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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이젠 비핵화에 진정성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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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병규 [vegabond] 쪽지 캡슐

2014-01-26 ㅣ No.10154

북한이 24일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내놨다. 국방위원회는 “우리의 중대 제안이 결코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다. 무턱대고 의심하고 거부하지 말라”고 했다. 25일 새벽엔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 대사도 5쪽짜리 발표문에서 이런 입장을 반복했다. 지난 16일 우리 정부가 국방위의 소위 ‘중대조치’ 제안을 거부했음에도 북한의 ’제안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산가족 상봉 제안은 의미가 크다. 우리는 이미 “진정한 제안이 되려면 이산가족 상봉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본지 19~20일자 2면> 이산가족 상봉은 인도적 조치다. 대화하려는 자세를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적 조치인 셈이다. 북한 지도부도 이를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와 함께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진정한 태도를 보이자”는 대목이나 “사소한 우발적 충돌도 그 즉시 전면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것이 조선반도의 현실”이라는 부분도 주목된다.

그러나 우리가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거나 적극 환영하기 어려운 것은 그들의 의도를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 대사는 한·미 양국이 합동으로 실시하는 키 리졸브와 독수리 합동 군사연습이 북침 전쟁, 핵전쟁 연습이라고 비난했다. 또 6자 회담 재개 여부는 반대하는 사람들에 달려 있다고 했다. 이런 태도는 북한의 ‘중대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케 만들 뿐 아니라 도리어 국제적인 비웃음을 사기 쉽다. 도발의 원흉이었던 북한 스스로의 과거 행동이 아직도 국제사회의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금도 북한은 맹렬히 동계 훈련을 벌이고, 인천공항을 상대로 AN-2기 기습 훈련을 하며, 핵실험에다 미사일 발사 실험을 예사로 한다. 그러면서 한·미 방어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을 중지하라고 요구하는 건 의도를 의심케 하는 자가당착이다. 게다가 소위 ‘3대 중대 제안’이란 것도 예전에 써먹던 내용의 재탕이다. 우리를 노린 가시도 들어 있다. 위장공세라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우리 국민도 북한의 제안을 긴가민가 하게 여기고 있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했으니 남한이 화답할 차례라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지적했듯, 북한이 진정으로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면 핵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또 북한이 자기들 표현대로 ‘무턱대고 의심’을 받지 않으려면 군축과 비핵화에서 긴장완화를 위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

진정 한반도 비핵화가 목표라면 국제사회를 상대로 ‘핵무기 폐기’ 선언이라도 먼저 해보라. 그쯤 돼야 국제사회가 북한의 태도 변화에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남한은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이지만 긴장완화를 향한 발걸음이 그에 그쳐선 곤란하다.

 

.joins.com/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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