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4일 (수)
(백) 부활 제4주간 수요일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

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우리들의 묵상 ㅣ 신앙체험 ㅣ 묵주기도 통합게시판 입니다.

[동정 마리아 대축일]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26-38)

스크랩 인쇄

김종업 [rlawhddjq] 쪽지 캡슐

2019-12-09 ㅣ No.134443



2019년 12월 9일 월요일

[(백) 한국 교회의 수호자,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루카 1,26-38)

 

 

하느님께서는 사람을 창조하시어 축복을 내려 주셨지만, 사람은 하느님의 명령에 불순종하여 죄를 짓는다. (창세 3,9-15.20)
사람이 나무 열매를 먹은 뒤, 주 하느님께서 그를 9 부르시며, “너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셨다.
10 그가 대답하였다. “동산에서 당신의 소리를 듣고 제가 알몸이기 때문에 두려워 숨었습니다.”
11 그분께서 “네가 알몸이라고 누가 일러 주더냐? 내가 너에게 따 먹지 말라고 명령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따 먹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12 사람이 대답하였다. “당신께서 저와 함께 살라고 주신 여자가  그 나무 열매를 저에게 주기에 제가 먹었습니다.”
13 주 하느님께서 여자에게 “너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 하고 물으시자, 여자가 대답하였다. “뱀이 저를 꾀어서 제가 따 먹었습니다.”
14 주 하느님께서 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런 일을 저질렀으니  너는 모든 집짐승과 들짐승 가운데에서 저주를 받아  네가 사는 동안 줄곧 배로 기어 다니며 먼지를 먹으리라.
15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20 사람은 자기 아내의 이름을 하와라 하였다. 그가 살아 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되었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당신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하셨다. (에페 1,3-6.11-12)
3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하느님께서 찬미받으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의 온갖 영적인 복을 우리에게 내리셨습니다.
4 세상 창조 이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선택하시어, 우리가 당신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이 되게 해 주셨습니다. 사랑으로

5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의 자녀로 삼으시기로 미리 정하셨습니다. 이는 하느님의 그 좋으신 뜻에 따라 이루어진 것입니다.
6 그리하여 사랑하시는 아드님 안에서  우리에게 베푸신 그 은총의 영광을 찬양하게 하셨습니다.
11 만물을 당신의 결정과 뜻대로 이루시는 분의 의향에 따라 미리 정해진 우리도  그리스도 안에서 한몫을 얻게 되었습니다.
12 그리하여 하느님께서는 이미 그리스도께 희망을 둔 우리가  당신의 영광을 찬양하는 사람이 되게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마리아를 예수 그리스도의 어머니가 되게 하신다. 마리아께서는 하와와 달리 주님의 말씀에 순종하셨기 때문이다. (루카 1,26-38)
그때에 26 하느님께서는  가브리엘 천사를 갈릴래아 지방 나자렛이라는 고을로 보내시어,
27 다윗 집안의 요셉이라는 사람과 약혼한 처녀를 찾아가게 하셨다. 그 처녀의 이름은 마리아였다.
28 천사가 마리아의 집으로 들어가 말하였다. “은총이 가득한 이여, 기뻐하여라. 주님께서 너와 함께 계시다.”
29 이 말에 마리아는 몹시 놀랐다. 그리고 이 인사말이 무슨 뜻인가 하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30 천사가 다시 마리아에게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31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여라.
32 그분께서는 큰 인물이 되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아드님이라 불리실 것이다. 주 하느님께서 그분의 조상 다윗의 왕좌를 그분께 주시어,
33 그분께서 야곱 집안을 영원히 다스리시리니  그분의 나라는 끝이 없을 것이다.”
34 마리아가 천사에게, “저는 남자를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말하자,
35 천사가 마리아에게 대답하였다.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36 네 친척 엘리사벳을 보아라. 그 늙은 나이에도 아들을 잉태하였다. 아이를 못낳는 여자라고 불리던 그가 임신한 지 여섯 달이 되었다.
37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38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동정 마리아 대축일 제1독서 (창세3,9-15.20)

  

"나는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15)

 

'나는 ~ 적개심을 일으키리니'

 

원문의 '웨에바 아쉬트'(weebah ashith)는 직역하면 '그리고 내가 증오를 놓을 것'(And I will put enmity)이다.

