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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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원수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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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리원 [silver0824] 쪽지 캡슐

2017-02-18 ㅣ No.110187

 




2017년 가해 연중 제7주일


< 너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 >


복음: 마태오 5,38-48






 그리스도의 성면


 키예프 화파 작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여자 다이빙 10m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있습니다. 다이빙 역사상 중국 선수들에게 밀려 단 한 번도 미국이 금메달을 따보지 못한 종목입니다.

로라 윌킨스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그 해 3월 연습 중 오른쪽 다리 골절상을 당하면서부터입니다. 7주간 병원에 입원하였고, 그 때 미국 팀의 코치와 주치의는 그녀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 판정을 내렸습니다. 얼마큼 큰 부상이었는지 정확히 알 방법은 없지만, 3년간의 준비 과정을 수포로 돌릴 만큼 심각한 부상이었던 것만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5차에 걸친 다이빙, 3차까지는 5위에 랭크 돼 있었습니다. 그녀는 입으로 무언가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습니다. 바로 성경구절이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4차에 완벽한 다이빙을 하여 1위로 올라섰고 더 완벽한 다이빙으로 5차에서는 금메달을 확정짓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이런 기적을 이루어냈느냐고 하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저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 이 일을 하셨습니다.”

 

주님을 믿으면 세상에서 성공한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부상이라는 십자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말하고 싶습니다. 그녀는 이미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만약 아무 일도 없었더라면 그녀는 그녀의 능력을 믿고 주님께 그렇게 의지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녀에게 불어 닥친 고난이 자신을 덜 믿게 하고 그분을 더 믿게 만들었던 것입니다. 나를 겸손하게 해 줄 수 있는 고난, 그것은 고난이 아니라 은총인 것입니다.

 

오늘 복음말씀은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너무 많이 들었지만 가장 실천되지 않는 말씀입니다. 원수를 어떻게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미국에서 자녀를 죽인 살인자의 자녀들을 위해 피해자들이 돈을 모아 주었다는 말도 들립니다. 우리나라에도 고정원씨가 자신의 가족을 살해한 유영철의 자녀들을 위해 그렇게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특별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지 우리는 결코 할 수 없는 일 같습니다. 우리에게 잘못했으면 고해성사를 보더라도 갚아주고 싶은 것이 우리 마음입니다. 그러나 이는 진짜 원수가 누구인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미운 마음이 드는 것뿐입니다. 우리 진짜 원수는 그들이 아닙니다.

 

큐브란 영화는 매우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갑자기 어떤 사람들이 아무 원인도 없이 움직이는 작은 방들이 수만 개가 있는 어떤 곳에서 깨어나게 됩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사람들. 그들은 그 큐브의 지옥에서 빠져나가려고 지독히도 발버둥 칩니다. 여기에서 서로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끼리 서로 죽이기도 하고 또 설치해 놓은 부비트랩에 걸려 죽기도 합니다. 천재도, 경찰도, 탈옥수도, 직장인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그들이 하려던 모든 행위들은 탈출구로부터 멀어지는 원인이 될 뿐이었습니다.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할 수도 없었던 지체 장애인 혼자 살아남습니다. 결국 자신들이 처음 있던 방이 출구였던 것입니다. 이 영화는 인간이 하는 행위들이 결국 아무 의미도 없는 것일 수 있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명예를 위해 뛰고, 돈을 벌기 위해 뛰고, 인정받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모든 행위들은 언젠가 우리를 생명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것들이었음을 깨닫게 될 때가 올 것입니다. 우리를 노예로 만드는 가장 큰 원수는 외부에 있지 않습니다. 바로 내 자신이 나의 가장 큰 원수입니다. 내가 움직이면 구원의 길에서 멀어집니다. 우리 움직임은 세상 것을 좋아하는 것에서 발생하는데, 그런 집착에 빠지면 고통뿐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노예 생활로 살아가게 만드는 장본인이 바로 우리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우리 안에 좋은 것이 단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시기 위해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너희는 말할 때에 .’ 할 것은 .’ 하고, ‘아니요.’ 할 것은 아니요.’라고만 하여라. 그 이상의 것은 악에서 나오는 것이다.”(마태 5,37)

