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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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느님 앞에서 처음으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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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자 [pjpp] 쪽지 캡슐

2000-06-04 ㅣ No.91

 

 

 

  하느님의 자녀로 태여나서  그분 앞에 처음으로 무릎을 꿇어본 일이 있습니다. 어렴풋이 기억되어지는 1985년도의 봄입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모은 돈을 몇 몇 사람에게 빌려주어 몽땅 떼이는 아픔을 처음 겸험하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그로인한 생활의 변화를 몸으로 겪으며 살아 가던 남편은 직장마저 제대로 다니려 하지 않았고 그로인해 가정 형편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움을 겪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시동생 등록비며 생활비와 어려워진 친정 동생들의 학비까지 겹쳐진 삶은 숨통이 트일 날조차 없게하였습니다.

 

 남편은 새로운 직장을 구하였고 오랫만의 월급이라며 건네 준 봉투를  받아드니 달랑 오만원만 그 속에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한 달 내내 희망을 가지고기다려왔던  시간들이  물거품처럼 한 순간에 사라지는 아픔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그에게  따져 묻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남편에게 어찌된 사연이냐고 묻자 그는 이렇다할 말도 없이 욕만 냅다 퍼붓고 그 돈마저 주머니에 담고 쏜살같이 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어안이 벙벙하고 너무나 얄미웠던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그동안 여러 해에 걸쳐 실망시킨 이같은 일에 정말 기가 막힐 지경이었고 당장에 요절이라고 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슴이 부글부글 끓어왔습니다.

 

 바로 그날이었습니다.그래도 참지 못하고 화를 냈던 저의 부족한 소행을 후회하고 반성하며 그동안 이어온 성령쎄미나 봉사자 교육을 받기 위해서 면목동 성당을 가는 날이었습니다.교육을 받으면서 가르치는 말씀의 내 자신을 비추어 보면서 책망해 보게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부모없는 동생들을 위해 늘상 희생하며 살아 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의 그런 삶을 돕겠다며 마음을 모았고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해서 살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사이 그런 순수한 마음들을 잃어버리며 살고 있었던 것 조차도 기억하지 못하고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이런 내 모습 안에 당신의 역사를 이뤄주신 것입니다. 그동안 남편을 이해 해 주려 노력조차 하지 못하고 잘못 살아 왔었던 것들을 일깨워 주는 순간이었습니다. 이렇둣이 잘못 살아 왔다는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 오면서 이제는 그사람 입장에서 이해 해 보려는 생각을 갖게한 것입니다. . 교육이 끝나고 숙제가 주어졌습니다.  그 날은 집에 가서 반드시 남편의 발을 씻어 주라는 간곡한 당부의 말씀이 주어졌습니다.

" 왜?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이게 뭐람"

그날 따라 주어진 숙제가 마음의 들지 않아 몹시 고민스럽게 느껴진 마음을 안고 집으로 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섬김을 받기 보다는 섬기로 오신 예수님의 삶처럼 나도 섬김을 받지 않는 자가 되어야겠다는 굳은 마음들을 다지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느새 밤 하늘엔 총총히 떠있던 별들이  하나 둘 사라져만 가는데 귀가도 하지 않은 남편을 마냥 기다리고 앉아 있었습니다. 자정이 훨씬 넘어서야 그가 집에 돌아오게 된 것입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아침에 내게 해댔던 일들이 떠오르면서 망설임은  더욱 더 나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주님께 용기를 주실 것을 청하자  그분은 이런 내 가슴 안에 깨달음을 심어 주시며 얼어 붙은 마음을 계속 흔들어 주고 계셨습니다.

’ 당신은 아무런 죄도 없이 죽임을 당하셨는데’

이러한 고백과 동시에 이내 방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성호경을 긋고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  석유곤로 위에 올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이런 일을 실천하도록 힘을 주신 성령께 기도를 하였습니다.

 

 알맞게 데워진 세수대야의 물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미안한 마음에서인지 자는듯이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는 그의 발을 잡아당겼습니다. 한사코 거절하는 그의 발과 여러차례의 실갱이를 하던 끝에 붙잡고 물 속에 넣기를 성공하였습니다.

 

사랑을 실천 할 수 있게 해 주신 주님께 감사한 마음들이 솟구쳐 오면서 그동안 잘못 살아온 우리 두 사람의 잘못된 삶을  용서하시고 속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 주실 것을 바라며 발가락 하나 하나 정성을 들여 씻어주었습니다. 다 씻은 대야의 물을 마당에 쏟아붓고 돌아서는 내 입가에는 환희의 기쁨이 피어나며 형언 할 수 조차없는 평화 속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사랑을 실천 할 수 있도록 힘을 주신 성령께 감사 할  때 내 두 눈에서는 소리없는 눈물이 흘러 내릴뿐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동생의 밀린 등록비며 실직한 공백기간에 빌려쓴 이자며 이것들을 떼어주고 나면 생활비마저 없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남편 몰래 가끔씩 새벽 시장에 나아가 배추잎들을 주어다 국도 끓이고 김치도 담가 먹을 지경인데도 이런 나를 비참한 마음이 아닌 행복한 마음들로 살게 해 주신 그 지난 시간을 되돌이켜 보면서 주님의 역사가 내 가정에 내 마음의 깃든 것들을 감사하면서 그분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모든 삶들임을 고백하며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영광을 드립니다.

 

  이 글을 예수 성심께 봉헌하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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