여기서 '증오'(에바 ; ebah)는 목숨을 걸고 싸울 수밖에 없는 적대자에게 품은 삭힐 수 없는 깊은 원한과 적개심(민수35,21.22)을 의미한다.

본문에서는 이 단어를 문장의 서두에  위치시켜 적개심 그 자체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놓다'는 가슴에 '품다', '품에 안다'(룻기4,16), '갇히다'(시편88,9)로도 번역되는 '쉬트'(shith)의 미완료형으로서, 적개심(증오)을 가슴 속에 계속 품고 있는 것을 가리킨다.

이처럼 사탄의 유혹에 빠져 범죄함으로서 비참한 운명 가운데 처하게 된 인간은 사탄에 대해 깊은 원한을 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너와 그 여자 사이에,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

 

'너와 그 여자 사이에'로 번역된 원문은 '뻬네가 우벤 하잇샤'(beneka uben haisha)인데, 직역하면 '너 사이에 그리고 그 여자 사이에' 이다.

이처럼 본문에는 '~사이에'를 뜻하는 '뻰'(ben)이 2번이나 등장하며, 여자와 사탄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러한 문장 형식은 이어 나오는 '네 후손과 그 여자의 후손 사이에'에서도 동일하다.

즉 하느님께서는 뱀과 여자, 그리고 뱀의 후손과 여자의 후손 앞에 모두 '뻰'(ben)이라는 전치사를 어,  인간이 영원히 뱀 즉 사탄을 멀리하고 적대시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여자의 후손'

 

'여자의 후손'으로 번역된 '자르아흐'(zarah)'씨를 뿌리다'(파종하다; 레위25,22)라는 뜻이 있는 '자라'(zara)에서 유래하며, 일차적으로는 '씨'(창세4,25)를 가리키나 상징적으로 사용되어 '후손'(창세12,7), '자손'(레위20,2) 등으로 더 널리 번역되는 '제라'(zera)여성 3인칭 단수 접미어가 붙은 단수형이다.

 

여기서 단수형이 사용된 것은, 히브리인들이 '씨'나 '자손'은 모두 하나의 근본에서 출발한 동일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수로 표기된 '여자의 후손'(her seed)은 이어 나오는 뱀의 후손과 대결하여 결정적인 승리를 얻을 한 사람, 즉 장차 이 땅에 동정녀 마리아에 의해 탄생하시게 될 예수 그리스도를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가톨릭 교회에서는 전통적으로 이 '여자의 후손'(자르아흐)'제라'(zera)여성 3인칭 단수 접마어가 붙은 단수형이므로, 성모 마리아에게 적용해왔다.

 

"그러나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드님을 보내시어 여인에게서 태어나  율법 아래 놓이게 하셨습니다."  (갈라4,4)

 

첫 에와와 첫 아담의 하느님께 대한 교만과 불순명과 자유남용으로 지은 원죄로 말미암아 이 세상에 죄와 고통과 죽음이 들어왔다.

그리하여 멸망과 저주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사(세속사)를 구원과 축복과 생명의 구원사로 바꾸시기 위해, 둘째 에와이신 성모 마리아와 둘째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겸손과 순명과 자유의지의 선용과 협력이 하느님 아버지께 필요했던 것이다.

 

'여자의 후손은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

 

'너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고'로 번역된 '에슈페카 로쉬'(yeshupeka rosh)에서 '상처를 입히다'(상하다;슈프; shup)'때리다', '타박상을 입히다', 혹은 '눌러서 뭉개다' 등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머리'(로쉬; rosh)인간이나 동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또한 각 개체를 대표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따라서 머리를 뭉갠다는 것은 상대방에서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여 회생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의미이다.

본문의 문맥으로 볼 때, 이와같이 사탄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는 분은 여자의 후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이시다.

 

실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 사탄에게 승리하셨다.

이로 인하여 사탄은 머리가 상한 뱀과 같이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탄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재림하셔서, 사탄의 모든 세력을 불과 유황 못에 던짐으로써(묵시20,10.15) 완전한 승리를 이루실 때까지, 상한 머리를 감싸고 최후의 발악을 할 것이다.

