞이하는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입니다.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는 무엇으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전해 주고 있을까요?

첫째는 교육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를 통해서 우리는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몸을 이루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한 몸을 이루고 있다면 우리는 서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는 서로 돌보아야 합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빵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 빵을 만들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에게 마귀를 쫓아내고, 병자들을 고쳐주고, 복음을 전할 능력을 주셨습니다.

둘째는 생명존중입니다.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는 지속해서 헌혈운동을 하였습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운동을 하였습니다. 장기기증 운동을 하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도 돌아가시면서 안구 기증을 하셨습니다. 앞을 볼 수 없었던 누군가는 세상의 빛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를 통해서 장기기증을 약속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분들은 세상을 떠날 때, 누군가를 위해서 도움을 줄 것입니다.

셋째는 나눔입니다. 한마음 한 몸 운동 본부는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굶주린 이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있습니다. 집이 없는 이들을 위해서 집을 지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충분히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몸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충분히 머물 수 있는 땅을 주셨습니다. 다만 우리가 나누지 않기 때문에 가난하고, 굶주린 이들이 머물 곳이 없어서 난민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엄청난 경제적인 위기를 경험했습니다. 당시의 충격은 전 국민의 가슴에 깊은 충격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금 모으기 운동과 같이 전 국민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였습니다. 정부는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였고, 눈물을 머금고 우리의 기업을 헐값에 외국기업에 매각하기도 했습니다. 국민, 기업, 정부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경제위기를 함께 극복했습니다. 계절이 변하듯이, 태풍이 불듯이 국가적인 위기는 올 수 있습니다. 경제는 살아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민족은 냉엄한 국제 질서에서 살아남을 것입니다. 그런 위기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싸움을 일삼는 민족은 도태될 것입니다.

 

서울 교구에는 229개의 본당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본당은 믿음과 사랑, 나눔과 친교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습니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신자들은 마음이 열리면 더불어 나눌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성전이 없어서 상가에서 지내는 것도 그렇게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새로이 성전을 신축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상가 건물의 좁은 공간에서 TV 모니터를 통해서 미사에 참례하는 것도 얼마든지 참을 수 있습니다. 미사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자 수가 적은 것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서로를 잘 알 수 있기에 가족처럼 지낼 수 있습니다. 저도 300명가량 되는 성당에서 3년 동안 신자들과 함께 지냈던 적이 있습니다. 초대교회처럼 서로를 위해서 나누었고, 하느님을 찬미하며 지낼 수 있었습니다.

 

딱 하나 공동체가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은 공동체의 분열입니다. 분열된 공동체는 재정적인 넉넉함이 있어도, 화려하고 커다란 성전이 있어도, 신자 수가 많아도 위기를 겪기 마련입니다. 왜 공동체가 분열될까요?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상의 기준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먼저 기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매일 한 시간씩 미사 전에 기도하는 사제는 영적인 힘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기 뜻을 이루기보다는 하느님의 뜻이 무엇인지를 찾기 마련입니다. 내가 필요한 사람을 먼저 만나기보다는 내가 도울 수 있는 사람을 먼저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렇게 사셨기 때문입니다.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 외로운 사람, 억울한 사람을 만나셨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조건 없이 그들과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사제가 본당에서 그렇게 살 수 있다면 본당은 분열되지 않을 것입니다. 겸손한 모습으로 찾아가는 사목을 하면 좋겠습니다. 구역모임, 레지오 훈화, 각 단체의 모임에 가능하면 잠깐이라도 함께 하면 좋습니다. 그러면 몇몇 신자들의 달콤한 말보다는 신자들의 고민과 아픔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례가 나면 제일 먼저 가서 연도를 바치면 좋겠습니다. 유족들에게는 큰 위로가 되고, 유족 중에는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기에 선교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시흥 5동 성당에 있을 때입니다. 84세이신 어르신께서 파주에서부터 교리를 배우러 오셨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직행버스, 지하철, 마을버스를 타시고 교리를 배우러 오셨습니다. 가실 때도 마찬가지로 마을버스, 지하철, 직행버스를 타고 가셨습니다. 조금만 힘들어도 짜증을 내는 저에게 할아버지의 모습은 좋은 가르침이었습니다. 동창신부님께 강의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날짜와 시간을 말씀드렸고, 강의 주제와 시간도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신부님께서 장소 이야기를 하니까 좀 멀다고 하셨습니다. 저도 장소가 멀면 잘 안 가려고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직 신앙을 잘 모르시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나오시는데, 우리는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늦장을 부리고, 짜증을 내고, 불평하는 것은 왜일까요? 그것은 우리가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지만 온몸과 마음으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믿고 전해 주어야 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재물이나 명예가 아닙니다. 권력이나 세상의 지식이 아닙니다.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전해 주어야 합니다.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것도 축하할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잠시의 기쁨은 주지만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하느님입니다.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령으로 잉태되었음을 믿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돌아가셨지만 부활하셨음을 믿는 것입니다. 거룩하고 보편된 교회와 죄의 용서와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톨릭 신앙의 핵심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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