정말 우리 안에는 만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게 되면 그때서야 그 악을 못 박을 수 있는 십자가를 사랑하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서 그렇게 바라셨던 것이 십자가입니다. 아버지의 뜻을 따르기 위해서는 당신 뜻은 죽여야 하는데 당신 뜻을 매달 수 있는 도구가 바로 십자가이기 때문입니다. 그 십자가를 얼마나 사랑하셨겠습니까?

 

군대에서 저를 매우 괴롭히던 선임병이 있었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가 주는 담배를 거절했다는 것이 가장 큰 것 같습니다. 그랬더니 그 선임병이 한 달 내로 담배를 피우게 해 주겠다면 그때부터 갈구기시작했습니다. 저는 눈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고 갈굼을 1년 넘게 받아냈습니다. 그리고 끝까지 담배를 물지 않았습니다. 그것을 참아냈는데 지금 와서 담배를 피울 일이 있겠습니까? 만일 그 고난이 아니었다면 매우 약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이 아닙니다. 저는 그가 저를 미워하면서 받는 고통을 보았고 얼굴이 얼마나 험상 굳어지는 지를 보았습니다. 미워하는 삶이 얼마나 힘든지를 보며 저렇게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그는 원수가 아니라 스승이었습니다. 이렇듯 고난은 우리의 원수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죽이고 성장시키는 도움입니다. 그런 도움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아브라함 링컨에게는 에드윈 스탠턴이라는 정적이 있었습니다. 스탠턴은 당시 가장 유명한 변호사였는데 둘이 함께 사건을 맡게 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스탠턴은 링컨과 함께 법정에 앉게 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말했습니다.

저런 시골뜨기와 어떻게 함께 일을 하라는 겁니까!”

그리고 스탠턴은 법정을 박차고 나가버렸습니다. 이렇게 링컨을 얕잡아 보고 무례하게 행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링컨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대통령이 된 링컨은 내각을 구성하면서 스탠턴을 가장 중요한 국방부 장관 자리에 임명했습니다. 링컨의 참모들은 이런 링컨의 결정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링컨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스탠턴이 했던 말 때문입니다.

링컨이 대통령이 된 것은 국가적 재난이다.”

링컨의 참모들은 모두 국방부 장관 자리에 스탠턴을 임명하는 사실을 재고해 달라 건의하였습니다. 그러자 링컨은 말했습니다.

나를 수백 번 무시한들 어떻습니까? 그는 사명감이 투철한 사람이라 국방부 장관에 제격입니다.”

그래도 스탠턴은 당신의 원수잖아요 원수는 없애버려야지요.”

참모들의 그런 말들에 링컨은 웃으며 말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원수는 마음속에서 없애 버려야지요!”

시간이 흘러 링컨이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었을 때, 스탠턴은 링컨을 부둥켜안고 울며 말했습니다.

여기, 가장 위대한 사람이 누워 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그 원수가 내 안에 있는 유일한 원수인 내 자신을 죽이게 하는 은인임을 깨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나의 원수는 나 자신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따르려거든 우리 자신을 십자가에 매일 못 박아 죽여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나 자신이 뱀이고 사탄이고 파라오입니다. 그것을 못 박을 수 있는 장대요, 십자가가 바로 이 세상에서 나의 원수라고 불리는 것들입니다. 그 얼마나 감사합니까? 우리 자아가 살아있으면 구원받지 못하는데, 그 자아를 죽이는데 도움이 되는 이들이 원수인 것입니다. 이 세상 것을 좋아하는 이들만이 그것들을 빼앗아 간 이들을 원수로 대하게 됩니다. 그러나 나의 원수를 죽여주는 이들을 어떻게 감사하며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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