 

그러나 성도들은 이미 머리가 상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한 사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이미 사탄에게 승리하신 그리스도의 권세를 힘입을 때 승리가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본문의 '상처를 입히다'(상하게 하다)의 동사가 미완료형으로 사용되어, 그 상하게 하는 일이 계속 지속됨을 암시한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실로 사탄은 여자의 후손 그리스도에 의해 결정적인 패배를 당하였으며,  오늘날에도 그리스도의 군사인 성도들에 의해 계속 패배당하고 있다.

이와같이 여자의 후손인 그리스도에 이루어지는, 본절에 나오는 사탄에 대한 승리의 선언우리는 원시 복음(原始 福音;첫 복음; Proto Evangelium)이라고 부른다.

 

원죄로 말미암아 멸망과 저주와 죽음의 나락으로 떨어진 인간사(세속사)를 구원의 역사로 바꾸시기 위해, 하느님 아버지께서는 영원으로부터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신 성자 예수 그리스도로 하여금 사람이 되게 하셔서,당신의 구원사업을 완성하게 하셨다.

 

장차 인류를 구원하실 구세주를 담아야 할 거처는 하느님처럼 거룩해야 하므로,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상 구속사업 공로를 미리 앞당겨 입게 하여, 원죄로부터 영혼과 육신이 온전히 해방되게 하셨는데, 그것이 바로 예수님께 피와 살을 빌려드려야 했던 성모님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사건(무염시태)이다.

 

성모님의 무염시태(어머니 안나에게서 수태되는 순간부터 원죄가 없었다는 것)는  죄를 지을 수도 없고, 죄로 인한 고통을 겪을 수도 없으며,죄의 결과로 죽을 수도 없는 인간 본성에 과분한 은혜인 '과성(過性)은혜의 회복'이다.

 

죄 뒤에는 반드시 사탄이 있으므로, 하느님께서 사탄과의 싸움에서 첫 단추를 승리로 장식하신 사건이 바로 성모님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사건이다.

원죄로 말미암아 사탄에게 빼앗긴 피조물 가운데에서는 있을 수 없으며, 감히 사탄이 넘볼 수도 없고, 사탄이 감히 더 이상 범접할 수 없는 영혼이며, 하느님 아버지께서 첫번째로 완전히 해방시킨 영혼바로 성모 마리아이시다.

 

바로 이 성모 마리아를 통해서 이러한 방법으로 구원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육화(강생: incarnation)되심으로, 성모님은 사탄을 상징하고 있는 뱀의 머리를 밟고 계시는 것이며, '여인의 후손'을 예수 그리스도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의 업적인 자모이신 성교회를 상징하는 성모 마리아에게도 적용시키는 것이다.

 

'너는 그의 발꿈치에 상처를 입히리라'

 

여기서 '상처를 입히리라'로 번역된 '테슈펜누'(theshuphenu)는 바로 앞 문장에 나오는 '슈프'(shup)와 동일한 단어이다.

그러나 앞 문장에서는 '머리'가 상하게 하는 대상인 반면에, 여기서는 '발꿈치'(아케브; aqeb)가 그 대상으로 되어 있다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머리는 인간이나 동물에게 가장 중요하며, 상처를 입을 때 치명적이지만, 반대로 발꿈치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하찮은 부위를 상징하며,상처를 입어도 치명적이지 않다.

사탄의 공격은 그리스도의 발꿈치를 상하게 하는 것에 불과하며, 그리스도의 구속 사업을 중단케 하지 못했으며, 그리스도께서 죽음의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심으로서 그 발꿈치의 상처마저 완전히 치유되었다.

 

그러나 사탄의 상하게 하는 역사를 과소 평가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상하게 하다'(슈프; shup)는 히브리어는 집요하게 공격하여 상처를 남긴다는 의미이며, 또한 본문에서도 이 단어는 미완료형으로 사용되어 사탄은 상하게 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묵시20,10.15;1베드5,8).

 

 

 

 

 

 

 


 동정 마리아 대축일 복음 (루카1,26-38)

 

 

"하느님께서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마리아가 말하였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그러자 천사는 마리아에게서 떠나갔다. (37~38)

 

이유를 나타내는 접속사 '호티'(hoti; for)로 시작되는 루카 복음 1장 37절의학적으로 임신이 불가능한 자에게 임신이 가능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다.

하느님의 모든 말씀은 불가능이 없기 때문이다.

 

원문의 '말씀'에 해당하는 '레마'(rema)는 일차적으로 '생생한 목소리로 선포된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루카 복음 1장 37절에서 이 단어는 예수님 탄생에 관해 예언된 모든 말씀의미하며, 이러한 예언들이 마치 생생한 목소리로 선포된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불가능한 일이 없다'라는 뜻으로 번역된 '아뒤나테세이'(adynatesei; is impossible)'아뒤나토스'(adynatos)에서 유래된 단어이다. '아뒤나토스'(adynatos)'능력있는', '강한'이란 뜻을 가지고 있는 '뒤나토스'(dynatos)에 부정 접두사인 '아'(a)가 붙어서 '능력없는', '약한'이란 뜻을 갖는 단어이다.

따라서 '아뒤나테세이'(adynatesei)는 앞의 '우크'(ouk; nothing)와 연결되어이중 부정의 의미를 갖고서 매우 강한 긍정의 의미를 나타낸다.

 

다시 말해서 하느님의 말씀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시는 능력과 권세가 있어서 마리아에게 선포된 모든 것들이 그대로 이루어지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말씀은 노쇠하여 자식을 낳지 못할 것이라고 여기던 아브라함에게 '너무 어려워 주님이 못할 일이라도 있다는 말이냐?'며 아들 이사악을 약속하신 하느님의 말씀(창세18,14)을 연상하게 한다.

 

한편 루카 복음 1장 38절하느님의 말씀을 문자 그대로 순수하게 믿는 마리아의 순수한 신앙을 잘 보여 주며, 이러한 신앙은 카나의 혼인 잔치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요한2,5)고 잔치집 일꾼들에게 지시함으로써 물이 포도주가 되는 기적일어나는데 일조했던 것이다.

 

여기서 마리아가 자신을 지칭한 단어 '둘레'(doule; servant)'종'으로 번역되어 있는데, 이것은 '노예'를 뜻하는 '둘로스'(doulos)의 여성 명사로서 '결코 주인의 뜻을 거스를 수 없는 하녀(계집종)'를 의미하는 단어이다.

 

이것은 '주인', '주님'을 의미하는 '퀴리오스'(kyrios)의 소유격 '퀴리우'(kyriu)와 연결되어 철저하게 주님께 예속된 능력없는 계집종의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따라서 마리아가 자신을 '주님의 종'으로 말하고 있는 것은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에 완전하게 맡기겠다는, 철저한 순종과 겸손의 표현인 것이다.

 

또한 본문 서두에 기록되어 있는 '보십시오'에 해당하는 '이두'(idu)라는 단어는 마리아의 이러한 마음을 잘 드러내 준다.

'이두'(idu)의 용법은 이야기의 생기를 돋우어 주거나, 듣는 이나 읽는 이의 주의를 환기시킬 때, 그리고 좀 더 깊은 생각을 촉구할 때 사용되는 단어이다.

루카 복음 1장 38절에서는 이 단어가 동사없이 명사와 함께 사용되어 마리아 자신의 '종'으로서의 존재를 천사에게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줌으로써, 자신의 겸손함을 더욱 드러내고 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말씀하신 대로'에서 '대로'에 해당하는 '카타'(kata)라는 전치사는 목적격과 연결되어 뒤에 오는 명사의 내용이나 본질이 조금도 훼손되는 일이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상태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에 해당하는 '게노이토'(genoito; may it be)'발생하다'는 뜻의 '기노마이'(ginomai)의 희구법으로서,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하신 모든 말씀이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소원하는 마리아의 염원을 담고 있다.

 

비록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들었지만, 그것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보증하신 말씀이라는 사실을 믿었기에, 그대로 이루어지기를 믿고 바라는 위대한 순종의 신앙을 보여 주었다.

 

바로 이 순간이 마리아가 인류를 구원하러 오시는 구세주의 모친으로서의 성소를 허락하는 순간이며, 영원으로부터 살아계신 하느님의 말씀이 성령으로 말미암아 마리아의 피와 살을 취하고 인간의 역사안으로 들어오는 강생(육화; Incarnatio)의 순간이기에, 우리는 사도신경과 삼종경을 바칠때 고개를 숙여 구세주로 오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와 흠숭의 예를 드리는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1,584 0

추천 반대(0) 신고

 

페이스북 트위터 핀터레스트 구글플러스

Comments
Total0
※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0/500)

  •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